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2 16:09

항공업계, 이벤트 리스크 신용도에 영향 커

재무적 완충장치 마련이 최고의 대응능력

2012년 외국인 입국자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하고, 내국인 출국자수도 1400만명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3년 들어서도 9월까지 누계 출국자수는 전년 동기대비 9.6% 늘어난 11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여객수요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대 이하의 영업실적을 받았다.

지속적인 항공기 도입으로 공급능력이 확충되면서 매출액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2011년 이후 글로벌 경기 부진 등에 따른 국내발 항공화물 수요 위축에 국제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영업수익성은 2010년을 고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한일관계 악화 및 엔저 효과, 중국 AI발생 등 항공운송업 특유의 이벤트 리스크 여파가 더해지면서 2012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항공사들은 3분기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영업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으나 시장 환경 변수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항공사들의 영업수익성은 사업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로 대별되는 계절성을 보이는 한편 외부 환경변수에 따라 기간별로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 전체 영업수익성 역시 높은 기간별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변수, 일본 대지진과 엔저 효과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양대 국적항공사를 중심으로 최근 항공사의 손익 변동성을 보다 확대시키고 있는 이벤트 리스크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짚었다. 한구기업평가의 김봉균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년간의 주요 영업수익성 변동 요인을 정리하고 2008년~2009년에는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및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었다면, 2010년은 항공수요의 탄력적인 회복과 환율 하락이 변수였다고 밝혔다. 2011년 이후에는 유럽 재정위기발 글로벌 경기둔화 및 유류비 부담 상승, 일본 대지진과 엔저 효과로 대별되는 한일노선 부진을 수익성악화의 요인으로 꼽았다.

항공업계에서의 이벤트 리스크란, 테러나 전쟁, 지진, 외교 분쟁 등 예측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사건·사고의 발생에 따라 항공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항공사 수익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특히 특정 지역 노선의 매출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지적 이벤트 발생에도 매출 및 손익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본노선의 부진을 들 수 있다. 국적 항공사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은 국내 출입국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이다. 전체 입국 수요의 40%를 넘나드는 일본발 입국자 수는 2013년 8월까지 182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4%나 감소하며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고수익 노선인 일본노선의 부진은 여객 매출비중과 노선 분포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결국 양대 국적항공사 실적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경제성장에 따라 해외 여행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지리적 이점과 인천국제공항을 매개로 한 환승수요 및 주변국과의 외교 분쟁에 따른 반사 효과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이미 2010년부터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입국 수요가 폭증하면서 AI(조류독감) 우려로 인한 출국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 누계기준 전체 출입국자수의 3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10월 중국의 여유법 시행 이후 여행상품 가격급등 등으로 인한 일정 수준의 입국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일노선은 양대 국적 항공사들에 있어 매출비중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주요 노선으로 알려져 있다. 여객 매출액을 기준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평균 매출비중은 대한항공이 약 15%, 아시아나항공이 20% 내외를 기록했다. 양사 공히 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인 2011년 2분기에 다소 큰 폭으로 매출비중이 감소한 바 있으며 2012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양사 합산 실적을 기준으로 분석한 한일노선의 여객 수익률(Yield)은 전체 여객 평균 수익률의 약 2배 가량 되는 단일노선으로서는 최고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선 및 기재 재배치로 시장변화에 대응 제고해야

한기평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업계에 이벤트의 발생은 항공운송 수요 위축으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는 수개월 이내의 단기적 영향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기적 수요변동에도 고정비 비중이 높은 항공운송사업 특성상 큰 폭의 수익성 저하로 귀결될 수 있으며, 자금운용상의 부담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특정 지역 노선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지적 이벤트 발생에도 매출 및 손익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벤트 리스크는 항공운송산업에 내재한 고유한 리스크로 항공업 신용평가시 신용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국내외 지역별, 노선별 운임수입의 분산, 여객 vs 화물운송 매출비중조정 및 기타 운송 외 사업으로의 다각화 등을 통해 사업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나아가서는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기재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노선 및 기재 재배치 등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사 신용평가시 이러한 사업위험 분산 능력에 대한 점검은 필수적이다. 이벤트 리스크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로 인한 위험으로서 그 여파역시 측정 불가능해, 사업위험 분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벤트 발생에 따른 일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무적 완충능력을 보유해야한다. 큰 폭의 실적 저하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 재무적 완충장치가 확보되지 못한다면, 단기적 자금 불일치로 인해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국적항공사들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화물부문 부진과 고유가로 인한 유류비 부담, 여기에 더해진 이벤트 리스크 등으로 실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김 연구원은 “유가와 환율 등 주요 영업환경변수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기간별 손익 변동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선 다변화와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위험 분산 노력과 일시적 충격에 대비한 재무적 완충능력 제고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특히 양대 국적항공사들은 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항공기 도입이 계속되면서 재무 부담이 상당 폭 높아진 상태이기에 무엇보다도 재무 부담 완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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