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6 11:00

“3년내 2000억 매출 기업으로 성장 목표”

특별인터뷰/ 창립 30돌 동진상선 오융환 사장
‘스텝바이스텝’ 회사문화 기반 착실한 성장 이룰터
동남아항로 안정화 방안 모색 중

●●●동진상선이 지난 9월20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동진상선은 경기불황으로 국내선사가 합종연횡을 거듭하던 1984년 출범해 한일항로를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2005년 취임해 올해로 취임 9년째를 맞은 오융환 사장은 그 동안 본사 이전, 첫 신조선 인수, 동남아항로 진출 등 회사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오 사장은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3년 안에 회사 매출 규모를 2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사업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 하드웨어를 강화하고 이미지 제고에도 힘쓴다는 각오다. 항차 증편이나 사선 투입 등 최근 진출한 동남아항로 안정화 구상도 소개했다. 다음은 오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올해로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동진상선 CEO(최고경영자)로서 고객과 모든 거래처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30년 동안 어려운 시기가 많이 있었다. 특히 과거 10년 동안 여러 가지 하드웨어나 시장환경 문제 등이 불거졌다. 중국이나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신규 선사들이 진출해 경쟁이 심해졌다. 그런 환경에서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고객과 거래처에서도 우리 회사를 많이 도와주셨다.

지난 30년을 간략히 말씀 드리면 동진상선은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웃음) 아시다시피 저희는 근해선사다. 아직까지 매출액의 60%가 한일항로에서 나온다. 한일항로가 안정적인 시장이라 회사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다. 다른 항로였다면 경쟁이 심하기에 회사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매출액은 중견선사 규모로 성장했다. 향후 30년은 3-5-10(3개년 5개년 10개년) 전략을 세우려고 한다. CEO 입장에서 회사 매출을 몇 년 간 얼마나 성장시키고 항로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역시 동남아항로밖에 없다. 동남아항로에서 우린 후발주자다. 그만큼 우리가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가 많다. 앞으로 빠른 시기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3년 후에 동남아에서 일정 부분 매출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내년에 대표이사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회사 경영에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동진상선에 취임했을 땐 과거 금융 분야에서 일했기에 (해운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했다. 그걸 극복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지식 부족과 인맥 문제 등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당시엔 배를 잘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배를 어떻게 운영해야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분석했다. 그때 기억하기로 저희 회사는 벌크서비스를 주력으로, 컨테이너를 서브로 하는 곳이었다. 자사선도 벌크선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용선이었다.

컨테이너와 벌크선 사업은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컨테이너선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서 한일항로가 주력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 당시엔 한일항로 중심노선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이나 한신(고베·오사카) 지역에 투입할 적당한 배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용선을 찾아봐도 없어서 상당히 고생한 기억이 난다. 그랬기에 매출을 어떻게 하자라든가 몇 년 후에 이렇게 되고 싶다든가 하는 계획은 솔직히 말씀 드리면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동진상선은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직원들이 많다. 회사 분위기도 가족적이다. 회사가 커나가면서 어려움과 문제점이 많았지만,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또 직원들의 헌신으로 고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저희 직원들이 고객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게 뭔지 조사를 다 했더라. 또 한 가지 말씀 드리면 최근 몇 년 사이 선복 과잉 시황이 도래해 선사들이 고생하고 있지 않나. 우리도 몇 년 전 신조를 검토했다가 금융 조달 문제로 신조 계획을 미루고 용선으로만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게 용선료가 크게 떨어져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되더라. 그런 이유들로 회사 체력이 강화됐고 항로 확대에도 성공했으며 공동운항 파트너에게도 좋은 인식을 줄 수 있게 됐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직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운도 좋았다.(웃음)

제가 오기 전부터 우리 회사에 묵시적인 합의사항이 있다. 바로 ‘스텝바이스텝’이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회사의 성격을 규정하면 스텝바이스텝이라고 하더라. 지금 현 시점에 최선을 다 해보고 다음 단계로 가보자는 분위기다. 이 같은 회사 문화 때문에 전략을 정할 때 신중을 기할 수 있었다.

Q. 동남아항로 진출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 실적은 어떤가?

작년 8월부터 선복을 빌려 동남아항로를 시작했다. 베트남과 태국 지역이다. 동남아항로를 시작하면서 회사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남아를 서비스함으로써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장하기 위해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지 않나? 회사가 미래 전략을 짤 땐 고객의 요구를 먼저 살펴야 한다. 가깝게 지내는 화주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동진상선이 동남아항로를 진출해야 한다고 하더라. 한중과 한일로만 회사를 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조언이었다.

