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7 09:36

칼럼/ 격(格)에 맞는 물류

이헌수 편집위원 (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장, 항공대 교수)

근래에 가장 많이 듣는 창피하고 마음 아픈 이야기가 국격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격을 나락에 떨어지게 한 이들을 질타하고 있고 이들이 국격을 훼손함을 통해 초래한 손실은 아마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 국격이 이들만 아니었으면 오랫동안 잘 유지될 수 있는 국격이었는지? 또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국격을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확실한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탄핵에 핵심 이슈가 됐던 뇌물죄와 관련해서도 ‘부패란 관련자들 간의 협업을 통해 일어나며 상대방이 부패에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맞아떨어질 때 일어난다’고 한다. 물론 이번 경우는 여러 기업들이 최고 권력층의 겁박을 받아 이루어진 측면이 대부분이겠으나 우리나라가 이러한 ‘부패가 부패를 낳는 메커니즘’과 거리가 먼 수준의 국격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IMF 등 여러 국제기관에서 분류하고 있는 것처럼 선진국으로서의 합당한 국격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이번의 국가차원의 비극적인 사태를 맞이해, 냉혹히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국가차원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 물류산업의 입장에서도 우리기업의 격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의 격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격에 맞는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고에서의 격은 품격을 말하는 격 보다는 위상, 수준, 자격 등을 의미하며 물류기업, 물류기업 리더, 물류인력의 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물류기업의 격

우선 물류기업의 격과 관련해 각 기업들이 각자의 격에 맞는 미션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할 때, 우리 물류산업의 상생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 첫째, 삼성SDS와 같은 기업이 4PL로서 전략적 공급자관리, IT 기반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공급망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둘째, CJ대한통운, 한진 등 대형 물류기업들이 LLP(선도물류기업)로서 중소물류기업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쉽을 활용한 종합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셋째, 기타 3PL 기업 및 중소 물류기업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4PL, LLP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LLP 및 중대형 3PL 기업들은 과다 경쟁 상태인 국내시장을 넘어 중소 물류기업들과 협력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해외시장에서도 한국 화주기업들 물량을 대상으로 해 과도한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현지 기업 및 외국계 기업 시장을 적극적으로 뚫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물류기업들이 각 위상별로 보여줘야 하는 격이 아닐까 생각한다. 좁고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국내시장에서 위상의 구분 없이 경쟁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물류기업 리더의 격

오늘날 우리 산업이 대체로 그렇지만 물류기업의 리더들은 마치 극지 탐험대를 이끄는 탐험대장과 같이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우리가 당면할 기업환경은 통상적 환경이 아닌 위기 상황에 가까운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와튼비즈니스스쿨의 로버트 하우스 교수가 제시하는 리더의 덕목은 비전, 신뢰, 의사소통, 확고한 가치관, 결단성, 용기를 포함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특히 리더의 비전 제시와 구성원으로부터의 신뢰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리더의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 경영인들이 꼽은 경영 위협요인은 실업, 재정위기, 금융기관 실패 등 막대한 파괴력을 가진 리스크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해당항목을 꼽은 응답자의 비율이 세계 경영인 평균의 1.5-2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들도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요인들을 완화 및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물량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물류산업의 리더는 해외 사업에 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환경 전체로 볼 때 예상되는 가장 힘든 환경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의 혁신기업들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될 산업이 물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DHL의 분석(2016년)에 의하면 향후 5년 내에 가용할 물류 기술에,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물류, 온디맨드 배송, 예측배송, IoT(사물인터넷), 로보틱스 및 자동화 등이 포함되고, 10년 내에 가용할 기술에, 물류 마켓플레이스, 3D 프린팅, 무인기 물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IoT-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 분석으로 연결되는 유통물류 부문은 채널의 구분 자체가 없어지는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장 다이나믹하게 대응해야 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리더의 비전은 확신과 결단력에 기반하고 있고 이러한 확신은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첨단기술의 발전과 이를 물류기업 활동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기업의 주문과 요구에 맞추어 차질 없이 물량을 공급하는데 그치는 수준으로서는 외부에서 바라보고 있는 우리 물류기업의 격에 맞지 않다. DHL의 이노베이션 센터와 같이 최첨단 기술을 물류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는 곳에서 컨설턴트, IT전문가, 영업사원 간의 팀 마케팅을 통해 4PL 역량에 기반을 둔 영업을 하는 수준으로 우리 물류기업의 격이 올라가야 하며 물류기업의 리더들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원들을 잘 관리하기 위한 리더십으로 근로자들과 첨단기술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통합시키고 활용하는 능력, 즉 ‘디지털 포용력’을 들고 있다. 로봇, 웨어러블, VR, AR 등 사람의 힘과 역할을 대체할 많은 장비를 활용해야 할 물류기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시켜야 하며 특히 해외시장의 현지 노동력 활용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언어, 문화 그리고 관습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제적인 격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  

물류인력의 격

 초연결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에서 기대하는 물류인력의 격도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물류산업은 유통, ICT(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무역, 기타 산업과의 융합과 협업이 핵심인 산업으로서 창고관리를 성실히 하고 택배 주문 처리를 차질 없이 하는 등의 수준으로는 격에 맞지 않는다. 물류 서비스에 대한 산업 및 소비자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또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정형화된 물류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우며 새로운 솔루션을 그때그때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하는 물류 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복잡한 문제를 위한 해결대안 창출 능력, 평생 학습 및 지속적인 자기계발 능력, 창의성, 협업 능력, ICT 역량 등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미래 인재로서의 특성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되고 있다. 

또한 물류산업은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모든 산업과 소비자들이 고객이며 이들을 위해 차별화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주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서비스맨으로서의 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도 역시 물류인으로서의 격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맺음말

많은 해외기관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우리 자신들은 오랜 기간 동안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단계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번의 국가적 비극 상황을 볼 때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국격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점은 우리 국민 대부분의 책임이자 한계이다. 따라서 이제 그 책임을 느끼고 나부터 달라져서, 나라의 격을 다시 바로 세우는데 힘을 보태야 하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부터, 강의교안을 이렇게 준비해서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을 이 정도로 준비시켜서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등 반성도 많이 하고 나라가 이렇게 된데 대해 젊은 학생들 볼 낯이 없어서, 학생들 교육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아마 학생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느끼는 바가 많은 것 같다. 강의실 안팎에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고 열중해서 수업을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기업의 제품전략도 ‘양의 시대’, ‘질의 시대’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격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격은 단기간에 획득할 수 없고 오랜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므로 모방이 어려우며 차별적 경쟁 우위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국격과 기업의 격이 자랑스럽게 다시 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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