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30 19:40

중소·중견선사 육성으로 해운국 3위 실현

KMI 해운물류전망대회…“종합 중소선사 육성책 마련해야”

새 정부의 해운산업 정책 과제로 중소·중견선사 종합 육성 및 지원전략 마련이 지적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우호 해운물류연구본부장은 지난 25일 열린 해운물류전망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중소·중견선사의 성장을 통해 세계 5위의 해운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소선사 비중 94% 달해

우리나라는 총 지배선대가 5137만6000t(재화중량톤)으로 세계 5위, 컨테이너선대가 36만8000TEU로 세계 10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 선사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의 총 지배선대는 67%를 차지한다. 주로 벌크와 유조선 운항선사가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 전체 컨테이너선대 중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17%로 낮은 편이다.

또 기업수로 따져 전체 선사 170여곳 중 중소기업은 160여곳으로 94%를 차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사에선 15곳 중 중소기업이 13개사로 전체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촉진하는 데서 성장이 가능한 측면도 있으나 중소기업 저변의 성장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해운은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역내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은 상하 종속적 거래관계로 경제민주화 이슈가 대두되는 타 업종과 달리 양측간 이해관계 충돌이 미미한 데다 피더서비스와 같이 오히려 협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운업은 중소·중견 및 대기업 모두 글로벌화 돼 있는 산업이기에 국내 기업간 경쟁보다는 글로벌 경쟁요소가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형선사와 중소선사의 시장이 일정 부분 분리돼 있어 중소선사를 육성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형선사와 심각한 경쟁구도를 초래하지 않는다.

김 본부장은 역내운송에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선사를 육성하는 게 해운산업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중소 컨테이너선사의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는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 100위권 컨테이너선사 중 우리나라 선사는 다른나라보다 많은 8곳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고려해운 STX팬오션 흥아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천경해운 등 6곳이 중소 컨테이너선사로 분류된다. 벌크와 유조선 시장도 인도 및 동남아지역 자원 개발이 촉발되면서 중소 벌크선사들의 확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중소·중견선사의 효과적인 육성을 통해 2020년 세계 3대 해운국 달성 목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기회 불균형 해소 시급

중소 해운사의 가장 큰 애로점은 해운시장의 양극화와 금융기회의 불균형이다. 해운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소수의 유럽 선사가 전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럽 선사의 선박량 비중은 1995년 33%에서 지난해 53%로 확대됐다. 벌크선 시장은 글로벌 시장 진입이 컨테이너선 시장에 비해 다소 자유롭지만 금융, 운항경험, 기존 실적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금융기회 불균형도 중소선사들이 시급히 개선을 바라는 현안이다. 중소선사의 경우 대형선사에 비해 낮은 신용도로 인해 금융을 지원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해운 불황기에서 중소선사들은 제2금융권 이용, 높은 원가 구조 등으로 대형선사에 비해 금융 기회 불균형에 대한 체감도가 높은 상황이다. 불황기는 물론 호황기조차도 중소선사들은 금융 문턱이 높다고 호소한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나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등 그동안 해운물류정책의 초점이 대형화에 맞춰져 중소·중견선사의 특정된 산업 정책이 부재한 점도 문제다. 김 본부장은 대형선사 중심의 쟁책 도입은 타 산업에 비해 역차별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는 데다 오히려 해운의 저변이 약해져 전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금융, 인력, 정책적으로 장려해야 되는 부문과 소외되는 부문을 정확히 진단해 중소선사 종합육성전략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중견선사 육성전략을 법정계획인 ‘해운산업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되 구체화 등을 위해 해운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용평가사 면담 결과를 근거로 중소선사들의 재정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신용등급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해운사 중 상장기업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흥아해운 대한해운 KSS해운 등 일부선사에 국한돼 있다. 김 본부장은 중소선사의 경우 투명하지 않은 경영이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금융 인력 재정현황 등의 정확한 통계수집을 위해  중소·중견선사 실태조사를 법정화해 연차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사들에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의무를 부가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운보증기금 ‘환영’ 선박금융공사 ‘글쎄’

김 본부장은 이밖에 “국내 해운회사들이 올해 안으로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2조원 이상이며 이 중 1조5천억원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며 해운보증기금 설립과 공공성격의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신용도가 높은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해 선박소유자나 후순위 금융인 선박펀드 등에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경기가 하강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데다 금리도 낮아져 해운사의 선박비용 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설명이다.
선박금융전문기관의 경우 선박금융기관 존재 여부에 따라 국가별 해운경쟁력이 차이를 보이고 향후 원활한 선박금융 제공이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란 점에서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그리스나 중국은 선가가 낮은 현 시점을 적기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선박금융 특성상 민간금융기관보다 공공성격의 금융기관이 적절하다”며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공공금융기관이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해운업체에 필요한 건 선박금융 익스포저의 확대인데, 정책금융공사나 산업은행 전문인력을 끌어 모아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한다면 기존 선박금융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해 잘못된 것 같다”며 “자담 비율을 높일 수 있고 부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운사에 필요한 건 해운보증기금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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