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31 09:45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15)

서대남 편집위원
자택서의 가든파티, 국내 최초 여성국장급 노처녀와의 再婚 데이트에 필자도 꼽사리 추억

서대남 편집위원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당시 필자 주위에는 자택에서 가든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저택 소유자가 드물어 말로만 듣던 가든파티를  처음 경험했던 기억도 새롭다.

어느 날 서울대 문리대가 있던 자리 연건동 근처에 자리한 김이사장의 동숭동 자택에서 협회 전 임직원을 초청하여 푸른 잔디 위에 숯불을 피워 바베큐도 하며 불고기 파티를 하게 되었다.

모두들 양껏 푸짐한 음식을 포식하고 이에 곁들여 마음껏 주량을 겨루며 술잔도 기울이고 돌아가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가무를 즐겼던 추억도 손에 잡힌다.

파티가 끝난후 이어서 내실까지 둘러보고 영국의 공작이나 백작 귀족들의 저택을 감상하듯 신기해 했던 기억도 선하다.

그리고 군사 박물관에서 군 장식품 진열장을 관람하듯 육군 소위 임관후 대장에 이르기까지 장교들의 군모나 복장과 혁대 그리고 견장과 지휘봉 등 평생 군문에서 일생을 보낸 한 군인의 기나긴 일대기를 한눈에 보기에 충분했다.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모든게 계급으로 대변되고 상징되는 군출신 그것도 그 분야의 최고봉에 이르렀던 한 인물을 두고 보며 느꼈던 당시의 감정은 센시티브하기 이를데 없었다.

격렬하게 그러나 우아하게 탱고 리듬이 실내 가득히 짙게 퍼지는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Woman)’ 에서 ‘프랭크 슬레이드’역을 연기하는 ‘알 파치노’가 강하게 여취(女臭)를 흡입하는 장면이 문득 오버랩되기도 했다.

아울러 만년을 외로이 지내는 예비역 대장의 삶의 뒤안길을 엿보고 여러 직원들이 내실까지 몰려가 침대시트에 앉아서 맨살을 만지듯 노병의 프라이버시까지 손에 잡고 특별했던 그 어느 한 밤이 유난히 눈에 밟히고 기억도 새롭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이사장 재혼설이 나돌았다. 어슴프레 ’77~8년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날짜는 알 수가 없지만 나이 57세 쯤에 상배후 홀로 지내던 용무장군이 처녀 장가를 들게 됐대서 해운계의 화제가 됐었던 기억은 새롭다.

신부는 40대 중반으로 국내 최초의 여성 국장급 공무원이라고 했다. 당시 문화재관리국의 학예연구관 직위였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서울대 사학과를 나와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우리 문화재와 고전미술학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이론은 물론 더하여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화술에 유머까지 겸비한 희대의 여걸이라는 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을 약속하고 난 뒤엔 협회 사무국 간부들과 함께 하는 자리, 첫 대면에서 30대 중반의 필자가 뿅가게 활달하고 꾸밈없는 성격과 재미갖춘 고급공무원에 연구실적과 논문 발표 많은 학자요 술잔을 들고도 논리가 정연한 걸물(?)임에 틀림없었다. 확 트인 여태남걸(女態男傑)?

필자와 나이를 비교하면 남편인 이사장에 비해선 19세 아래니 아들이나 조카뻘에, 이국장 나이 보다는 8세가 아래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바 이는 조카나 시동생 뻘이고 보니 두 사람 나이는 11세 차이에도 머뭇거림이나 주점함 없이 자유로이 대화를 리드하고 그 누구와도 여유롭게 화제를 만들어 이어갔다.

게다가 필자에게 가장 코드가 맞고 멋있는 건 술 솜씨가 여성치고는 보통이 아니었던 점. 시쳇말로 술짱(?>이었다. 가방끈이 정도 이상껏 길거나 먹물이 너무 짙어 고매,  우아, 품격 있어하는 교양파 여성들에게 늘 적개심(?) 비슷한 태생적 약점을 가진 필자로선 참으로 존경스럽고 훌륭하고 너무나 멋있고 이상적으로 보였슴에 틀림없었다.

당시를 돌이켜 보며 일흔이 넘은 지금에사 옛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면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영화에서의 ‘데보라 카’와 ‘버트 랭카스터’가 회상된다.

요즘도 필자가 나이에 걸맞잖게 다음카페 등의 젊은 남녀들과의 정모나 번개팅에 가서 눈총나게 자주 쓰는 말은 “술 잘 마시는 여인이 아름답다. 소주 마시는 여인은 더욱 멋있게 아름답다”란 버전이 상투적인데 혹시 저 시절에 여성국장님을 보고 느낀 첫 감정이 지금까지 면면히 가슴적시며 또 다른 의미로 이어온 게 아닌지 모를 일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두 분 퇴근길 술자리에는 가끔 고초근부장과 함께 1대3으로 어울렸다. 조금은 조심스럽긴 해도 상대방에서 워낙 스스럼없는 친구같이 대해주니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추억이 진하게 마음 속에 잘 갈무리 되어 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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