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2 13:13

뒷걸음질치는 철도물류

EDITOR’S LETTER/ 편집장 이경희
세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국 항만물동량은 성장세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3.3% 증가한 256만TEU를 기록했습니다. 외형만 놓고 보면 국내 물류시장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수출입물동량(1467만TEU)은 0.5% 늘어나는 데 그친 대신 환적물동량(1069만TEU)은 7%의 성장세를 구가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단순 거쳐 가는 환적화물의 호조가 전체 항만물동량 성장을 이끈 겁니다. 반면 순수 교역물량은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수출입화물의 둔화로 물류기업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습니다. 수급악화로 운임이 곤두박질쳤으며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습니다.

철도물류는 상황이 더 안 좋습니다. 철도로 수송된 컨테이너 화물은 지난 2012년 113만8000TEU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2014년엔 14%의 감소율을 보이며 94만4000TEU까지 뒷걸음질쳤습니다. 2010년 이후 4년 만에 100만TEU선이 무너졌습니다. 철도의 컨테이너수송 분담률도 2012년 8.3%에서 2014년 6.5%로 뚝 떨어졌습니다.  

철도물류 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마케팅 능력 부재를 들 수 있습니다. 코레일은 지난 2004년 전세형 화물열차(블록트레인)를 국내에 도입해 철도물류 부흥의 전기를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지나친 수익성 위주 운영 전략으로 철도가 이용자인 물류기업들의 외면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블록트레인은 화차 단위로 임대되는 일반 화물열차와 달리 열차 전체를 임대하기에 할인율이 크고 수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물이 적을 때 이용자가 불필요한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건 큰 단점입니다.

코레일은 블록트레인 도입 후 철도물류가 흥행하는 듯하자 경부구간에서 수출과 수입으로 나눠 운영해오던 블록트레인을 전 노선 왕복운행으로 확대했습니다. 대신 화차단위 임대방식은 없앴죠. 적자에 허덕이는 물류부문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유였습니다. 

이용자들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화차를 쓰고 싶은데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열차를 통째로 빌려야 했으니까요. 대부분의 운송사들은 경부구간에서만 블록트레인 계약을 맺고 비용 부담이 큰 지선구간에선 철도에서 공로로 수송수단을 바꿔 버렸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철도물류 부진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기도 합니다. 의왕ICD를 특정 민간기업들이 독점 사용하면서 도로 위주의 물류 전략을 펴고 있으며 이 같은 구조가 장기적으로 철도 기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최근의 유가하락도 가뜩이나 운임탄력성이 떨어지는 철도물류를 더욱 위축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의왕시에서 의왕ICD 1터미널과 2터미널 사이에 위치한 그린벨트 지역에 18만㎡규모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해 물류업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철도특구로 지정된 의왕시가 추진 중인 첨단산업단지엔 정작 철도와 관련 없는 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입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첨단산업단지 조성으로 1터미널과 2터미널 간 교통량이 크게 늘어 의왕ICD의 철도물류기능이 급격히 축소될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의왕시는 단지 조성에 따른 고용효과를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왕시의 계획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곧 의왕ICD 1,2터미널의 통합이 요원해졌으며 철도물류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철도물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물류변화에 걸맞은 전향적인 철도물류 정책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12피트 컨테이너라는 철도에 특화된 수송장비를 개발해 철도물류 발전을 주도한 일본 JR화물은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전환교통보조금의 대폭적인 확대도 물류업계의 바람입니다.

정부와 코레일은 블록트레인 확대 등 이용자가 외면하는 천편일률적인 사업전략에서 벗어나 혁신과 변화를 담은 철도물류 발전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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