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5 15:44

항만공사 국감장서 난데없는 성소수자 공방

BPA, 외국계자본 터미널 잠식 지적
세월호이슈에 묻힌 한진해운 사태…항만 ‘찬밥신세’

4대 항만공사와 해양경찰청을 국정감사하는 자리였지만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경’이었다. 국회 농해수위는 24일 인천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서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울산항만공사(UPA) 등 4개 항만공사와 해양경찰청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오전 국감은 영양가 없는 여야 난타전이었다. 지난 23일 충남도 농수산환경분야 국감에서 불거진 동성애자 관련 성소수자 문제를 두고 설훈 위원장과 여당은 이날 주제에 적합한 내용만 집중하라고 지적했고, 야당은 국회의원의 발언에 평가나 지적질을 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여야는 성소수자 문제로 오전시간을 허비하면서 상대방에게 예의를 가지라는 등 고성을 질렀다.

가까스로 진행된 국감은 대부분 <세월>호 사건과 해경 때리기로 진행됐다. 그나마 항만공사에 쏟아진 질문은 BPA에 집중됐다. 특히 부산신항에서 터미널을 운영 중인 외국계자본·항만공사의 부채관리·신항 배후단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YGPA는 투포트정책의 실효성·인센티브 부족·공직자윤리, UPA는 부채비율·사내 성희롱 문제 등을 지적받았다.

부산신항 외자 잠식에 年 1천억원대 국부 유출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김제·부안)은 부산신항 외국적자본의 신항 부두 잠식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부산신항이 1995년부터 2013년까지 5개 부두(다목적부두 포함 6개 부두) 22선석을 조성하는데 13조원을 투입했지만 원대한 포부가 산산조각 났다고 평가했다. 특히 신항 3부두를 제외한 1·2·4·5부두의 부두 운영권은 외국계자본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신항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적자본은 1200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신항의 영업이익은 1486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정부재원이 부족해 외국계 민간자본을 대거 유치하면서 부산신항은 외국계자본의 놀이터가 됐다”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겨가는 잘못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외국계자본의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항만공사가 자체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통상 1개 터미널을 운영하기 위해선 4000억~5000억원의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지만 국내 하역사 및 선사는 자본력이 취약해 초기 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암울한 상황”이라며 “외국자본으로 점령된 부산신항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BPA 우예종 사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동감하면서도 “공공기관 관리지침이 있는데 부채비율 문제와 민간시장 진출이라는 정부지침이 있는 한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얼마 전 BPA가 러시아 극동투자수출지원청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수산물류 복합단지 사업에 대한 투자타당성도 언급됐다. BPA는 지난달 6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극동투자수출지원청 등과 극동러시아에 수산물류센터 협력투자 운영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경남 고성)은 “러시아 지역과의 물류사업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문 대통령이 한다 했으니 엉겁결에 MOU를 체결해선 안 된다”며 “지난 2007년 BPA가 러시아에 투자했다가 (현지기업이) 파산하면서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PA는 지난 2007년 러시아 극동그룹(DVTG)과 함께 극동러시아 나홋카항에 컨테이너 부두 3선석과 다목적부두 3선석을 개발, 30년간 운영하는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2010년 DVTG 채권단이 파산을 신청하면서 BPA가 출자했던 47억원은 아직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경남 진해)은 부산신항 배후단지가 당초 조성취지와 달리 대부분 수출입화물 물류창고 역할에 그쳐 화물작업료·보관료 덤핑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신항 배후단지에 62개 회사가 입주해 연간 172만4000TEU를 처리, 351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일자리 창출은 28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62개 입주업체 중 41개사가 3만5000㎡ 미만의 소규모 업체다보니 2014년 웅동배후단지 개장 초기 t당 8000원 이상이었던 화물작업료가 현재 5000원 이하로 38% 가량 하락했다고 비판했다. 화물보관료는 개장 초기 t당 월 3만원이었지만 현재 2만5000원 이하로 17% 가량 하락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BPA의 부채비율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부산항만공사가 출범할 때 부채가 없었지만 현재 1조7500억원에 달한다. 한달 이자만 56억원에 달한다”며 “부산이 유일하게 기관평가에서 연속으로 D등급을 받고있다. 성과급도 지급할 수 없는 제재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 4대 항만공사 사장들이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광양항 물동량 감소세…투포트 정책 실패?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광양항 컨테이너물동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오래 전부터 논란된 부산항과의 ‘투포트’ 정책 실효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광양항 컨테이너물동량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물동량 처리량은 3위로 떨어졌고, 올해도 233만TEU 목표량 달성은 쉽지 않다”며 투포트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얼라이언스가 재편되면서 광양항 환적화물은 전년 동기 대비 35% 급감했다. 이에 YGPA 방희석 사장은 “그렇지 않다. 광양항에도 굉장히 큰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부산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선사 인센티브 규모를 내세워 광양항에 미래가 있다고 말하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올해 부산항은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예산으로 146억원을 지원했지만 광양항은 53억원에 불과했다. 지자체 지원도 부산항은 매년 30억원을 받았지만, 광양항은 1억3000만원에 그쳤다”며 “지난해 환적물량 불균형이 심해져 광양항 44만3000TEU 대비 부산항은 983만6000TEU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시 상록구을)은 임직원의 비리와 직무태만 등 공직자윤리를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광양항 국제포럼 행사를 추진하면서 마케팅팀 2명은 금품과 향응수수로 징계조치를 받았고, 5명은 주의·경고 조치, 부사장급 임원(경영본부장)은 사기죄로 연루, 해임됐고 지난해 12월30일 불구속 공판으로 형사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대한 직무소홀과 직무태만을 보인 직원들 상당수를 징계가 아닌 주의경고 등 가벼운 조치로 일관했다.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 식, 봐주기 식 처분이다”라며 “방만경영을 시정하고, 부정비리와 직무태만 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예방과 비리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울산항, SOC투자사업에 부채비율 증가

