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붕괴 후 한국해운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최전선에 있는 SM상선이 주목받고 있다.
SM상선은 SM그룹의 컨테이너선 부문 자회사로 지난해 12월 설립됐다. SM그룹은 2013년에 인수 한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을 시작으로 해운업에 진출했지만 정기선 시장에는 SM상선을 통해 첫 진출했다. 당시 SM상선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11척, 광양과 인천 컨테이너터미널을 2300만달러에 인수하며 정기선 채비를 마쳤다.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 집계에 따르면 4일 기준 SM상선의 전세계 운항 선복량은 5만1549TEU로 세계 2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SM상선이 30위권 진입을 꾀할 수 있었던 데는 상위권 선사들이 인수합병(M&A)으로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순위에 공백이 생긴 데다 저렴한 중고선박 구매를 통한 선대 운영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는 “저렴한 중고 선박을 통해 SM상선은 빠르게 선대를 키워 선복량 세계 20위 진입을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8월 현재 SM상선은 총 9만9000TEU 규모의 컨테이너선 18척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6000TEU규모의 용선 5척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선복량의 2분의1 규모의 선박 7척을 MSC와 머스크라인에 단기용선해 주고 있기도 하다. 만약 두 선사에 용선한 선복량까지 포함하면 SM상선은 20위권 진입이 거뜬하고 19위를 차지한 고려해운(KMTC)과 선복량 격차를 2만TEU로 줄일 수 있다. SM상선은 올해 말까지 30척의 선박을 운항할 계획이므로 상위 20위권 진입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SM상선은 6개월 만에 총 9개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6개의 아시아역내 서비스(1개는 슬롯 차터) 2개의 아시아-인도 서비스, 1개의 아시아-북미서안 서비스로 초기 태평양항로에서 2개의 서비스를 운영하려던 계획을 축소해 운영중이다. SM상선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극동에서 미서안북부, 미 동안, 남미서안, 호주, 중동 홍해까지 연결해 현재 5만TEU규모의 운영 선복을 4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SM상선은 곧 대한상선‧우방건설산업과 합병이 추진된다. 합병이 마치면 SM상선 자산규모는 약 1조2천억원으로 확대되고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적선사 13곳과 합심해 한국해운연합(KSP)에도 가입해 선사들과 제휴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선사들은 KSP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연내로 운영규정과 구조조정 대상 항로를 확정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3년간이다. KSP는 한국 해운노선의 품질 향상을 도모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의 신규 선사들은 진입과 동시에 낮은 운임으로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지만, SM상선이 북미운항을 시작한 4월 운임은 하락하지 않았다. M&A 과정에서 경쟁선사가 줄어듦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기존 선사들에게는 위로가 된 반면 SM상선에게는 진입장벽을 많이 낮춰줬다.
드류리는 “SM상선은 단기적으로 상위권 선사들과 경쟁하지 않겠지만 빠른 속도로 중형선사로 도약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다”며 “시장에 저렴한 선박이 많다는 것은 여전히 야심을 갖고 있는 신규 선사가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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