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전국 컨테이너 항만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해에 견줘 증가했다. 특히 인천항은 개항 이래 최초로 연 컨테이너 물동량 200만TEU를 달성했고 광양항의 한국국제터미널도 개장 11년 만에 500만TEU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도 중국항만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며 세계 5위항만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부산항은 북항(구항)에서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전으로 임대료 문제와 북항 재개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북항 통합, 시작은 했지만 ‘걸음마 단계’
지난 10월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은 부산 그랜드호텔에서 통합운영회사 설립을 위한 주주협약서를 체결했다. 감만부두 운영업체 통합은 그간 해양수산부가 부산항 북항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부두 운영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안이다.
부두생산성 제고와 항만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뤄진 협약서 체결은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추진됐으나 무산됐던 통합노력이 마침내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감만부두 운영사들은 이번 통합이 부두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줄여 운영여건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일 이 세 운영사의 통합법인인 BIT(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가 출범했다. 이 세 운영사는 지분율을 각각 33.3%씩 나눠 가지며, 감만부두 4개 선석 중 3개 선석을 운영할 예정이다. 통합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통합법인은 출범한 상태지만 장비, 시설문제 등 완전 통합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조만간 실질적인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만부두의 운영사 통합 후 신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의 운영사 통합도 향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운영사들의 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10월 한진해운·세방·인터지스는 통합과정에서 가장 힘이 드는 주주협약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현재는 실질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노사문제, 하드웨어적인 공사 등의 세팅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항 통합 의견은 하루 이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여러 운영사에서 계속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체들간 의견이 조율되고 최종확정이 되면 해수부는 이를 고려해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북항 통합안은 지난해 초부터 추진됐다. 부산항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동 현상으로 북항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자 운영사들이 임대료 인하 등 과다 출혈경쟁을 벌이며 모두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북항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09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일부 터미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운영사들이 마이너스 영업이익율을 보이며 운영수지 또한 심각하게 악화됐다.
특히 CJ대한통운의 자회사인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이하 KBCT, 옛 신선대터미널)은 부두임대료가 200억에 달하며 1년째 체납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CJ대한통운은 올해 6월과 11월 두 차례 KBCT에 총 24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KBCT의 실적은 2006년 1월 부산 신항이 개항하면서 나빠지기 시작했다. 신항 개항 이후 기존 북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대거 신항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산 북항의 이슈는 신항으로의 물량 이전 가속화다. 신항으로 물동량이 이전되며 북항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 앞으로 업계의 향방은 해양수산부나 부산항만공사의 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항만하역업을 하기가 쉬운 곳이 없다보니 자율경쟁체제하에서 업체가 마구 난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항만 시설공급과 물동량 수요에 괴리가 발생했기 때문에 시설을 줄이거나 용도변경을 하는 등 정부측에서 정책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PA(항만공사)는 임대료를 받는 입장이라 부두기능을 전환시키면 임대료에 변화가 와 수익성의 문제가 생기며 정부는 고용창출면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다. 또한 업계입장에서는 이윤극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입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허치슨, 감만 1선석 반납
운영사들의 북항 통합도 있었지만 운영권을 반납한 부두운영사도 있다. 홍콩계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한국 허치슨은 지난 5월 감만 선석 운영권을 반납하겠다고 통보, 지난 10월31일부로 감만 전체 4개 선석 중 1개 선석 운영권을 반납했다. 반납된 1개 선석은 현재 인터지스가 임시로 사용 중이다.
허치슨 측은 감만 선석을 오는 2027년 12월31일까지 운영하기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간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기에 조기반납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같은해 허치슨 측은 물동량 급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자성대부두(5개 선석) 중 3개 선석을 2014년까지 반납하겠다고 부산항만공사에 통보했지만 일부 선석만 반납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해수부는 자성대부두 재개발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TF는 박준권 항만국장을 단장으로 부산항만공사(BPA),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관련 기관과 전문가 8명이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산 북항 재개발과 관련해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 등 큰 틀을 그려나갈 것이다”며 “우선 기본구성이 나와야 허치슨터미널의 향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당초 부산 북항 2단계 재개발을 오는 2020년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마스터플랜 내용에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 시기, 재개발 콘셉트, 사업 주체와 방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허치슨 측은 조기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치슨 측은 2단계로 되어 있는 자성대부두 재개발을 조기개발하면 지지부진한 1단계 사업추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해수부는 부산 북항 2단계 조기 재개발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기 재개발 때 불거질 수 있는 허치슨에 대한 처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2019년 이전에 자성대부두를 조기 재개발하게 되면 정부는 허치슨 측에 남은 임대기간만큼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성대부두는 지난 2007년 해양수산부 고시로 북항재개발 2단계 지역으로 지정됐다. 북항재개발사업 1단계는 북항 1∼4부두와 국제·연안여객터미널 일대 153만2천419㎡를 국제해양관광 거점이자 시민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당초 사업계획안이 크게 변경되는 바람에 상부시설 건립 우선협상대상자인 GS건설컨소시엄이 타당성을 재검토하면서 실시협약을 맺지 못하는 등 추진일정이 1년 6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 정치권은 자성대부두와 우암부두 일대까지를 통합 재개발해 ‘국제해양관광특구’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이 일대를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해양경제특구’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해양경제특구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위한 비용 1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시키는 등 특구 지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부산 시민이 원하는 것이 경제특구인지 관광특구인지 의견을 들어 검토하겠다”며 “북항 2단계 조기착공요구가 높은 만큼 가능한 한 조기에 개발한다는 원칙 아래 내년에 관련 용역을 진행해 정확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 북항의 운영사 임대료가 형평성에 맞게 책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북항 운영사 한 관계자는 “북항에서 잡화 및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다목적 부두와 컨테이너만을 처리하는 컨테이너부두의 임대료 차이가 너무 커 온당하지 않다”며 “물량도 없는데 임대료 부담이 가중돼 운영사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항과 신항의 물동량 수급균형과 알맞은 임대료 산정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보이며, 북항의 부두 용도변경이나 신항으로의 이전 등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컨’터미널 지분매각 이뤄지나
한진해운이 최근 국내외 터미널 지분매각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내외 터미널 지분매각이다. 한진해운이 지분을 보유한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은 부산신항만과 미국, 스페인 등 10곳이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은 올 상반기 매출 415억원 순이익 30억원을 냈다. 한진해운은 알헤시라스 터미널 운영을 위해 설립한 현지법인 지분 100% 가운데 49%에 대한 매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신항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한진해운신항만도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진해운신항만은 지난해 매출 1531억원 영업이익 345억원을 냈다. 한진해운이 51% 재무적투자자(FI)인 IMM인베스트먼트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터미널 지분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현금 3천억원가량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정확한 금액과 방식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1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려는 자구책에 세우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 등 자산을 팔고 영구채를 발행받아 현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 6일 현대상선은 현대부산신항만 지분매각 추진 보도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매각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증권매각관련 공시에서 언론에서 속속들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시에 언급된 사항 외에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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