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3 16:11

이론 기초 없는 실무는 ‘사상누각’

인터뷰/인천대학교 안승범 원장
인천大 동북아물류전문대학원…세계최초 물류전문대학원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안승범 원장

세계 최초로 설립된 물류전문대학원은 어디에 있을까? 선뜻 물류 선진국인 네덜란드나 싱가포르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바로 우리나라 ‘인천시’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설립된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안승범 원장을 만나 동북아물류대학원 전반에 대한 소개와 원장 취임 2년째를 맞은 안 원장과 그간의 성과를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 대학은 물류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석사 과정을 개설해 글로벌 SCM/물류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해운물류, 항공물류, 물류/교통시스템, 기업물류, SCM 분야의 다양한 교과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무 중요하지만, 기초 확실히 해야

안 원장은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학생은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앞서 기초적인 소양을 쌓아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술적으로 물류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는 것입니다. 최근 많은 학생이 기업이 요구하는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기가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연구능력이나 실무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초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과실을 따지다가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대기업에 입사한 학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의 경우 당장은 대기업에 입사해 기쁠지 몰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안 원장은 실무적인 능력을 갖춘 인재를 고집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기업은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기술자 배출양성기관이 아닙니다. 간혹 기업은 경향, 동향을 배우는 것이 시대에 부응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 소양을 기르고 산업체 실무능력이 배양된 인력을 채용한다면 기업 역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 입니다.”

증가하는 MOU체결, 실효성 따져야

안 원장은 최근 증가하는 MOU 체결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 원장은 MOU 체결은 실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여러 교육기관 또는 기업과 폭넓은 MOU를 맺는 것보다 실효성을 따져 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우리 대학은 외국의 대학 혹은 기관과 MOU를 체결해 1~2개월 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후 실효성 측면에 중점을 두고 1년 단위의 중·장기 해외교류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안승범 원장은 1~2개월 동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은게 현실이라며,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학술적인 부분의 성과도 높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국제기구·해외대학과의 활발한 교류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사업은 안 원장이 강조하는 ‘국제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 대학은 국제기구 또는 해외 교류 대학과 공동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보르도, 알래스카 등 세계 여러 대학과 중·장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무라 연구소, Waterborne Transport 연구소, UPS 센터 등의 해외 연구기관과 협약을 맺어 꾸준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 공동 연구실적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만 카오슝 대학과 공동연구의 성과로 SSCI 1편과 Scopus 1편이 각각 게재 확정됐다. 또 캐나다 콘코디아 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SCI(E) 3편, Scopus2편, 국제일반 1편이 게재됐으며 독일 다름슈다트 대학과 공동 연구 성과로 SSCI 1편, SCIE 1편 게재가 확정됐고, SCI(E)3편이 심사 중이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안승범 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운영방침을 내놨다.
“지난 1년간 전일제 학생 수 증가, 취업률 증가, 학술발표 및 학회지논문게재 증가 등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국제화 노력의 일환으로 외국인 교원을 초빙해 영어 강의 비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대외협력을 더욱 강화해 해운물류학회 학술대회를 2회 개최했고, 인천공항공사와 공동세미나, 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와 공동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안 원장은 몽골,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국가 학생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아시아학생 유치를 위해 기존에 한국어로 진행되던 수업 방식을 전면 수정해 내년부터는 영어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기존에 입학을 희망하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 학생들과 교류를 확대해 동북아물류대학원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원은 외국 학생들의 입학요건을 조금 더 쉽게 변경해 우수 외국인 대학원생 선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학위논문 외국어 작성 비율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안 원장은 앞으로 입학정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교육부에 정원 5명 증원을 요청한 바 있으나 불허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안승범 원장은 교내 정원 조정 시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의지를 강고히 했다.

세계 최초로 개원한 물류전문대학원

세계최초로 개원한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은 급변하는 물류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물류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전문가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우리 대학원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해운물류와 항공물류, 물류 교통시스템, 기업물류, SCM, e-Business 분야 등의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으며, 해외 인턴십, 물류시설견학, 세미나 및 포럼 개최, 물류CEO 초청강연, 프로젝트 연구 등을 통해 물류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할 수 있도록 수업내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수진과 해외협력을 하는 부분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진은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물류 관련 국책 연구소와 삼성전자, IBM 등 기업 출신 전임 교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등 겸임 교수로 구성돼 있다. 또 동경해양대학교,보르도경영대학원, 싱가포르대학교 등과 교육협력 MOU를 체결해, 이를 통해 복수학위 과정에 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국제 논문공동연구 사업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안 원장은 국제 논문 공동연구 지원 사업을 운영해 리버풀대학, 보르도경영대학원 등의 저명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특수성 고려한 ‘발전모델’ 구축해야

마지막으로 안승범 원장은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한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우리나라 선사와 항공사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내수라는 소비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는 싱가포르, 홍콩, 네덜란드 등의 나라를 벤치마킹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해 우리나라만의 발전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또 2자 물류는 배척하고 3자 물류로 전환해야 하는 것도 맞지 않으며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서로 배척하고 편을 가르는 것은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우리나라의 환경을 분석한 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발전모델을 기반으로 물류업계가 움직여야 합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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