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 허브항만이자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은 그 특유의 분주함으로 우리나라 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곳이다. 매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의 성장세에 맞춰 부산항의 수출입 물동량 역시 급속히 증가했다.
정부는 급속히 증가하는 컨테이너 화물에 비해 그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항만 시설이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1997년 10월 부산광역시와 창원시 진해구 경계에 있는 지역을 개발해 만든 항만이 바로 부산 신항이다. 전체 사업규모 13조4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 총 3단계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으로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부산 신항과 북항(구항)이 고루 발전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에도 지속됐던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물량 이전이 올해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량 이전과 더불어 국내외 대형선사들도 신항으로 이정표를 틀고 있는 추세다.
물동량 이전 가속화, 북항 악화일로 걷나
부산항의 올해 1분기 컨테이너 실적은 422만3천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410만5천TEU보다 2.8% 증가했다. 이 중 신항에서 처리한 물량은 지난해에 견줘 20.3% 증가한 260만8천TEU로 부산항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북항은 지난해에 비해 15% 줄어든 163만TEU를 기록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비율은 2011년까지 52대48로 북항이 신항에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신항이 북항을 55대45로 제쳤다. 올해는 양측의 간격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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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터미널별 처리 실적을 보면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은 41만9천TEU로 전년 대비 51.8% 급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항에서 가장 우수한 컨테이너 터미널로 뽑힌 현대부산신항만(HPNT)은 57만TEU로 전년 동기 28.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문을 연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본격 가동되면서 1분기 26만1천TEU로 전년 대비 784%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진해운신항만(HJNC)은 지난해에 비해 8.5% 처리실적이 늘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많은 처리 실적을 보인 부산신항만(PNC)은 대형선사들이 터미널을 옮기며 74만TEU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7% 뒷걸음질 쳤다.
PNC터미널은 머스크, MSC, CMA/CGM 등의 초대형 선사들을 유치해 부산항 내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부산신항만과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가 개발하고 이를 운영사에게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PNC 터미널에 기항하는 외국적 선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함부르크수드(53%)는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쿠웨이트에 본사를 둔 UASC(-76.5%)와 대조됐고 머스크라인은 144만6천TEU를 기록해 전년 동기 15.8% 증가해 PNC터미널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실어 날랐다. MSC의 두 자릿수 하락을 제외한 나머지 선사들은 전년 동기 모두 상승세를 이뤘다.
PNC의 한 취항선사 관계자는 “2분기에는 4~5%의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며 “선사들은 환적화물(T/S)의 효율성,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보니 선대가 신항으로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반면 북항은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인 신선대부두(-20.8%)를 비롯해 감만부두(-18.6%), 일반부두(-15.1%), 자성대부두(-10.2%), 신감만부두(-9.2%), 우암부두(-8.6%) 등 모두 감소했다. 북항은 물동량뿐만 아니라 운영사들의 운영수지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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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상희 항만운영실장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북항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09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0년엔 부산항 전체적으로 가장 큰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신항의 영업이익이 2011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벗어났고 이에 따라 부산항 전체 영업이익도 회복됐다.
하지만 부산 북항의 터미널들은 2007년 10%를 넘어서던 영업이익율이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최 실장은 “특히 일부 터미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이너스 영업이익율을 보이고 있어 운영수지가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밝히며 “신항으로 물동량 이동과 더불어 정상가의 절반까지 떨어진 하역료 덤핑경쟁도 경영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흑자를 거둔 북항 운영사 관계자는 “신항으로의 물량 이전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로인해 북항에 위치한 하역사들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북항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거두었으나, 대외적인 경영환경은 점차 어려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며 현재 부산항만공사(BPA)를 비롯해 터미널 운영사 등이 북항의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나, 묘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혈 하역료 경쟁 해법 없나
한편 최근 세계 1위 부두운영사인 허치슨부산컨테이너터미널(HBCT) 측이 감만부두 컨테이너 1개 선석 운영권을 반납키로 한데 이어 다른 감만부두 운영사 2곳도 선석 2개 운영권을 반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5만t급 4개 선석 규모인 감만부두는 최악의 경우 3개 선석이 운영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3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감만부두 운영사인 한진해운과 세방이 선석 운영권을 반납하겠다고 알려왔다. 이들 운영사가 선석 운영권 반납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배경은 현재 진행중인 부두운영사 통합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두 통합에 대한 관심거리는 이제 옛 얘기로 전락했다.
지난해 9월 감만(한진해운, 세방, 인터지스), 신감만부두(동부익스프레스) 운영사들은 통합 참여 의사를 밝히고 10월 중순부터 각 운영사에서 인력을 뽑아 10여명으로 구성된 통합추진 전담팀(TFT)을 만들었다. 하지만 물동량을 기준으로 한 지분율 조정을 두고 운영사간 불협화음이 감지되며 부두 통합 설립은 결렬됐다.
신감만부두 운영사 동부익스프레스 관계자는 “현재 당사는 부두 통합에서 빠진 상황이라고” 말하며 “따라서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대형선사들은 신항으로 이전하고 있는 추세며, 북항에는 중소형 선사들이 집중돼 있다. 머스크, MSC, CMA/CGM,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의 대형선사들은 거의 대부분의 화물을 신항으로 집중하고 있다. 고려해운, 흥아해운, 남성해운, 장금상선 등의 중소형 선사들은 환적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북항으로 기항하고 있다.
지난해 9월1일부터 G6(NYK, 하파그로이드, OOCL, MOL, APL, 현대상선)가 미주 노선의 기항지를 신선대부두에서 PNIT로 이전하면서 신항으로 물량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해운 선대의 기항전략 변경과 몇 개 선사의 글로벌 정기선 지배 구조가 강화됨으로써 북항에서 신항의 물량이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대의 기항전략 변화가 하역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향후에는 글로벌 선대의 전략 변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항 신감만부두 관계자는 “현재 부산 신항의 선석은 물동량을 90%정도 흡수한 상태라 앞으로 북항의 물량이 신항으로 이전된다 하더라도 증가속도는 과거에 비해 점차 둔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해양경제특구, 북항만의 맞춤식 개발 가능
최근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항 북항을 침체를 막기 위해 해양경제특구 지정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허윤수 연구위원은 지난 5월6일 BDI 포커스 ‘북항 재도약을 위한 선택, 해양경제특구 지정’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북항 해양경제특구 지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북항이 특구로 지정될 경우 부산항은 ‘신항(물류 허브)-북항(해양경제특구)-남항(수산식품산업클러스터)’의 삼각 편대를 구성하게 된다.
북항만을 떼어내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북항 재개발지역은 해양 관광 및 문화기능과 복합항만 기능을 갖고 ▲감만·신감만·신선대부두에는 컨테이너 물류기능과 함께 국제해양특수인력개발센터와 선박해양플랜트인증센터가 들어서며 ▲자성대 및 우암부두는 해양플랜트 엔지니어 및 비즈니스,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유통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현재 부산 신항은 항만 규모와 인프라, 시설 면에서 북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위에 있다. 선석도 많을 뿐만 아니라 수심도 깊어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입출항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따라서 북항의 발전 뿐 아니라 부산항 미래성장세를 고려할 때 관련 인프라의 적기 및 맞춤형 확충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정책연구실 하태영 부연구위원은 “향후 선박의 대형화는 5천~1만t급과 5만t급 이상이 주력 선대화 될 가능성이 높아 맞춤형 서비스 제공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관련 인프라 조성시 중대형 및 중소형 선박을 전략적으로 전담 유치(북항과 신항에 적정 배분)하는 상생 방안 정책 구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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