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발판 삼아 끊임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일대일로에 관련된 국가들과 오랜 기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중국 본토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슈퍼 커넥터(Super Connector)'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하나 둘 실행에 옮기고 있다. 홍콩 대표단의 이번 방한도 그중 하나다. 홍콩은 아시아의 주요 파트너와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홍콩무역발전국과 홍콩경제무역대표부가 공동주최한 '국제 물류의 중심지, 홍콩 -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세미나가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홍콩의 최근 육해공 물류산업과 인프라 현황을 한국에 소개하고, 양국의 상호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현재 홍콩은 인프라 리셋 中
"일대일로 정책의 교점에 있는 홍콩은 축적된 경험과 제도를 갖췄으며, 이 전략을 지원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다." 홍콩교통주택부 앤서니 청 장관은 홍콩의 육해공 인프라 현황을 소개했다.
최근 홍콩은 고속 성장과 일대일로 정책에 대응하고자 인프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 해운 분야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할 수 있도록 콰이충 컨테이너 부두 수심을 15m에서 17.5m로 확장 준설 중이다. 또한 아시아 각국 선주들을 위해 홍콩 국적이 아닌 선박의 매매중개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항공에서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제3활주로를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시간당 100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며, 연 1억명의 승객 수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화물처리량도 현재보다 2배인 연 89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교통주택부 앤서니 청 장관이 홍콩의 주요 인프라를 소개하고 있다. |
육로에서도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29.6km)가 내년에 완공되면 소요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터미널에서 주하이까지 현재 3.5시간에서 75분으로 감소되며, 주하이와 홍콩공항간 소요시간 역시 4시간에서 45분으로 현격히 단축된다.
청 장관은 "국제간 이동이 더욱 빨라지는 시대에 홍콩은 육해공 물류 접근성을 더욱 향상시켜 서비스 위주의 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과 홍콩이 가입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발족으로 양 파트너간 협력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정책은 홍콩에 새로운 기회
남중국 관문 역할을 하는 홍콩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홍콩의 수출입 물량이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육상으로는 중앙아시아 서부를 거쳐 유럽과 연결하며, 해상으로는 복건성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 인도, 동아프리카, 홍해를 지나 지중해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뜻한다.
홍콩물류산업발전소위원회 프랭키 윅 위원장이 꼽은 홍콩의 기회는 일대일로 정책이었다. 윅 위원장은 "진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홍콩의 물류산업'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대일로 전략은 홍콩의 무역 물류산업에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며 "홍콩은 아시아 주요 물류허브로서 이 정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일대일로 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홍콩의 싱글윈도우 시스템을 중국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중국과 연결되면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연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그는 싱글윈도우를 ITDS(국제무역데이터시스템·통관단일 창구시스템)와 결합해 홍콩이 세계의 국제물류허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일대일로 정책은 기회와 동시에 도전이었다. 부족한 토지와 고령화에 따른 인력 수요 증가 등은 홍콩이 직면한 당면 과제라는 주장이다. 홍콩의 토지는 전체 공급망에 비해 공급부족이 심각하다. 항만 예비 토지와 바지선 정박지, 창고시설, 중차량 주차시설, 화물 야적장 등에서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물류협회는 약 5백만 평방피트의 창고 부족, 홍콩대학교도 원활한 물류 기능을 위해 약 70헥타르(70만㎡ )의 토지가 더 필요하다고 조사를 통해 밝혔다. 이밖에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 참가율도 2012년 58.8%에서 2022년에는 58%로 감소할 전망이다.
“韓-홍콩, 이상적인 물류파트너”
한국과 홍콩이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는 한국 기업이 늘면서 혼잡해진 공급망을 원활히 하려면 홍콩과의 맞춤형 물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콩선부위원회 윌리 린 회장은 '국제 물류의 중심지, 홍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국간 무역량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콩은 이용자가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소비자들은 중산층이며, 전자제품, 의류, 음식, 화장품 등의 한국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경의 벽을 허무는 전자상거래를 장려하고 있어 자국 중산층들의 구매력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생산비용이 상승하며 제조업자들은 동남아시아 등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을 진행 중이다. 린 회장은 "공급망은 지리적으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며, 더욱 확대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삼성의 스마트폰 제조공장 역시 약 80%가 베트남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했다.
린 회장은 물류의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수록 홍콩의 입지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다수의 다국적 기업들은 북중국과 남중국 사업운영을 담당하는 별개의 지역본부를 설립했다. 소포·소화물 대부분은 홍콩으로 우송·항공 운송되고, 보세 트럭으로 광저우 바이윈 공항으로 수송된 후 통관수속을 거쳐 개인구매자·소매자에게 운송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홍콩 공항은 모든 아시아 시장과 연계돼 있으며, 취급하는 화물 절반 이상이 여객기로 운송되고 있다. 그는 "운송 수단의 선택 폭이 다양하고, 운송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홍콩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에 주요 물류기업이 많다는 것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콩에 주재하고 있는 화물주선업체는 1500곳 이상이며, 한국-홍콩 노선상 제3자 물류회사도 100곳이 넘는다. 남성해운, 범한판토스, 장금상선, 흥아해운, 한진해운, 현대상선, DHL, TNT, 쉥커, 케리로지스틱스 등이 홍콩에 둥지를 튼 주요 기업이다. 린 회장은 "홍콩 전체는 자유무역지대이며, 주요 물류기업이 많아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물류 비즈니스 향상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는 홍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5~27일 홍콩교통주택부와 홍콩선주 및 물류기업 대표단은 선주 및 물류협회 대표들과 만찬을 가졌으며, 우리나라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컨테이너 부두를 시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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