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4개 항만공사 국정감사에 각 기관장들이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부산항의 제살 깎아먹기식 하역료 인하경쟁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4개 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이윤석 의원은 부산항이 세계 5위의 화물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지만 신항 건설이후 북항과의 경쟁격화로 하역비가 도쿄항의 4분의1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부산항은 신항 건설 이후 북항 터미널 운영회사들은 치열한 화물 유치 경쟁을 벌였고, 그 결과 하역비가 비상식적으로 낮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부산항만공사(BPA)가 제출한 요구자료에 따르면 부산항은 수출입 하역비가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4만5000원으로 물동량 세계 1위인 상하이항의 하역 요금인 10만5000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경쟁 항구인 도쿄항 17만원의 불과 4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적 하역비는 7만원으로 상하이항보다는 높지만, 상하이항은 환적화물이 거의 없고 서비스차원에서 운영중이며 경쟁 항구인 도쿄항, 카오슝항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부산항 북항이 신항 건설이후 경쟁 격화로 매년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북항의 화물 처리 비중은 신항 운영 첫해인 2006년 98%에서 2011년 52.1%로 낮아졌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46.7%로 신항(53.3%)에게 역전당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공시한 부산항 터미널별 운영수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항은 2010년 512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지난해에는 17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신항과 북항의 과당 경쟁으로 도쿄항에 비해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하역요금을 받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산항을 사용하는 선사의 60%이상이 외국선사인 만큼 이 같은 외화수입을 포기에 대한 부산항만공사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도 부산항의 평균 하역료가 해외 항만의 하역요율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목소리를 같이 했다.
BPA, 나홋카 사업 실패로 국민혈세 47억 날려
BPA의 첫 해외사업 프로젝트였던 러시아 나홋카항 개발사업은 실패한 사업으로 질타를 받았다. BPA 임기택 사장도 나홋카항 개발사업의 실패를 인정했다.
신장용 의원은 “BPA가 나홋카항 사업이 좌초될 위치에 처했음에도 1년 가까이 항만위원회에 쉬쉬하며 은폐하다 파산절차를 밟게 되자 항만위 일부 감사위원에게 사실을 보고했다”며 “투자금 47억원은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회수도 못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부산항만공사는 한-러 간 교역 확대 및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극동러시아 물류거점을 확보해 부산항 신규 물동량 창출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나홋카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러시아에 2009년 현지합작법인 NIT를 설립하고 47억원의 자본투자를 했으나, 2010년 6월 최대 출자사인 러시아 극동그룹(DVTG)채권단이 법원에 극동그룹을 상대로 파산신청을 해 2011년 3월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부산항만공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금 회수를 위해 DVTG의 자회사(NSFP)를 상대로 러시아법원에 제소해 현재 소송 진행 중에 있으나 7월까지 한 푼의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신 의원은 “DVTG의 재무분석 등 기본경영 여건에 대한 사전에 면밀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 투자를 진행했다”며 “나홋카항이 수심이 낮아 대형컨테이너 선이 드나들 수 없는 여건임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투자했다고 하지만 제안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나홋카 사업에 함께 투자했던 민간 업체들에게도 손해를 끼쳤고 방만한 부실경영으로 국민 혈세 47억원을 날린것을 어떻게 책임 질 것이냐”며 추궁했다.
임기택 사장은 “극동그룹에 대한 자체감사만 실시했으며, 투자 전에 재무분석 등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부채누적에 초호화 항만안내선 운영
현재 인천항만공사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운영중이거나 운영예정인 ‘항만안내선’은 당초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호화요트형식으로 제작,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경우 2012년 9월말 현재 총부채가 9,585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금년 5월 32억5천만원짜리 호화요트를 구입해 ‘항만안내선’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은 “YGPA는 32억5천만원을 들여 구입한 호화요트는 취항 후 현재까지 75회 밖에 운영되지 않았음에도 연평균 운영비가 5억원에 달하고 있다”며 “인천항만공사가 제작중인 ‘항만안내선’ 사진을 확인한 결과 업무용 목적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 호화요트로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도 마찬가지로 2012년 8월말 총부채 4,272억원임에도 무려 69억5천만원을 들여 현재 ‘항만안내선’을 제작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항만 안내선이 외향은 화려하지만 친환경 선박이라 제작비가 높게 나왔다”며 “항만공사의 대외 마케팅을 위해 안내선을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아시아 최초 LNG 연료 홍보선이라 주장하지만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았을 뿐더러 LNG선에 대한 법적 기준도 명확치 않아 위법성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적이 항만위원들 사이에 끊임없이 지적됐음에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2010년도 제62차 항만위원회 회의록을 검토 결과 ‘필요시 경인아라뱃길 운항 가능’이라 언급돼 있어, 인천항만공사 업무용 목적이 아닌 경인 아라뱃길 관광용 목적으로 불법 사용 전환하려는 의혹까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10억원을 들여 호주로부터 중고 홍보선을 구입해 연간 1만2천여명을 승선시키고 있다”며 “항만 위상을 위해 초호화 안내선을 제작한다면 부산항만공사는 위상이 떨어져 중고 홍보선을 사용하는 것”이냐며 IPA와 YGPA의 호화 안내선을 즉각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울산항 체선율 전국 최고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 중 울산항이 시설낙후 등으로 배가 부두에 들어오지 못하고 인근 바다에서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체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올해 울산항의 체선율은 4.2%로 인근 부산항의 0.31%보다는 무려 13.5배, 인천항의 1.3%보다는 3.2배 높은 수치”라며 “이로 인해 울산항 항만사용료 감면액이 증가하는 등 항만 운영효율이 매우 저조해, 울산항 체선율 감소를 위한 종합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울산항만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울산항 평균 체선율은 4.6%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액은 14억8,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올해 감면액은 3억3,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울산항은 석탄, 사료, 아연광 등 특정화물을 처리하는 부두의 체선율이 3년 평균 최대 55.5%에 달하는 등 부두별 체선율 편차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야간에는 배후광으로 항로표지의 식별이 어렵고, 등화시설의 미비, 항로 협소 등으로 중대형 선박의 야간 입출항을 제한하고 있어 체선현상을 더욱 가중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심 의원은 “항만의 체선율이 높을 경우, 단순히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액만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사들의 항만에 대한 신뢰감소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 2차적인 경제적 손실이 더욱 크다”며 “울산항만공사는 낙후된 조명시설과 물류시스템을 조속히 개선해 체선으로 인한 손실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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