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 16:13

“남북물류협력, 해운-철송·육송 복합운송이 현실적”

‘남북교류협력과 동해안의 역할’ 주제로 동해포럼 개최
종단철도 도입 찬성…대북제재·지역사회 고충 해결과제


남북평화무드를 조성 중인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남북종단철도(TKR)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철도물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종단철도사업의 후보군으로 강원도 동해지역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사업의 한계점도 상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동해항을 북방물류의 최대 거점지역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도,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대북제재, 동해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현대화 등을 선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전 세계 물류가 해상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해운의존도가 절대적인 점에서 철도에 집중하기 보다 해운과 항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성우 항만물류연구본부장은 12일 동해시 동해현진관광호텔에서 열린 2018 동해포럼에서 “우리나라가 99.7%의 화물운송을 해운으로 하고 있고, 세계 최대 해운국가인 중국도 97%를 해상으로 운송하고 있다”며 철도가 조성되더라도 물류 수단은 해운이 주력일 거라는 의견을 내놨다.

北 철도투자 신중한 판단 필요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와 북한을 연결하는 철도사업이 언젠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보다 이 사업의 경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1만2000TEU급 선박 한 척이 움직인다고 가정할 경우, 컨테이너 1만2000개를 운송하려면 피더선으로 12번, 철도로 60번, 트럭으로 3000번을 움직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물량의 99.7%를 해상으로 운송한다”며 “철도가 연결되더라도 물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철도사업이 잘못된 건 아니"라며 "철도로 고부가가치 화물들이 실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를 놓고 보면 철도 비중은 6%에서 10%까지 증가한다는 관점에서 철도사업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성우 항만물류연구본부장


남북종단철도 사업은 우선 정부 구상대로 동해안 서해안 DMZ 벨트 등으로 이뤄진 ‘H'자로 하되,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서울-개성, 강릉-제진 구간부터 건설해 철도사업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TKR사업이 10년 내로 현실화되더라도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해운과 철도 및 육상운송을 혼용하는 ‘해운-철송·육송 복합운송’이 가장 현실적일 거라고 평가했다. 동해를 놓고 보면 인프라 측면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TKR가 움직이더라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할 때 열차를 바꾸거나 환적작업을 거쳐야 하는 일차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도로나 항만보다 철도시설 현대화를 고집하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로 지적됐다. 철도가 트럭보다 상대적으로 주민들의 통제가 쉽고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북한에서는 항만을 건설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항만은 경제특구의 요지로,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된다. 북한은 이미 계산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없는 건 (철도) 우리나라가 해주고, 돈이 되는 건 (항만) 나중에 입찰로 하겠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다. 철도를 깔아주더라도 영리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철도시설을 우리 자본으로 전액 지원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려면 외자유치도 나서겠지만 스스로 번 돈으로 철도를 설치할 수 있도록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내부갈등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콜드체인·크루즈사업·자원물류 사업모델로 부상

남북물류협력이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향후 교류 활성화에 대비해 동해지역도 ‘환동해권 복합물류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고부가가치 화물을 주력으로 유치해 동해에서 해상운송 후 철도로 환적 운송하는 복합물류사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동해 북부지역에 수산물이 많은 만큼 수산물을 1차가공할 수 있는 콜드체인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환동해권 크루즈사업은 단순 자연경관을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나 관광테마를 기획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이인우 남북자원개발사업단장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의 광물자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이인우 남북자원개발사업단장은 “북한의 광물자원 잠재가치가 약 600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철 아연 마그네사이트 석회석 무연탄 등 5개의 핵심광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북한의 주요 광물들이 집결하는 단천 청진 등은 동해항과 가까워 북한 광물자원 물류 거점의 최적지라는 분석이다. 이 단장은 “동해항을 북한 에너지·자원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에너지·자원협의체를 구성하고 항만주변에 광물자원 전용물류센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해 SOC사업 부진…지역사회 반발

지역사회는 남북종단철도 건설로 동해지역이 활성화된다는 데 환영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혹시 모를 사업 중단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피력했다. 강원연구원 김재진 연구위원은 “모든 지자체들이 남북교류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국가 경제와 발전을 바라보는 측과, 우리 지역의 숙원사업이라는 걸 잘 엮어서 (SOC사업을) 해결하려는 측으로 나뉜다”며 “우리가 북한을 잘 모르고 사업을 추진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금강산사업으로 동해지역이 큰 피해를 입은 점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강산사업으로 경제적 이익을 누리던 동해지역은 2008년에 발생한 ‘박왕자씨 총격 사건’으로 대북관광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건어물 상점들이 대거 폐업하는 등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김 연구위원은 “(남북사업을) 활성화한다고 막 밀어줄 때는 지지하다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전면 중단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안게 된다”며 “강원도 입장에서는 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판이 언제 또 엎어질지 모른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 김재진 연구위원


북한보다 동해지역 인프라시설부터 우선적으로 현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철도나 도로를 현대화하기 위해 재원을 투입한다지만 당장 동해지역의 철도시설부터 보수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강릉에서 동해로 KTX가 들어올 때 시속 150km로 달려야 할 열차가 70km로 들어오고 있다. (종단철도사업으로) 제진-강릉 구간만 얘기하는데 당장 강릉-동해구간 현대화는 다들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의 우선순위를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기업 투자 대북제재 우려에 주춤

물류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CJ대한통운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신호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사업추진에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CJ대한통운 성기식 본부장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가 선결돼야 하다 보니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애로가 있다”며 “중국은 북한과 접경지역에서 의사교환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경협사업이 질서 있게 추진돼야 한다. 우후죽순으로 해선 안 되고, 민관이 함께 움직여 협의체를 구성하고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와 동해시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200여명의 기업인 단체 일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환영사에서 “금강산 관광객을 싣고 갔던 그 배들보다 더 크고 많은 배들이 동해항에서 시멘트와 건설기계들을 운송해 북한의 도로와 다리와 항구와 주택을 건설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북한의 광물자원과 수산물을 싣고 와 높은 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준비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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