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기고에서 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유통물류 대응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고, 이번 달에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인 유통과 물류 산업의 융합추세와 물류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지난 4월에도 MBA(경영전문대학원) 하던 시절 기억을 잠깐 이야기 했었지만, 1983년에 미시간 주립대학교 MBA 과정에서 물류를 처음 접했을 때, 유통에서 상적유통과 물적유통이 분리되었으며 이러한 채널분리를 기반으로 물적유통이 보다 통합적인 로지스틱스, 그리고 더 나아가 SCM의 개념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는 물류의 발전과정을 배운 기억이 난다.
그후 물류가 학문의 한 영역으로서 또한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상적)유통과 물류가 다시 융합되는 단계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단 유통과 물류 산업 뿐 아니라 오늘날 많은 산업에서 다양한 유형의 융합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산업 간 융합 및 업역 파괴 추세
오늘날 국내외 유통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마존(Amazon)과 쿠팡은 배송이 그들의 차별화 전략의 핵심 근거로 판단하고 있으며 직접배송을 통한 소비자접점 만족도 제고 및 대응능력 강화와 비용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맞춤형 자체물류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마존(Amazon)의 경우 온라인 유통물류사업을 확대하고 개별 유통업자에 대한 물류 비즈니스가 제공되고 있다.
아마존(Amazon), 쿠팡 등 유통업체의 자체물류 확대 및 물류사업 참여를 통해, 물류업계로서는 대량 화주를 잃을 뿐 아니라 새로운 잠재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쿠팡의 경우 자체배송 비율이 ‘14년 10%에서 ’15년 40%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물류사업 참여에 대한 우려로 인해 8건의 물류업체와의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이와 같이 미국과 한국 유통산업에 있어서 자체 종합 SCM 시스템 구축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마존(Amazon)의 경우 자체 플랫폼 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 판매자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고 운송의 경우, 수천대의 트럭 구입, NVOCC(무선박운송인) 획득, B767 항공기 40대 리스, 배송업체 인수, 우버 개념의 온디맨드 배송 등을 포함한, 배송대행 및 물류 영역으로 확대 모델(Fulfillment By Amazon)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유통물류에 있어서 3PL(3자물류)이 상대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으며, 자체에서 대형 배송센터를 건설한 경우에도 3PL을 통한 운영이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협력관계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라쿠텐(Rakuten)과 야마토(Yamato) 운수가 파트너쉽을 체결해, 3PL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라쿠텐(Rakuten) 온라인 몰 구매 제품을 야마토(Yamato)가 물류를 담당하는 2만5000개 편의점과 지점에서 픽업(pick-up)이 가능하도록 하는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로손(Lawson)과 사가와(Sagawa) 간의 3PL 파트너쉽을 기반으로, 로손(Lawson) 매장을 사가와(Sagawa)의 택배배송 및 픽업센터로 활용하고 있으며, 사가와(Sagawa) 직원이 로손(Lawson) 고객을 위한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물류의 확대는 유통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배송손실을 줄이기 위해 무료배송 멤버쉽 피를 인상했으나 배송비 증가폭이 더 커 배송손실이 증가했다. 따라서 자체물류 물량확대와 유통물류 3PL 영업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및 더 나아가 비용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기업이 자체 물류를 수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규모의 경제 및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은 유통업체가 직접하고 나머지는 물류업체에게 맡기는 등 절충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유통업체와 3PL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품목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를 실제로 분리해 처리하는 것은 여러 한계가 있을 것이다.
유통의 자체물류 확대 이유: 물류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점점 치열해 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들이 자신의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점점 복잡해지고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물류는 3PL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오늘날 유통산업에서 자체물류가 확대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3PL이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에 대해 유통기업이 갖는 불만족이다.
