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7 17:42

북극항로 쟁탈전 본격화…글로비스 내달 15일 시범운항

러시아산 나프타 3만7천t 싣고 광양항에 입항
中 코스코 항로 운항 마쳐…한진·현대 연내 운항 힘들 듯

한중 양국이 북극항로 선점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먼저 움직인 건 중국이다. 중국 국영 선사는 이달 초 북극항로에 배를 띄우고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선수를 빼앗긴 우리나라는 다음달 첫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다음달 15일 여수지역 석유화학 업체인 여천NCC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나프타 3만7천t 수송에 나선다. 글로비스는 스위덴의 스테나해운에서 내빙선인 <스테나폴라리스>호를 임대한 상태다.

<스테나폴라리스>호는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를 실은 뒤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북극항로를 통해 오는 10월 중순에 광양항에 입항할 계획이다.

선사들 화물 끌어모으기 ‘열심’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앞두고 그간 자동차 운반, 벌크쪽으로 특화됐던 글로비스는 글로벌 선사로 나가는 목표에 근접하게 됐다. 글로비스 관계자는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경제성보다 향후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당초 이달 말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중동산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운송예정이던 북해산 원유의 수요가 감소해 선사들이 화물을 확보하지 못해 운항이 늦춰졌다.

지난 7월25일 해양수산부는 ‘극지 선도국 도약을 위한 북극정책 청사진’을 마련하고 8월 중에 국적선사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통해 우리나라와 유럽 간 원유 및 제트유를 수송할 계획이었다. 

당시 기항지 선정으로 거론 된 곳은 울산항이 유력했으나 울산지역 기업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한 화물 수송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광양항에 기항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기존항로보다 운항거리가 7천 킬로미터나 줄어드는 등 운송기간과 운송비가 크게 단축된다.

시범운항으로 함께 거론됐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은 올해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기자재, 해상플랜트, 철광석 등 벌크화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운항을 위해서는 선박 1척 분량의 화물이 확보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송 화물확보를 위해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 화주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코, 북극항로로 로테르담 간다

이미 지난 5월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한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북극 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을 띄웠다. 중국 국영 해운기업인 중국원양운수집단(코스코그룹)은 지난 8일 자사 소속 1만9461t급 <융성>호가 북동지역 랴오닝성의 다롄항에서 러시아 위쪽의 항로를 이용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향해 출발했다. 선박은 33일 후 유럽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쇄빙선 쉐룽으로 북극해 항로 시범운행을 마쳤으며, 이번에 상업적 목적의 화물선을 띄웠다. <융성>호는 베링 해협을 통과한 뒤 서쪽으로 항해해 동시베리아해, 빌키츠키 해협을 통해 노르카프 부근에 도착한 다음 로테르담까지 이어지는 항로를 이용하게 된다.

코스코는 북극항로 운항 개시를 통해 해상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 노선보다 12~15일가량 운행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항로 개발 및 성장 시장을 발굴하고 운항비 절감으로 해운산업에 좋은 기회를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 글로비스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1회 진행이 되지만 추후 화물 확보를 통해 추가 진행을 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범운항 나서는 선사에 대한 혜택은 없지만 내년부터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항만시설사용료 50% 감면과 인센티브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극항로 상용화, 컨테이너운송은 리스크 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선사들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대해 벌크화물에는 긍정적이지만 컨테이너화물 수송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홍매 전문연구원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사들의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 기대한 만큼의 경제효과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8월4일 '북극항로 상용화 신중한 접근 필요' 보고서를 통해 "북극항로는 해상운송 루트의 단축을 서두르는 화주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받겠지만 상용화 차원에서 컨테이너 운송의 불확실 요인이 벌크운송보다 많다"고 밝혔다.

북극항로의 제한된 운항기간(연간 3~4개월), 기후 영향에 따른 운항능력 제한, 북극항로 최대 선폭 제한 등이 컨테이너 수송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특히 '북극항로 흘수 제한'은 경제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북극항로에서는 홀수가 12.5m로 제한돼있다. 이에 따라 운항 가능한 최대 선박도 2500TEU급, 선폭은 30m로 한정된 상황이다.

반면, 김 연구원은 “북극항로가 해적 출몰 위험이 있는 '말라카 해협'의 리스크 감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석유·가스 등 자원수송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북극항로 기항을 유치하려 각종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과거 북극항로 운항 경험이 있는 울산항은 ‘북극항로 활성화와 울산의 대응방안’에 대한 특강을 열기도 했다.

특강에서 홍성원 북극물류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북극해항로 및 북극해에 대한 정확한 환경분석과 해수부, 산업부 등 중앙부처와의 공조체제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해항로 유망 비지니스(화물운송, 자원 수입) 발굴 및 경제성 분석하고 북극해 관련 비지니스의 초기비용 발생 감안, 지자체의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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