앞서 연간 매출 목표를 말씀 드렸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선 어느 정도 물동량이 있는 곳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좋은 파트너가 있으면 공동운항을 하면서 화주의 요구에 맞춰 사업할 수 있는 곳이 동남아항로다. 동남아항로 진출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저희는 배워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는 운항 주기를 늘린다든지 자사선을 띄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올해 선복과잉 문제로 모든 항로에서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 동남아항로 진출로 새로운 투자도 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행히도 회사 내 관리조직의 노력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여러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년부터 ‘30주년이다’는 말을 많이 해서 그런지 직원들이 120%를 해준 것 같다.(웃음) 결과적으로 말하면 괜찮다. (회사 실적이) 작년 수준은 될 것 같다. 동남아를 안정화시키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어려움이 뒤따를 걸로 예상한다. 다만 올해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안심을 하고 있다.

Q. 신조선을 짓고 있다.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내년 4월 말에 1000TEU급 신조선박이 나온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투입을 생각하는 곳은 2개 항로다. 좋은 (공동운항) 파트너를 찾을 수 있고 항로 확대가 가시화된다면 새로운 항로에 투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한일항로에 띄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볼 때 한일항로의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다. 메인항로에 1000TEU짜리 배를 보내는 선사도 있다. 1000TEU급 선박을 보내는 선사들이 메이저 선사들이라 앞으로 한일항로의 선박 대형화는 보편적인 추세가 될 걸로 본다. 공동운항선사와 교류하려면 같은 규모의 선박을 띄워야 하지 않나? 현재 다각적으로 분석 중이다.

Q. 엔화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력사업인 한일항로의 올해 상황은?

다행히도 엔화 약세가 아직 숫자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물동량이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006~2007년에도 한번 원화가 지금처럼 폭등한 적이 있지 않았나? 그때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무역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1~2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같은 결과를 내지 않겠나 생각한다. 해운업계뿐 아니라 제조기업도 상부상조하면서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라의 단결이 1~2년 동안 가장 중요하다.

한일항로 운임은 게이힌이나 한신 등 메인항로에선 올해도 운임회복을 도입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 항로는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회원사간 합의를 통해 운임회복의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능히 안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저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간몬(關門) 지역을 비롯한 한일 로컬항로는 선사간 합의를 이뤄내는 게 어렵다. 게다가 새로운 배를 투입하면 기존에 취항하던 선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계선을 시킬 순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메인포트나 짐이 있는 (로컬) 지역으로 보내 운임에 상관없이 운항을 하면서 선복과잉이 일어나고 있다.

Q. 회사의 중장기 전략은?

일단 향후 3년 목표를 2000억원 매출 달성으로 정했다. 간단치는 않겠지만 목표는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 대략적으로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로 (목표치를) 보면 될 것 같다. 중심이 되는 항로가 동남아다. 공동운항 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데 신경 쓰고 화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작년 75%에서 올해 60%로 떨어진 한일항로 비중을 가까운 미래에 50%까지 낮출 생각이다.

아울러 회사 이미지 개선에도 힘쓰겠다. 우리 회사가 아직 후발주자 또는 마이너 선사란 인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회사를 발전 도약시킬 계획이다. 후발주자는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수업료를 아끼면서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매출이 2000억원 3000억원 되는 회사라면 긍지나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다. 이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하드웨어 확대나 직원 복지, 인재영입, 고객과의 상부상조 등 대내외적으로 투자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우리 회사를 후발주자로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 일본을 라이벌로 정하고 도전하지 않았나?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핵심’은 가지고 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역시 스텝바이스텝 문화다. 저는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회사에 온 뒤 지난 10년 동안 직원들에게 배운 생각이다. 저희 직원들은 끈끈하다. 분석도 잘하고 비용도 아낀다.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시작해보자는 생각은 안 된다. 파트너선사 임원 되시는 분이 말씀하시더라. 1000만달러를 번다면 200만~300만달러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회사 이익으로 이월해야 한다고. 상당히 좋은 생각이다. 여유가 있으면 투자를 해야겠지만 회사의 규모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하다.

Q. 직원 복지에 대한 생각은?

직원에 대한 복지는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앞으로도 개선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직원도 피드백이 있어야 회사를 위해 헌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기 생활이 좋아지면 좋아지는 이유를 알아보지 않나? (직원들이) ‘회사덕분’이란 생각을 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Q. 향후 해운 시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시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경기가 당분간 불투명할 것으로 본다. 특히 유럽발 경기가 좋아질 걸로 기대했다가 최근엔 디프레션(경기침체)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나빠지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같은 근해선사는 중국시장 상황이 중요한데, 유감스럽게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일본은 아직은 물음표지만 엔화가 크게 떨어져도 (일본) 수출이 올라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황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동남아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선사들이 진출해서 경쟁하고 있기에 거기서 돈을 벌긴 쉽지 않다.

Q. 정부 또는 업계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여태까지 해주신 것처럼 저희 동진상선을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저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유지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또 앞으로 ‘동진상선은 기대감을 갖고 볼 수 있는 거래처’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정부엔 중국이나 일본처럼 선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원을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일반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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