3PL이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에 대한 유통기업의 인식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독특한 특성 및 요구조건을 가지고 있는 유통물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고객을 위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및 프로세스 모델 창출 지원 및 부가가치 창출 서비스가 미흡하다는 불만을 여러 기업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자체물류 확대와 물류자회사 운영을 고려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통산업 고객들을 지키고 확대해야 하는 물류업체 입장에서는 유통물류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유통기업들의 특화된 요구조건에 적응화(customize)하는 능력 제고를 통해 신뢰를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관련된 몇가지 핵심 능력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빅데이터 분석 등에 근거한 수요 및 구매 예측과 이를 활용한 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 능력 확보 그리고 옴니채널 지원 등 부가가치 물류 서비스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많은 유통기업들이 자체물류에 대비해 3PL을 활용하는 물류가 오히려 비용이 더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재하청 배제 등을 통한 비용경쟁력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산업이 그러하지만 재고에 대한 부담이 특히 큰 유통기업을 위해서 신속대응(QR) 능력 제고를 통해 리드타임을 최소화 시키고 이를 통해 유통업체의 재고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유통물류 서비스 요구조건 및 기대수준의 지속적인 증대
특히 온라인 쇼핑의 소비패턴이 가격중심에서 가치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고급품을 포함해 온라인 쇼핑 취급품목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객서비스 기대수준도 상승하고 있다.
공급망관리(SCM)의 적응화 및 차별화 대상이 되는 세분시장이 계속 축소되어 이제는 개인차원으로까지 적응화된 SCM이 요구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eBay Korea)의 스마트 배송관을 통해서,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이기는 하나, 개별고객을 위한 번들링(bundling) 서비스(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다양한 경로 상에서 주문한 제품의 묶음 배송)가 제공되고 있으며, 일본 세븐앤아이(Seven & I)에서도 다업태에 대해 주문이 이루어진 제품을 통합해 배송하고 있다.
이는 개인차원으로 적응화된 SCM 운영을 통해 고객가치 중심의 고객충성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고객 점유율(customer share)를 제고하며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고자 하는 유통기업의 전략이다. 따라서 이를 물류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그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지원하기 위해서는 첨단 유통물류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프로세스 모델의 활용이 필요로 될 것이다.
유통기업의 자체물류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
독신증가, 여성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인해 모바일 등 유통채널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며 쇼핑 소요시간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스마트 소비자들이 최대의 만족을 주는 유통채널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이용함에 따라 유통채널 간에도 점차 경쟁이 치열해져 가고 있으며 따라서 고객서비스 품질의 중요성이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쿠팡의 경우 로켓 배송 시스템을 통해 집하없이 직접 매입한 제품을 자체재고로서 보관하고 있다가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쿠팡맨 시스템을 통해 정직원이 직접 배송해 고객접점에서의 감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시장선점을 위한 초기의 집중적인 투자이기는 하나, 수익성, 투자수익률(ROI) 등의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당일배송 확대 등 배송품질 제고 비용이 매우 높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1개의 배송센터를 통해 익일배송을 할 경우 배송비용이 $27이나 35개의 배송센터를 통해 익일배송을 할 경우 $5로 감소된다. 그러나 재고비용이 6배로 증가함에 따라 총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전국을 익일배송 체계로 지원하는 대규모 네트워크는 아마존 같은 대규모 유통채널만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며 우리 유통기업의 자체물류 확대전략과 관련해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쿠팡은 ’15년에 547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는 자체물류에 대한 투자(4700억원)의 영향이 크다. 특히 로켓배송을 도입한 ’14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7배 증가했으나 물류비가 16배로 증가해 자체물류 전략 및 이에 따른 투자 적정성 검토에 근거한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비용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외부물량 취급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나 쿠팡의 입장에서는 자체상품에 대한 배송의 질 유지 및 법 저촉 문제 등으로 인해 내부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체물류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적 우위 유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성장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맺는 말
멀티채널에서 옴니채널, 그리고 더 나아가 boundless(영역파괴)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유통산업에서 새로운 유통 유형 및 채널의 개발이 지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및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며 이를 물류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유연한 공급망관리(SCM) 체계 구축이 핵심성공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통환경의 변화는 유통산업이 물류산업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전속(captive) 물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물류기업이, 유통물류에 대한 전문성 제고를 통해 유통산업으로 확대하는 필요성을 발생시키기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산업 간의 영역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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