2001-01-08 16:27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경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금리 인
하에도 불구하고 제조업과 유통 등 주요 업종이 쉽게 활기를 되찾기 힘들 것이며 이
번 조치가 효과를 내기까지 최소한 2분기는 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7일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28년 전통의 유통체인인 몽고메리 워드가 끝내 도산하고 제록스도
3천200명의 감원을 발표하는가 하면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재고 정리를 위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지시킨 가운데 애플컴퓨터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수익전망
을 하향조정하는 등 어두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나 침체까지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
게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FRB의 이번 `고단위 처방'이 충분한 효과를 내기까
지 적어도 2분기는 하강 국면이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웰스파고은행의 수석연구원인 한국계 손성원은 "FRB가 늦게나마 경기가 (자기네
판단 이상으로) 나빠졌음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이제는 미 경제가 나쁘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이번 금리인하를 통해 지난 10년간 미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돼온 소비와 기업투자를 회생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업종별로 차이가 있
겠으나 전반적인 효과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소재 퍼스트 유니언 코프의 데이비드 오르 수석연구원은
"유통 부문의 침체가 명백하다"면서 "자동차와 TV 수상기처럼 금리에 특히 민감한
대형 소비재 산업의 충격이 현재로선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오르는 "기업의 수익악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투자도 계속 위축
되고 있다"면서 "기업인들이 설비투자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F
RB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설비투자 동결을 막기위해 `
심리적인 확신'을 주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신행정부가 추진하려는 대규모 감세도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나 현재로선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며 설사 강행되더라도 효과를 내기까지 상당
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석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는 바람에 전력 및 항공산업의
단가를 높인 것도 소비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미제조업협회(NAM)의 제리 야시노프스키 회장은 "제조업의 대부분이 사실상
침체에 빠졌다"면서 "제지와 철강 등 기초재 산업이 최악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
했다. 한예로 오하이오주 영스턴 소재 LTV 코프가 미국 철강업체로는 지난 2년 사이
9번째로 지난해 12월 파산보호신청을 냈음을 상기시켰다.
야시노프스키는 금리인하가 증시를 부추겨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촉
진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그러나 "특히 내구재를 중심으로 여전히 재고가 쌓
여있기 때문에 올해 1.4분기는 생산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자동차 쪽에서 나타나 제너럴 모터스의 지난해 12월 판매가 18%나 줄
고 포드 및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각각 15% 가량 감소했다.
포드사의 판매 관계자는 지난주 "지난해 12월의 판매 저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면서 "이것을 미리 짐작했더라면 올해 1.4분기 판매목표 하향조
정도 달리 했어야 했다"고 고충을 실토했다.
손성원은 FRB가 그간 금리를 잇따라 내린 것이 반도체, 무선전화기, 유통, 금융,
제약 및 통신장비 쪽에는 혜택을 준 반면 주택건설, 철강, 항공 및 알루미늄과 구리
등 기초산업재 부문에는 피해를 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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