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5 16:07

21세기 실크로드 '북극항로'…육해공 '복합물류네트워크' 구축해야

인터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
환동해권 항만, 특화전략으로 경쟁력 높일 수 있다
물류산업 전체 흐름 읽을 수 있는 전문가 양성되어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이성우 본부장.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바다길이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경제적으로 아시아~유럽을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운항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각국은 북극항로를 통한 상업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북극항로를 취항하는 선박 운항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이 지역의 경제적인 가치를 주목하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북방물류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의 경제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운송거리와 비용이 줄어들어도, 쇄빙선을 이용하는 비용이나 러시아에 지불하는 통행료를 고려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결과 때문이다. 

Q. 북방물류시장이 뜨거운 화두다. 국내 항만 가운데, 지리적으로 북방물류진출의 거점으로 적합한 곳을 꼽는다면? 

우리나라 항만 가운데 지리적으로 근접한 환동해권 항만들이 북방물류진출의 거점으로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황해권에서 중국 동북지역과 화북지역을 연결해 북방물류시장으로 올라가는 루트는 있지만, 이 루트는 이미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에서 환동해 항만들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산항은 환동해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으며 미주항로, 구주항로와 함께 북극항로가 상용화될 경우 2개 방향 3개 기간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역할이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강원권과 경북권 항만들의 역할도 지금보다는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강원권 항만들은 북한의 나진, 청진 그리고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들을 통해 중국 동북 2성과 우리나라 수도권, 중부권 등을 연결하는 중계항만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Q.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 연계효과를 살리기 위해 물류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은 북한이라는 단절된 공간을 뛰어넘어 안정적인 물류네트워크를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육상과 해상을 분절적으로 바라보면서 만들어진 물류정책은 개선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신북방정책’은 두 가지 큰 관점에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

첫째는 북한이라는 단절공간을 유지하면서 유라시아 대륙과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안정적인 복합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운, 항만, 철도, 도로 그리고 내륙물류기지가 각각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고리로 관리되면서 통합적인 물류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거버넌스 구조가 공간으로 분리된 문제점이 있다. 이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에서 통합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TSR, TCR, 북극항로 등 각각의 개별적 정책이 아니라 이들을 잘 묶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북방지역은 우리나라 국토가 아니다. 중국, 러시아, 몽골, CIS 국가 등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남의 땅에서 물류네트워크를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만들고, 우리 물류기업들은 그 네트워크를 토대로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절적 접근이 아니라 통합차원에서 한반도와 연계된 전략적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 구축방안이 필요하다. 

둘째는 중장기적으로 남북한의 육상물류네트워크가 연결된다는 전제하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는 중거리 운송에 적합한 철송, 장거리 운송에 적합한 해송을 하드웨어 측면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핵심이다. 북한의 개방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남북한의 육상 통로의 연결 및 해상물류네트워크 구상,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과의 육상물류네트워크 구상에 대한 큰 그림 마련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제대로 된 ‘신북방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의 물류네트워크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연결돼 양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점도 정책마련에 함께 반영이 되어야 한다. 

Q. 중장기적으로 동해항을 북방물류진출의 전초기지로 구축하기 위해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 콜드체인 허브 육성, 강원항만공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책적으로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동해항을 북방물류시장 진출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단정하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부산항이라는 허브가 존재하므로 국가에서 강력하고 차별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항만경쟁이론’에 나온 것처럼 중소규모 항만들은 주변의 대형항만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국정철학 중 하나인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할 경우, 결국 부산항과 동해항은 경쟁관계가 되고, 어느 항만이 승리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 동해북부선의 연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 한반도의 기본 물류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필요한 사항이므로 사업의 우선순위에 입각해서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동해항의 콜드체인 허브 육성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동북아 전체의 콜드체인 수요가 증가추세고, 강원도라는 배후지와 극동러시아라는 지향지간의 콜드체인 물류와 부가가치 활동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콜드체인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강원항만공사 개발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정부의 항만재산을 불하받아서 운영하는 우리나라 항만공사의 특성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해당 공사의 경영부담과 재정부실로 연결된다. 동해항 혹은 강원지역 항만들이 항만공사 설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직까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성우 본부장 세미나 발표 모습.

