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2-02 13:44

동북아 물류거점 위한 물류인력 양성에 적극 투자해야

우리나라 항만이 동북아 중심항으로 계소 발전하기 위해선 글로벌 공급 연
쇄의 동북아거점으로의 전략적 가치 창출이 무엇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
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종관 박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역경제권의 물류중심화전략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유
럽의 네덜란드, 동남아의 싱가포르, 동북아의 홍콩, 대만, 한국등이다. 이
러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영토가 좁고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다. 네덜란드는
EU경제권에서 국토와 인구의 점유비가 각각 1.1%와 4%에 불과하다. 싱가포
르의 면적과 인구는 아세안에서 각각 0.02%와 0.8%를 차지한다. 동북아의
홍콩, 대만, 한국도 비슷한 입장이다.

물류활동의 상당부분은 운송이다. 따라서 지역경제권의 운송활동이 집중되
면 물류중심국은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의 폐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물류
중심화전략이 육상교통 특히 도로교통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교통체증 및 환
경오염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내륙요충지인 스위스가
이에 해당된다. 스위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도로운송에 대한
각종 규제가 유럽에서 가장 까다로운 국가이다. 이에 많은 화물트럭들이 스
위스를 우회하고 있으나 물류중심화전략이 해상운송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
에는 이러한 폐해가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홍콩, 대
만 등의 물류중심화전략은 모두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에
따라 물류중심화전략에선 항만의 역할이 핵심이다. 즉 지역경제권의 중심
항은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 의의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등은 모두 나름대로 동북아 중심항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새로이 개발되는 가덕도항도 동북아
물류중심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홍콩, 대만의 카오
슝, 중국의 상해, 일본의 고베, 요코하마 등 동북아 대형항만들은 모두가
중심항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중심항 경
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우리나라의 항만들은 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낙오하면 투자비의 상당부분은 그야말로 바다에 버리는 매몰비용
이 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중심항의 대표적 지표는 환적물동량이다. 우리나
라 환적물동량은 지난 1995년에 43만TEU이었으나 작년에는 93만TEU로서 연
평균 17.8%씩 증가하고 있다. 환적량의 증가율면에서 보면 중심항시장에 성
공적으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이러한 증가속도
가 지속될 것으로 방심해선 안된다는 견해다.
작년 5월 KM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환적시설면에서 우리나라 부산항
은 동북아지역 12개 항만 중 4위로 평가되었고 광양항은 8위를 차지했다.
가격경쟁(환적비용)에선 부산항과 광양항이 1, 2위를 차지했다. 환적서비스
의 적극성에선 부산항이 4위, 광양항이 8위였다. 정보획득의 편의성에선 부
산이 4위, 광양이 9위로 평가됐다. 동북아 중심항경쟁에서 우리나라 항만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적항 선택에선 환적비
용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경쟁력은 가변성이 크다. 국내 물가 상승이나 원화 평가절상이 극심할
경우엔 쉽게 붕괴될 수 있다. 특히 시설확장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해항은 언제든지 우리나라 항만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심
항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선사나 화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주나 선사의 필요가치가 변하면 중심항만의 전략적 가치는 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심항은 화주나 선사의 변화에 끊임없이 동행해야 전략적 가
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주나 선사의 변화를 앞지르면 선점의 효
과도 누리게 된다. 특히 1차적 고객인 화주의 변화는 중심항의 가치를 근본
적으로 변화시킨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21세기에는 중심항
의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화주들의 필요가치가 급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차세대에는 중심항의 역할이 화물의 하역,
보관, 선적 등에 그치지 않고 국제공급연쇄의 핵심거점으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동안 생산의 국제적 분업과 판매, 유통의 세계화가 보편화된
결과 이제는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합관
리하는 공급연쇄관리(Supply-Chain Management ;SCM)가 화주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별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추세이다. 신기술과 디자인의 수명이 단축되기
때문에 제품 차별성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생산과 판매의
국제적 분업체제하에선 개별기업간 경쟁체제가 SCM간 경쟁체제로 변화된다.
더구나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 SCM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보편화될 21세기에는 공급연쇄의 물류경쟁력이 국제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공급연쇄의 맞춤물류가 보편화될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공급연쇄물
류는 해운/항공/도로/철도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량수송으로 연결되는 항만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항만은 국제공급연쇄망의 중요한 기지로 편입되어 SCM
의 맞춤 물류거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21세기 중심항은 국제공급연
쇄망의 핵심거점으로 변신해야 화주가 요구하는 전략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혁명이 시장의 개념을 바꾸어 거래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로인해 화
주의 국제경쟁체제와 선사의 물류체제가 변화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물
결 속에서 자기혁신의 적소를 찾지 못하는 항만은 화주나 선사, 물류업체들
이 점진적으로 외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항만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것.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등은 새
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변신의 고통을 달갑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만성적인 적체 속에서 부두확장이 능사가 되어버린 분위기를 과감히 탈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확장과 함께 공급연쇄변화가 요구하는 새로
운 역할에 신속하고 완벽하게 적응해야 하며 우리나라 항만이 동북아 중심
항으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불안정한 가격경쟁력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공급연쇄의 동북아 거점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창출하고 강화시켜야 한다
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러한 21세기 경쟁력은 항만시설만으로 창출될 수 없으며 시설을
운영하고 화주와 선사의 필요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물류인프라를 구
축하는 동시에 물류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앞서가는 외국 항만들
의 최신동향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며 외국 항만들이 정보혁명을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하는지 또는 국제공급연쇄망의 변화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리고 물류체계의 혁신에는 어떻게 적응하는가 등을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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