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은 해운물류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이 하나 없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8월30일을 해운국치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파산 조치의 부적절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광양·구례·곡성)은 지난 13일 열린 해수부 국감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우리나라는 컴컴한 동굴 속을 헤매고 있고 엄청난 후유증이 휘몰아치고 있다”고 한진해운 사태를 촉발한 금융당국의 안일한 정책을 맹렬히 비판했다.
정 의원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해운이 입은 내상을 소상히 전했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이 한진해운 파산 전 106만TEU에서 파산 후 (전체 선대)의 단 1.7%인 35만TEU로 변했다. (국적) 정기선사의 국내 화물 운송점유율은 31.4%에서 14%로 급감했고 (이탈 화물을) 외국적선사가 다 흡수했다.”
지역구인 광양항이 입은 피해도 지적했다. 그는 “광양항은 지난해 물동량이 3.3% 감소했고 올해도 7월까지 7.4% 감소했다”며 “환적화물은 2015년 55만7000TEU에서 지난해 44만3000TEU로 급락했고, 올해 7월까지 33.7% 폭락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양선사를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과거에 제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을 하자는 주장을 했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현대상선과 후발주자인 SM상선을 합병하고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파크로이트까지 조건이 닿는 대로 합병해서 조금씩 기초를 닦아 나가면 구주노선도 확보할 수 있다.”
김영춘 장관은 한진해운을 파산으로 몰고 간 정부 정책을 “자기파괴적인 행위, 자해행위였다”고 진단하면서도 선사 합병 주장엔 “SM상선이 한진해운 영업권을 인수했지만 걸음마 단계라 합병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다. 현재 시점에서 민간기업들 합병을 말하는 게 정부 입장에서 많이 조심스럽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해운업은 한 번 무너지고 나면 복구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서 해운사가 영업망 확대를 하고 미주 구주노선에서 선복량을 늘릴 수 있도록 신중하게 지원하는 걸 (해운 재건의) 출발점으로 삼아보겠다”고 정책 방향을 밝혔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절반이상 부산권 집중
이날 국감에선 해수부의 부산 영남 편중을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은 “해수부 장관, 해수부 실국장,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장을 보면 거칠게 표현하면 부산과 영남 판이고 주요 공공기관도 16곳에서 7곳이 가 있다. 해양진흥공사 세계수산대학이 부산이고 해사법원도 인천과 경쟁하고 있지만 부산에서 가져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도 과다하게 부산에 편중돼 있다. 광양과 부산이 양항 체제라고 말하는 데 예산을 보면 부산과 광양은 15배가 차이 난다. 인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대한민국의 해양수산은 부산밖에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황주홍 의원의 비판에 “(지역 편중 인사는) 해양수산부 운영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 본다”고 동의하면서 “큰 흐름에서 보면 해양수산부의 장차관이 부산 출신이 많지만 고위공무원은 영남 14명, 호남 12명으로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는 (해수부) 장관은 부산 경남에서 많이 배출됐는데 농림부 장관에 호남 출신이 많다”며 “큰 틀에서 농업은 호남, 해양의 수도는 부산이란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인화 의원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분원의 광양항 이전 이전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KMI와 KIOST 분원을 남해안으로 이전할 것을 공약했지만 KMI는 국무조정실 답변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추진사항이 없다고 하고 KIOST도 본원 이전 문제로 (분원 이전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며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대통령 공약은 공약이 아니냐”고 따졌다. 김영춘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해수부 예산, 전체의 1.1% 불과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창원시 진해구)은 해수부 예산 삭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 전체 예산 429조원 중에 해수부 예산은 4조9000억원으로 1.1%밖에 안 되는 데도 정부 예산이 7.1% 늘어났는데 해수부 예산만 300억원 감소했다”며 “이렇게 해서 무슨 해양강국이 되고 어려운 해운 조선을 해소할 수 있겠느냐”고 쓴소리 했다.
그는 “항만운영 경쟁력을 제고하는 예산이 552억원이 감소했고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해양안전관리체계 예산이 54억원 줄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항만시설 보수유지도 166억원 감소했다”고 삭감된 예산 내역을 전했다.
김영춘 장관은 “총액기준으로 내년도 확보예산이 조금 줄었다. SOC(사회간접자본)를 줄인다는 취지로 항만 예산이 줄었다”며 “내년엔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은 “중국은 교통운수부에 해난구조국을 설치해 해경이 아닌 정부부처에서 주도적으로 샐비지(해난구조) 산업을 일괄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는 <세월>호 이후 3년이 지났지만 해수부에 아직도 샐비지 관련 직제가 없다”며 제도 기반 마련을 주문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은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도입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김포에서 제주까지 왕복 항공료가 일반 18만5000원, 저가항공 3만5800원인데, (여객선은) 같은 행정구역인 인천-백령도 왕복이 13만3000원”이라며 “해양도서를 (잇는 여객선을) 준공영으로 (운영해) 교통량을 많게 하고 정주여건을 좋게 해서 해양관광으로 활성화시킨다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준공영제로 확대하기 위해서 내년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은 “2014년부터 해양경찰 총경승진자 42명 중 지방청 근무자는 10명, 현장근무자는 4명에 불과하다”며 “본청에 근무하는 직원이 승진을 독식했다”고 해경 고위직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장관은 “해경청장에게 현장근무자, 특히 승선근무자 출신들을 중간 간부 단계에서 반드시 반영하도록 연구해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도 쟁점이 됐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영천·청도)은 4월9일 미군 초계기에서 발견해 보고한 구명벌이 추후 기름띠로 판명되는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했는지 추궁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은 “제가 알기론 없다.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오후 들어 여야가 전날 청와대의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의혹 제기와 관련한 질의를 놓고 공방을 벌이다 2시간 가량 정회하는 등 파행을 보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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