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5 15:02

기획/ 식지않는 북미항로 열기 ‘언제까지’

선사 중국 설 연휴 이후 대규모 임시결항으로 고운임 유지 전략
ELD 규제로 기사이탈…트럭수배 어려움에 내륙운송 난항
미중무역분쟁 3차관세협상 결과 ‘無’ 해운물류업계 불안 심화


때 아닌 운임고공행진과 선복부족에 시달렸던 북미항로를 두고 해운물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화주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우려해 상당한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다.

중국의 대규모 물량 밀어내기에 국내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은 선복부족 운임인상 납기지연에 시달리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포워딩업계는 최근 북미항로가 지난해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며 안도하고 있지만 미중무역분쟁이 현재진행형인 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상하이발 미주행 해상운임 상향안정화

아시아-북미항로 해상운임은 중국 설(춘절) 연휴 여파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꽤 안정된 모습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월18일 상하이발 북미서안행 해상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11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연중 최고치인 2606달러와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12월 한때 1700달러대까지 후퇴했던 이 항로 운임은 춘절을 앞둔 밀어내기 수요와 25%의 관세를 회피하려는 수요가 더해지면서 최근 200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북미동안행 운임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 항로 운임은 18일 3187달러로 집계돼 30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739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이 노선 운임은 줄곧 하락세를 띠다가 12월21일 2750달러까지 떨어졌고, 새해가 되면서 다시 3000달러선에 진입했다.

북미항로 운임이 시시각각으로 요동치는 건 지난해 12월1일에 열린 미중정상회담의 여파가 크다.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3차관세 부과시기를 90일 이후인 오는 3월2일로 연기했다. 관세부과가 유예되면서 12월 중순부터 아시아발 수요와 북미항로 운임은 크게 뒷걸음질 쳤다.

한국시장의 경우 23일 현재 아시아와 미 동안을 해상운송으로 연결하는 ‘올워터’ 노선은 초강세를 띠고 있고, 서안행도 견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안의 휴스턴과 모빌행 수요가 상당해 FAK(품목무차별) 운임이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 줄지만 운임향배는 오리무중

국내 주요 포워더들은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최근의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 동감했다. 하지만 향후 운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우선 춘절이 지나면 아시아발 화물이 부족해져 운임이 내려갈 거라는 시각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실수요를 뛰어넘는 많은 물량을 수송한 데다, 최근 춘절을 앞두고 2~3주치 물량을 한 번에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추가관세 적용을 피해 동안까지 화물을 보내려면 1월 말~2월 초 부산항에서 화물을 선적해야 하는 점도 추가 수요가 없을 거라는 이유로 꼽힌다. 부산에서 미 동안까지 해상운송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20~30일이다.

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내부에서 운임을 예측하고 있지만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 4분기 수준의 고운임은 아니지만 (지난해) 연초와 비교하면 해상운임은 높은 수준이다. 설 연휴 이후로는 운임이 오르기 힘들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관세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수요가 많아야 하는데 지난해처럼 FAK운임에 프리미엄을 얹지 않고 있다.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춘절 이후 강세가 이어질 거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일시적인 수요 감소는 있겠지만 선사들도 대규모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으로 수급 조정에 나서기 때문이다.

미국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에 따르면 아시아-북미서안 노선에서 22항차, 아시아-북미동안 노선에서 13항차의 블랭크세일링이 2월에 각각 계획돼 있다. 블랭크세일링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서안에서는 약 22만TEU, 동안에서는 약 13만TEU가 각각 감축될 전망이다. 지난 2016~2018년 춘절 연휴의 평균 감축량보다 서안은 약 5만TEU, 동안은 약 6만TEU가 추가로 줄어든다.

북미항로를 주도하는 3대 얼라이언스들의 블랭크세일링 계획을 살펴보면 2M은 2월 2주차에 3편, 3주차에 4편, 4주차에 3편 등 총 10편을 감편한다. 디얼라이언스(한국발)는 2월 2주차에 PSW PNW 서배너행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 각 1척을 결항한다. 오션(한국발)은 PSW PNW 휴스턴행에서 각각 1척을 빼고, 올워터서비스에 투입되는 선박 2척을 결항한다.

포워더들은 선사들이 공격적인 영업보다 수요에 걸맞은 공급정책을 펼쳐 지난해처럼 높은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려는 것 같다며 3월에도 높은 운임이 형성될 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선사들의 블랭크세일링이 최근 몇 년간 꽤 늘어나고 있다. 때론 월 말까지 배가 없을 때도 있다. 사실상 고운임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다”며 “선사들이 공급축소 정책을 펼치면서 선복확보가 쉽지 않다. 대형화주들이 저운임만을 내세워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관세부과를 우려해 사전에 보낸 컨테이너가 미국 항만 전역을 빼곡히 메우면서 현지 물류창고도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JOC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연말까지 LA·롱비치 노선에 추가 투입된 선박은 20여척에 달한다. 이들 선박이 실은 약 9만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미 서안에 대거 하역되면서 현지 터미널장치장과 대부분의 물류창고는 처리능력을 크게 넘어섰다.

국내 포워딩업계도 화물을 장치할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무작정 보내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화주들이 관세 부과를 우려해 우선적으로 화물을 가득 쌓아놓았지만 재고는 느리게 소진되는 게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미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되면서 관세청 및 주요 공공기관이 단축업무에 나선 것도 물류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통관작업이 지연될수록 장치장 부족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륙 육상운송시장은 트럭기사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ELD(전자식운행기록계) 설치 의무화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시장의 혼란이 줄었지만, 근로시간이 규제되면서 기사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기사들은 임금을 많이 주는 운송사에 정규직원으로 취업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자체 트럭을 확보하고 기사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주요 포워더와의 서비스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급부족이 심각한 지역은 디트로이트-시카고-오클랜드-뉴욕-서배너-LA 순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동안지역은 1월부터 운송요율을 10% 올리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작년 2사분기에 이미 10~15% 오른 상황인데 1년도 안 되어 또 오른 터라 운송료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내륙운송료도 점차 오르고 있다. 기사들이 만족할만한 운송료를 제공해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 트럭에 기사 2~3명이 번갈아가면서 운전하는 팀트럭킹 요율은 지난해 연초 대비 1000~1500달러 올랐지만 수요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여일 남은 관세유예…무역분쟁 종착역 안 보여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3차관세 부과 유예기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해운물류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25%의 관세부과를 유예한 이후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해운물류업계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 부과시기를 유예하거나 관세를 현행 10%로 유지하면 평온한 한 해가 되겠지만, 25%로 조정되면 제조 및 배송비용이 발목을 잡아 중국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거로 전망했다. 특히 관세가 일괄 25%로 오르게 되면 중국에 상주하는 한국 화주들이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생산 후 미국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시장에선 역설적으로 기대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올해 북미항로의 향배가 나뉠 것이다. 관세유예시기가 종료되기 전까지 양국이 협상을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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