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2 10:14

선박금융, 해운업계 25년만에 '최악'

금년 하반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로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25년만에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금융권의 유동성 고갈로 해운선사들의 줄도산 사태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고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올초만 해도 해운업계 보는 해운시황은 비교적 긍정적 평가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소규모 유조선사 ‘사가탱커스’는 4월 말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의 원유수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6개월 뒤인 11월8일 주주들에게 시장환경 악화로 사업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선박가격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담보자산가치 이하로 떨어지면서 1억1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 업체는 초대형유조선(VLCC) 네 척을 매각해야 했다.

이미 지난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맞았던 세계 해운업계는 올해 들어 다시 글로벌 경기하강국면에 따른 물동량 감소, 유가 등 원가상승에 따른 비용부담, 선박 과잉에 따른 운임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그리스·포르투갈 등에서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스페인을 넘어 중심부인 프랑스·독일로까지 확산되면서 국채 익스포저(국채 보유량에 따른 위험노출도)가 큰 유럽권 은행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선박 자산가치도 연일 떨어지고 은행들은 자금난에 대출을 꺼리면서 해운사들이 배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고, 해운사들이 배를 매각하면서 중고 선박 가격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령 5년짜리 VLCC의 가격은 올해 초 8000만달러에서 11월 6000만달러 선으로 급락했고 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과 드라이벌크선도 경우 5000만달러 이상에서 4000만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중소규모 업체에서 대형선사에 이르기까지 경영난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해운 등 네 곳이 올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세계 2위 유조선사 제너럴마리타임(GMR)도 상반기 6300만달러가 넘는 손실을 내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업계의 주요 거래은행인 독일 DVB방크의 다그핀 룬데 선박금융 책임자는 “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중고선박 구입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막는 원인”이라면서 “실제 선박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해운사들에게 보유 선박을 매각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시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선박금융 은행인 노르웨이 DNB노르방크의 해롤드 세르크-한센 글로벌해운 담당자도 “금융권의 재정문제가 선박가치를 끌어내리는 상당한 압력”이라면서 “주요 업체 수 곳이 뒤따라 파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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