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30 09:05

논단/ 운송물의 적부, 고박에 관한 해상운송인의 의무와 책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운송계약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FIO 조건, 부지약관하에서는 운송물(컨테이너화물의 경우는 내용물)의 적부, 고박은 원칙적으로 화주의 의무사항임
<1.15자에 이어>
2. 부지약관의 효력

가. 부지약관의 유효성

영국에서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을 배제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 법상으로도 컨테이너 화물 등 운송인이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 화물의 경우에는 부지약관의 효력을 인정해야 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 부지약관의 효력과 입증책임

(1) 부지약관의 효력
부지약관은 우리 상법(제853조 제2항; 구상법 제814조 제2항과 동일함)의 규정 취지에 반하므로 그 효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도 운송물의 중량, 용적, 개수 또는 기호가 운송인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때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학설 및 판례의 입장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정없이 스스로 운송물을 수령해 운송한 운송인이 자신이 수령한 운송물에 대해 몰랐으니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초래함은 물론 운송인의 기본적 의무를 몰각한 주장으로서 선하증권의 문언적 효력 및 금반언의 원칙은 물론 운송인의 책임제한을 금지하는 상법 제790조에도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입증책임
부지약관이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운송인이 운송물을 검사, 확인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한해 예외적으로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운송인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부지약관의 남용과 효력의 제한 문제
운송인이 자신이 운송할 운송물을 수령하면서 그 화물을 내가 검사, 확인하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고 기재함으로써 무조건 면책이 허용된다면 선하증권에 터잡은 신용장거래 및 국제 결제관계는 변경될 수 밖에 없고, 무책임한 운송인은 보호하면서 선하증권을 믿고 거래한 선의의 화주를 보호하지 아니하는 이상한 결과가 될 수 있다.

화주와의 적절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부지약관이나 운송인의 지위남용에 기한 면피용 부지약관은 무효이며, 운송인이 운송물 적입시나 인도시 운송물을 조사·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화물검사의무를 충실히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지약관은 무효가 돼 면책을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 운송인의 운송물 적부, 고박에 관한 책임
부지약관이 유효한 경우 운송물의 컨테이너 내 적부(적입), 고박은 원칙적으로 운송인이 아닌 화주측의 의무로 해석될 것이다. 그러나, 부지약관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여전히 운송인으로서의 내용물의 적입, 고박은 물론 컨테이너 자체의 선적, 적부 등에 관한 주의, 감독 등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I. 운송물의 적부, 고박에 관한 판례 소개
 
1. 대법원 1983년 3월22일 선고 82다카1533 전원합의체 판결
 
해상운송에 있어서 운송물의 선박 적부시에 고박·고정장치를 시행했으나 이를 튼튼히 하지 아니했기 때문에 항해 중 그 고박·고정장치가 풀어져서 운송물이 동요돼 파손됐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의 책임조건인 선박사용인의 운송물 취급에 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 1항에서 적시한 바와 같은 손해발생의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피고는 이 사건 선박사용자로서 선원등 선박사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

논지는 이 사건 운송물의 고박·고정장치가 풀리게 된 것은 태풍으로 인한 풍랑 때문이었으며 이는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것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운송인이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라는 이유로 그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려면 그 풍랑이 선적당시 예견 불가능한 정도의 천재지변에 속하고 사전에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할 것인바, 원심이 적법하게 배척한 1심 증인 김준철의 증언중 선체가 30도 좌우로 동요한다면 선내의 적하를 아무리 잘 고박했다고 하더라도 동요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극히 간략한 진술부분을 제외하고는 소론과 같은 정도의 풍랑에 의한 선체동요가 선적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고 또 예견했더라도 이로 인한 손해발생의 예방조치가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니, 원심이 이 사건 화물의 파손이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조치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위반해 증거취사를 그릇치고 불가항력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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