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오랜 시간 자주 만나야 마음을 열기 때문에 인간관계(꽌해)를 중시하고, 가구당 오토바이를 1대씩 보유하는 등 신속하고 부지런한 특성이 있습니다. 또 하노이 보드카를 즐겨마셔 끝장을 보는 음주문화가 있으며 자존심도 아주 강합니다. 손재주 역시 뛰어나며 부모님에 대한 효를 중요시 합니다.”
코트라 권경덕 차장이 몇 년간 베트남에 거주하며 직접 피부로 느낀 경험을 털어놓으며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한국-베트남 유통물류 협력방안 세미나’를 대한상공회의소회관에서 열고 베트남과 한국 측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은 경제성장률 5~6%대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입 역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66억불에 불과했던 수출은 2013년 1300억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688억불 수준이던 수입 역시 2013년 1290억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GDP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농산물이다. 베트남에서 농산물은 GDP의 22%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의 33%에 달할 정도로 무역수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더라도 농산물만큼은 항상 흑자를 유지하며 도농간의 소득 격차 해소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베트남 농산물의 수출물량은 세계 2~3위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양호한 기후조건 또한 베트남이 농산물 수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다. 베트남은 지리적 특성상 농지와 수자원이 풍부하며 연간 2모작 또는 3모작이 가능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농산물은 대규모 수확에도 불구하고 저생산성을 비롯해 미흡한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 농촌정책전략연구소 관계자(Pham Minh Tri)는 “베트남의 농산물 수출량은 높은 편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며 “항만이나 물류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연결 조직성이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농업의 문제는 저생산성, 낮은 품질, 원재료 수출, 부적절한 기술 수준(수확후 기술, 가공기술 등) 브랜드 되지 못한 품목 등으로 농산물 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농가소득이 낮은 원인을 초래하고 있다.
생산에서 수출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보더라도 상당시간이 소요됨을 알 수 있다. 커피콩을 예로 들면 커피콩은 일반적으로 가공 2~4일, 저장 7~28일, 운송과 통관이 3~5일, 목적지까지 운송기간이 20~30일 정도 소요된다. 이처럼 수출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강을 이용한 수로운송이 주를 이루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베트남의 커피 가치사슬에 있어서 각 단계별 창출된 부가가치액의 비중을 보면 생산자 21%, 수집상/가공업체 10%, 국제무역업체 18%, 수입국의 가공업체 29%, 소매상 22% 등으로 베트남 커피 수출가격은 다른 나라 판매가격보다 톤당 50-70달러 정도가 낮은 수준이다. 이는 취약한 가공능력이나 브랜드화가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촌정책전략연구소 관계자(Pham Minh Tr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P.P.P(More investment Public and private partnership) 형식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베트남 시장의 문제점은 각종 이해관계자의 조직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냉동시설과 저장시설이 많이 취약하다”며 “이러한 낮은 수준의 공급망을 더 끌어올려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민간의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성공적인 한국 농산물 유통정책이 베트남 농업 발전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자본, 기술, 경영 노하우와 베트남의 생산 잠재력이 함께 접목되면 양국의 농식품산업 발전과 농가소득 및 국민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은 9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농업개방화 과정을 겪으면서 농업정책과 관련 제도의 확립을 통하여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노력을 해 왔다”며 “양계, 양돈, 일부 채소와 과일은 어느 정도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농식품산업의 전후방산업은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단계이다”고 말했다.
김용택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하는 유통·물류 분야의 협력 사항은 ▲대도시 도매시장의 현대화 시설 및 운영 ▲산지 유통시설의 건립과 운영 ▲공공 서비스 제고 ▲농산물 유통기본법 제정 지원 ▲유통 조직의 육성으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베트남 정부의 교통망 확충 계획으로 유통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농산물 부가가치 제고, 생산자와 유통관련 업체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경험이 축적된 미곡조합처리장, 농산물 유통센터 등의 건립을 통해 베트남 농산물 유통시설의 건립과 운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농산물의 등급화, 표준화, 식품안전 검사를 통한 서비스 제고와 농산물 수급안정을 등을 위한 기본법 제정 지원, 품목별 조합 등 생산자 협동조직 육성 등에 대한 협력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유통시설의 현대화의 필요성을 느껴 시장개방을 통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중앙도심의 조건으로 유통망 구성을 의무화 하는 등 유통·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베트남 전역에는 551개의 슈퍼마켓, 89개의 쇼핑센터, 2000여개의 편의점이 들어섰다. 더구나 대형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매장 증설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규모는 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진출에 앞서 충분한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영어구사자가 소수에 불과하고, 산업구조가 불균형해 내수시장 기반이 취약하다. 또 여전히 사회주의 거래관행이 남아 있으며 바이어규모 역시 영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충분한 시장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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