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6 13:59

​‘문샷 싱킹’ 테슬라가 몰고 올 물류혁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에 ‘전기차’ 관심

▲테슬라 내부 모습. 사진출처=유투브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테슬라의 CEO 엔론 머스크가 전기차 열풍을 몰고왔다.

테슬라는 엔론 머스크가 2003년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과 설립한 회사로서 대표 제품은 로드스터(Roadster), 모델(Model)S, 모델(Model)X, Gen3 등이 있다. 테슬라가 선보인 모델S는 1세대 전기차가 안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며,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고민은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통해 해결했고, 충전의 불편함도 새로운 방식의 사업모델로 극복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가치사슬을 내재화하고 판매 규모를 확대해 나가며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모델 라인업을 계속 추가할 예정이며, 외부적으로는 특허 공개로 테슬라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기업의 수를 확대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자율주행과 스마트카 기술의 선점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까지 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투자에 기존 업계의 견제는 거세다. 닛산은 전기차부터 충전사업에 이르기까지 테슬라를 견제하고 나섰고, BMW는 ‘Class by Class’로 테슬라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기존 모델을 활용해 높은 가격 문제를 해결했다. 르노, 다임러 등 기존 자동차 기업은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쏟아내며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장환 연구위원은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산업이 고정관념을 깨고, 1세대 전기차의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지적되는 높은 가격·짧은 주행거리에 대한 고민의 해결이다. 전기차가 비싼 원인은 전체 원가에서 최대 50% 가까이 차지하는 전지 팩 때문이다. 테슬라는 수천 개의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연결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이를 해결했다. 또한 주행거리에 대한 고민은 기존 전기차 대비 3배가 훨씬 넘는 대용량 전지 팩으로 해결했다.
 
충전의 불편함도 해결했다. 20분 동안 50%까지 충전이 가능한 테슬라 전용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의 투자비는 전액 테슬라가 부담하기로 했다. 슈퍼차저는 이미 전 세계에 걸쳐 설치되고 있다. 2015년까지는 북미 전역의 98%까지 확대될 예정이며, 유럽과 일본, 중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충전 과금 문제도 파격적이다. 테슬라 모델S의 프리미엄급 모델 사용자는 평생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충전 비용은 모두 테슬라가 부담한다. 충전소 투자에 필요한 비용은 전기차 원가에 포함하고 전기 요금은 태양광 발전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슈퍼차저 충전망으로 수익모델을 내세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충전 관련 특허를 조건 없이 공유하며 전기차 관련 기업 80% 이상과 충전 인프라 관련 협력에 합의하고 있다. 슈퍼차저도 개방해, 커넥터를 보유한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는 소형 도심형 자동차에 적합하다는 고정관념도 깼다. 기존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출시 모델은 닛산의 리프,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벤츠 스마트 EV 등 출퇴근용 소형 도심형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테슬라가 출시한 모델S는 중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동급 내연기관차의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경쟁해 2013년 미국 럭셔리 세단 시장 판매 대수 1등을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이외에도 유럽, 중국 등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가장 먼저 진출한 유럽 시장에서는 노르웨이를 비롯해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등 여러 국가에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인 슈퍼차저를 설치함과 동시에 모델S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테슬라 측은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슬라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전기차 전문 기업이 아닌 기존 자동차 기업’ 이라고 천명하며, 사업 영역도 전기차를 넘어 스마트카 영역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전기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테슬라가 ICT와 융합되는 차세대 텔레매틱스, 운영 소프트웨어, 차량 컨트롤 시스템 등의 영역은 물론 자율 주행 영역을 선도하며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전기자동차, 스마트, 물류의 융합
 
최근 각 산업간 융합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아마존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의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혁신적 사고)은 물류산업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마크페인은 신간 ‘파괴자들, ANTI의 역습’을 통해 “테슬라 효과는 자동차와 2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전방위로 확산된다.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자동차 기업이라고 치부하며 점유율만 놓고 보고 보다가는 순식간에 에너지와 물류 인프라를 테슬라에 점령당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테슬라의 영향력이 에너지와 물류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DB대우증권 역시 올 1월 리서치센터를 통해 ‘테슬라의 모델S가 과연 자동차인가’ 라는 의문을 던졌다. 테슬라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자동차가 아니라, 가장 큰 모바일 디바이스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갤리포니아주 고속열차 계획에 대해 10억분의 1의 투자로 ‘하이퍼 루프(hyper Loop)’라는 차세대 이동 수단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스마트카 시장 주도에도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베일을 벗은 모델D는 오토 파일럿 기능이 있다. 비행기 조종사가 자동 운행에만 완전히 의존하지 않는 것처럼 소비자가 필요로 하고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자율 주행 기능을 ‘오토 파일럿’이라 칭한 것이다. 더욱이 카메라와 음파 탐지기, 다수의 센서, 그리고 실시간 교통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충돌 위기가 감지되면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한다. 이 밖에도 자동 주차 기능 등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현재 다수의 자동차부품 기업과 자동차 기업, 그리고 구글 등 IT 기업이 자율 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몇 차례 시험 주행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단기간 상용화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최근 ‘Future truck 2020’을 통해 미래형 트럭을 선보였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 기능은 약 4천 달러를 추가로 부담하면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에 따라 테슬라의 가치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이다. 정부가 기업에게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기업은 그 범위 내에서 생산활동을 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기준 할당량이 미달되거나 넘치는 경우에는 여분과 부족분을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재를 시행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제도의 1차 시행 기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총 3년간이며, 총 526개의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지자체와 물류업계는 이러한 정책변화에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택배용, 화물운송용으로 전기차량을 구분해 내년 5월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측은 택배차를 시작으로 전기트럭 보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평가 사업자인 서울시립대학교와 함께 전기차에 소요되는 연료비, 유비관리비 등을 분석·검증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배출가스 저감효과 등을 분석·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를 ‘전기차 특구’로 만들겠다고 공헌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현재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해 제주도 전역에 대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이 확정단계에 있다”며 “전기차 검사소와 검사시스템 개발, 전기차 빅데이터 관리센터 건립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 및 민간투자를 유치해 제주가 글로벌 전기차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할 것이다”고 밝혔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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