Q. 북방물류진출 전초기지로 환동해권 지자체에서 거점항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중복투자,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환동해권 개별 항만들은 각각의 특화전략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단순하게 북방지역과 연결한다고 해서 거점항이 될 수 없다. 해당 항만이 위치한 주변 산업과 북방지역 산업이 연계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면, 어느 항만이든 북방물류 거점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가 아닌, 사업을 통해 물동량을 창출하고 부가가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이 선행되고 난 뒤에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어야 한다. 철저한 계획에 의해 순서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중복투자, 과잉투자의 우려는 없을 것이다. 과거 인프라 투자를 우선적으로 진행해왔던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모델을 제대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면 성공요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Q. 지난해 12월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 개념증명이 1,2차에 걸쳐 끝났다. 블록체인 컨소시엄 출범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며, 보완해야 할 점은 없을까? 

글로벌 물류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물류기업의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이 가능한 기술이다. 기존 행정, 보안, 관리 등에서 발생하던 운영비의 약 20%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즉 2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서류의 위변조, 해킹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처리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머스크와 IBM이 블록체인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항만을 중심으로 육상물류까지 연결되는 전체 물류망의 블록체인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는 기술발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늦어짐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물류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제도 그리고 숙련된 전문행정인력 채용을 통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빠른 대응이 가장 필요한 보완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최근 본부장께서 쓰신 칼럼 <환황해권 중국 항만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괄적으로 여쭙자면,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에 대대적인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물류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중국의 일대일로는 글로벌 정치군사 전략 마련에서 시작해 경제적 전략으로 연결된 정책이다. 기본적인 전략은 점, 선, 면 형태로 물류인프라를 기반으로 점을 찍고 항로, 내륙물류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산업단지, 도시 등의 면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다. 제가 보는 견해로 일대일로는 물류를 기반으로 한 SCM(공급망관리)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정책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해 수용, 협력 그리고 진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결되는 우리나라 ‘신남방정책’은 구조적으로 일대일로와 겹치지 않게 설계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일정 지점과 공간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유하고 전략적인 ‘신남방정책’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역시 SCM을 기반으로 물류인프라와 기업이 선도적으로 진출하고 후속으로 화주기업들이 따라 들어오는 형태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강점인 IT기술과 연계한 물류네트워크 전략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에 맞춰 실효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현지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일대일로 네트워크상에 있는 거점도 단독, 혹은 중국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하며 진출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Q. 디지털 플랫폼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머스크와 IBM이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빠르게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본부장의 조언 및 의견이 궁금하다. 

글로벌 물류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간 듯하다. 정보의 흐름을 지배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을 이제는 ‘어떤 기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확대하고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소비자의 정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을 창출해 나간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 물류기업들은 이미 변화의 흐름에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결국 후발주자로서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결단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초창기 모습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형태일 수 있으나, (정부의) 제대로 된 지원과 정책을 등에 업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정책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물류·유통·IT 융합 생태계의 구축 마련도 필요하다.

Q. 그렇다면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각각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 물류 및 해운기업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규모화와 범위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우선되어야 하고, 리스크를 헷징(hedging)할 수 있는 전략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양진흥공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 물론 해양진흥공사는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기구인 테마섹(Temasek)과 같은 금융 지원기능을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실행기능은 물류공기업들이 민간기업과 협력 혹은 동반진출을 통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결국 정부는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양진흥공사의 역할 제고 및 물류공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동반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충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M&A(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M&A 뿐만 아니라 컨소시엄, 지분투자, 운영진출 등 다양한 방안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해외시장에 대한 독자진출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성을 잘 정비해 민간기업간의 동반 및 협력진출이 가능한 다양한 전략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물류기업들의 자국 화주기업들과의 동반진출 사례는 우리기업에 큰 시사점을 준다. 

Q. 마지막으로 본부장께서 물류업계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고에는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숨어 있다. 식당이나 상점에 가서 ‘서비스 주세요’라는 말은 공짜로 무언가를 달라는 말이다. 그런데 서비스는 ‘돈’이다. 분명 물류산업은 사람의 노동을 대가로 받는 재화를 창출하는 귀중한 활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물류산업에 대한 인식제고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물류산업은 국내와 국외 그리고 육상, 해상과 항공이 따로 없다. 물류산업은 물류네크워크를 하나로 묶고, 이 묶음이 견고하고 길고 넓을수록 경쟁력이 높다. 현재 분절돼 있는 물류거버넌스가 이 묶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제는 물류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묶음인 물류산업을 제대로 관리, 운영 그리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물류마스터 양성이 시급하다. 해운, 항만, 도로, 철도, 항공, 창고 등으로 분리된 전문가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물류의 흐름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물류마스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글로벌시장에서 물류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류산업의 전체 흐름을 읽고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물류마스터 육성에 나서야 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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