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 정박한 요트. |
“항해와 여행의 다른점을 아시나요? 비행기표를 사고, 기차표를 사고, 버스를 타고, 혹은 유람선표를 사서 노선에 따라 정해진 곳에 가서 그 지역을 둘러본 뒤 예약된 숙박시설에서 묵고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라면, 내가 길을 만들어 가는 것, 탐험과 같은 것, 예기치 못한 일들이 항상 벌어지고 또 극복해가는 과정이 항해지요.”
‘요트 잘 타는 법’의 저자 김병욱씨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요트는 소수의 마니아층 혹은 상류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드라마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요트의 모습도 호화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요트는 쉽게 즐길 수 없는 고비용의 호화스러운 레저활동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병욱씨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요트를 즐긴다. 그는 포장용 상자를 분해해 길이 3미터의 작은 요트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기도 했고, 합판과 에프알피로 카타마란을 직접 제작해 가족들과 한강에서 직접 타기도 했다. 또 1992년에는 하와이에서 바하마제도를 거쳐 한국까지 8000마일에 달하는 거리를 32피트 슬루프 요트를 이용해 항해했고, 2011년에는 멕시코 걸프를 가로지르고 바하마 제도를 거쳐 바리브해와 대서양에 이르는 3000마일을 항해했다.
우리나라에도 왕성한 활동으로 요트의 보급과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단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창립한 (사)한국마리나항만협회가 바로 그곳. 학자, 실무자, 일반회원 등 150명의 회원이 가입한 이 협회는 ▲조종면허시험장 시설을 활용한 요트학교 운영 ▲요트 문화 대중화 선도 및 지역 네트워크 형성 ▲바다의 청결도 측정 ▲운전법 및 항해법 지도 ▲정책건의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규모의 클럽하우스(알리아요트클럽)를 운영해 일반인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요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김인학 한국마리나항만협회 회장은 “일본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중고 요트를 비싼 가격에 파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협회를 만들게 됐다”며 “우리는 경기용이 아닌 순수한 해양레저를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협회 창립 동기를 밝혔다.
그는 “협회에 가입하는 회원들과 요트의 부품조달, 정보교환, 국내부품제고조사 등을 함께 공유하고, 제작과 판매 그리고 수리를 함께 실시한다”며 “각 지방에 위치한 회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협회회원은 각 지역의 요트를 저렴하게 이용하거나 무료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마리나항만협회의 초청으로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한 전곡항을 방문했다. 취재당일 강풍으로 인해 항해는 취소됐지만, 전곡항에 계류된 몇몇 요트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요트의 종류는 다양했고, 각 요트의 비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 이유는 요트를 즐기는 목적에 따라 요트의 크기와 기능, 내부시설이 조금씩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요트는 크게 ‘데이세일러’와 ‘크루즈세일러’로 나뉜다. 데이세일러는 먹을거리와 옷가지를 챙겨 가벼운 마음으로 요트를 타고 아침에 항구를 빠져나가 항해를 즐기다가 당일 혹은 그 이튿날 항구로 돌아온다. 반면 크루즈세일러는 모항을 떠나 다른 항구로 먼 항해를 하게 되므로 긴 항해를 하는 동안 겪게 될 많은 모험에 대비를 해야 한다. 또 항해 도중 혹은 목적 항에 도착했을 때 스스로 요트의 정비, 점검, 보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박창호 한국마리나항만협회 부회장은 “배를 타는 것에 대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많은 국민들은 배를 타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요트를 자주 접하고 요트가 공간인지능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착되어야만 보급화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창호 부회장은 이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마리나를 운영하고 요트를 100척쯤 구매해 국민들 누구나 쉽게 요트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요트를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국가레저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협회는 한·중·일 요트 교류를 확대하고, 외국의 마리나 단체와 교류함으로써 마리나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정보교환과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동해안권 도시의 마리나와 교류를 통해 한·중간 마리나 협력방안 모색 및 요트항로 개발 등을 상호교류 한다는 방침이다.
김인학 회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마리나를 개발해 지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마리나를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리나의 설계는 항만과 다르기 때문에 마리나를 새로운 산업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2014년도 크루즈산업 육성에 예산을 확대 하는 등 해양레저 산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운영중인 마리나 20개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이 조성한 것이다. 더구나 계류시설 규모 200척 이상인 곳은 2개소(화성 전곡, 부산 수영만)를 불과하고, 대다수 마리나(15개소)가 10~60척 수준의 영세한 규모다. 총 계류가능척수는 1542척으로 등록 요·보트 척수 대비 계류시설 확보율이 약 18% 수준으로 시설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동력 요·보트 등록척수가 2006년 대비 약 43배 증가한 9천여 척이 등록돼 있으며,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보유자수는 약 12만6000명으로 2006년 대비 2.23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분야별 전문가의 평가와 연구기관의 연구검토를 거쳐 13개소를 ‘거점형 마리나항만 대상지’로 선정했고, 민자사업 진행여부, 기반시설 조성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중 6개소를 ‘국가지원 거점형 마리나항만 대상지’로 최종 선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질이 오염되고 녹조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까지 겪은 낙동강에 마리나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MINI INTERVIEW
김인학 회장
(사)한국마리나항만협회 김인학 회장. |
Q. 마리나 산업에 적극적이다. 그 이유는?
A. 어려서부터 바다가 좋았고, 바다와 관련된 대학교를 입학해 졸업했다. 지금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보니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다와 관광을 연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해양산업 중 요트가 레저산업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한국의 마리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항해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통상적으로 부산에서 대마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전에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사전신고를 했지만 일정보다 일찍 도착했다. 이 때문에 2시간 동안 배에서 체류했는데, 근무자들의 퇴근시간이 지나 배에서 숙박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각 나라별로 해양관련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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