울산항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부채비율을 지적받았다. 이개호 의원은 울산항은 화물처리에 유리한 천혜의 항만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항만운영상황은 심각하다며 부채비율이 지난 3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UPA 강종열 사장은 “(UPA가) SOC(사회간접자본)사업으로 계속 투자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SOC사업 이전엔 부채가 제로였다”며 “정부예산이 아닌 자체예산을 투입해야 하다 보니 우리(UPA)가 부채를 투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 사장을 향한 일종의 인신공격도 있었다. 이 의원은 강 사장에게 “본인이 항만운영 전문가라고 생각하느냐”며  사장으로서의 자질을 묻자, 강 사장은 “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항만관련 경험은 해군장교를 하면서 거의 다 습득했다. 포항항공단에서 유류취급을 했다”고 반박해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UPA의 공직기강도 문제됐다. UPA는 2013년 이후 징계자 29명 중 82.8%(24명)가 청원경찰이었으며, 그중 17명은 무더기로 복종의무, 직장이탈 등을 일삼았다. 김철민 의원은 “지난 2013년 이후 올해까지 징계를 받은 직원이 29명이고 주의경고자도 53명에 달한다. 이중 상당수는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위반 등 항명사태를 벌인 청원경찰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청원경찰 징계자는 지난해 1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4월에는 17명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성실의무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위반 등 항명사태를 벌였다.

그런가하면 인턴실습생에 성희롱을 하다가 징계를 받은 직원들도 적발됐다. 내부 직원 2명은 지난해 하반기 인턴실습생에게 카카오톡과 메신저 등으로 성적 모욕감을 주는 언행 등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인 인턴실습생은 당시 해당사건을 문제화할 경우 자신의 남은 인턴기간 동안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계약기간이 끝난 지난 1월 UPA측에 해당 사건을 알렸다. UPA는 해당 사건을 ‘성희롱 사건’으로 확정해 이들 직원에 각각 정직 3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 등을 내렸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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