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1 09:11

기자수첩/택배기사의 하루


지난달 택배기사와 동행취재를 했다. 택배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본인도 배달 업무를 할 것을 자처했다. 실제 택배기사의 업무를 경험해봄으로써 이들의 고충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각 가정과 사무실을 방문해 ‘고객’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생각보다 육체적인 노동량이 많았다는 점이다. 한정된 시간에 200여개에 달하는 물건을 배송하려다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일은 다반사다. 생수나 휴지 등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나르는 경우에는 노동의 강도가 배로 증가했다.

함께 동행한 택배기사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면서 생수나 휴지 등 주문량이 많아졌다”며 “과거와 비교해 물품의 부피나 무게가 늘어나다보니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도 다소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택배기사를 대하는 사회적 시각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들의 업무영역은 문전배송이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택배기사를 잡부 부리듯이 하대하며 ‘창고로 넣어놓고 가라’고 하는 등 홀대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사회가 흉흉해져서인지 일부 고객은 택배기사를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며 얼굴조차 보길 꺼려했다. 이들은 집안에서 ‘택배물건을 집 앞에 두고 가라’고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사실 육체적인 노동은 각 지역의 동선을 파악하고 업무의 노하우를 터득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이 택배기사를 대하는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들도 한 가정의 구성원이고 누군가의 자녀다. 사회가 아무리 흉흉해졌다 하더라도 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는 변해야 할 것 같았다.

택배를 수령하는 이들 중에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꽤 있을 터인데 본인들도 고객을 대하는 입장에서 ‘이해심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도 집 밖을 나서면 감정노동을 토로하는 ‘을’의 입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택배기사의 수익은 그렇게 낮지 않았다. 물론 각 개인의 편차가 있겠지만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만큼 평범한 직장인과 비교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식사도 거른 채 늦은 밤까지 뛰어다니는 이들의 노동량을 본다면 결코 많은 금액이라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간혹 고객과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집 앞에 물건을 뒀다가 분실이라도 되면 이는 100% 택배기사가 보상해야 한다. 또 고객이 물건을 받은 뒤 하자가 발생하면 이 부분도 택배기사와 운송기사 등 관련자들이 비율을 나눠 보상을 진행한다.

이래저래 여전히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물건을 배달하다보니 왠지 보람을 느꼈다.누군가 목 빠지게 기다리던 연애편지를 배송해주던 우체부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택배업은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교두보다. 누군가 애타게 기다릴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누구보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하는 택배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길 기대해본다.<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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