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6 10:26

인터뷰 / “양보다 내실있는 질적 성장에 중점”

대한항공 화물전략개발부 박범정 상무
하반기 중남미 화물노선 개설…신 시장 개척 중
IT 대체할 품목 찾아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대한항공 화물전략개발부 박범정 상무

●●●지난달 23일 청주공항에 대형화물기가 취항했다. 대한항공이 청주-애틀랜타 화물노선을 개설하면서 청주공항은 충청이남의 화물을 대거 처리할 것이란 기대도 모으고 있다.

대한항공은 첫 지방공항 화물노선개설인 만큼 투자도 많이 들어가고 손실도 예상하고 있지만 이번 청주공항을 통한 인천-애틀랜타·댈러스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청주-홍콩노선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만큼 청주공항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번 애틀랜타 화물노선을 포함해 대한항공은 올해 적극적으로 화물노선을 취항했다. 올 상반기 러시아, 스페인, 중국취항에서 하반기 중남미 시장까지 화물노선을 늘릴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주도하고 있는 스카이팀 카고도 시장 점유율을 늘려 보다 많은 화주에게 단일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캐세이패시픽에 화물부문 세계 1위를 내줬지만 양보다는 질적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24시간 화물 모니터링 서비스로 화주들에게 실시간 화물위치를 제공하고 충격에 민감한 특수화물에 대해 자체 운송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화주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자는 대한항공의 화물전략개발부 박범정 상무를 만나 대한항공의 화물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박범정 상무는 말한다. “그동안 여객 서비스의 질은 높아져간 반면, 화물은 화물칸에 선적하는 데에만 집중됐었죠. 하지만 화물을 맡기면 화물이 어느 운송단계에 있는지를 화주에 제공하고 여객 못지않은 서비스 질을 제공할 것입니다.”

박범정 상무는 1986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여객팀과 화물팀에 이어 포틀랜드, 시애틀 지사에 파견돼 25년간 근무했다. 지난해까지 화물사업계획부에 있다 올해 화물전략개발부로 부서를 옮겼다. 다음은 화물전략개발부 박범정 상무의 일문일답

Q. 1년여를 기다려 9월부터 청주공항에 대형화물기가 취항하는데 취항배경과 향후 기대되는 효과는?

“대부분의 화주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인천공항을 보완하는 제2의 거점공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청주공항이 적합하다고 보고 이번 청주-애틀랜타노선에 화물기를 취항하게 됐죠. 청주공항은 수도권에 편중된 인천공항을 벗어나 충청 이남 중·남부권 항공화물 수요를 유치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요.

특히 이번 대형화물기 취항 이후 내년 홍콩노선 확대 등 추후 노선이 늘어 청주공항이 활성화되면 충청 이남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화주의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큰 이점으로 작용함은 물론 국토의 균형적 발전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청주공항의 첫 화물노선인 만큼 투자대비 손실도 크겠지만 점차 줄어나갈 것으로 봅니다.

다만 현재 청주공항의 활주로, 터미널 등 시설현황을 볼 때 향후 증가하는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다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Q. 올해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화물노선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데 추가 취항하려는 노선과 전략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이 있다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항공사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자국을 기점으로 중단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좁은 시장에서의 경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 대한항공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페인 사라고사, 중국 청두 등 많은 화물노선을 개설했습니다. 최근에는 물량변화가 크다보니 노선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물량이 늘어나길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노선을 확대하고 물량이 적은 노선은 탄력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죠.

하반기에 중남미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노선은 고민 중입니다. 한-에콰도르 항공자유화협정으로 에콰도르 화물노선 취항을 검토 중이지만 멕시코의 마나우스, 브라질의 상파울루와 마나우스도 후보 중 하나입니다.

흔히들 항공업계에서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지목하고 있어요. 대한항공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이죠.

중남미 등의 지역에서는 정기편 취항 이전에라도 각종 수요를 바탕으로 전세기와 부정기 운항을 통해 시장성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나보이공항을 기점으로 중동 및 중앙아시아 각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죠.”

Q. 최근 여객 부문에서 A380 도입 등 항공기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화물기 관련 투자 계획은?

“여객기에 못 지 않게 화물기에도 투자를 하고 있어요. 차세대 화물기인 B747-8F와 B777F를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5대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25대의 임차기 중 3대가 빠지는 대신 B747-8F는 3대가 도입됩니다. 화물 100t을 실을 수 있는 B747기보다 14%나 더 실을 수 있는데다 시간당 연료 소비량은 같아서 효율성이 높죠.

B777기는 화물을 최대 90t밖에 싣지 못하지만 연료 효율성이 높아 유럽노선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내년 1월부터 유럽 공항들에서 항공사 탄소배출권 구매를 의무화하는 EU-ETS(EU 탄소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에 B777기의 도입이 필요해요.”

Q. IT 품목 부진으로 항공시장이 어려운데요.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지난 수년간 항공화물의 주력 품목은 IT 제품이었고 최근 수요가 과거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IT 산업의 특성상 소비자의 제품기호가 변할 뿐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돼 IT 제품은 꾸준히 항공화물의 주요 품목이 될 것입니다. IT 제품군 중 휴대폰 물량은 줄었지만 스마트폰 수요는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대한항공은 IT 제품 이외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입니다. IT제품의 물량 비중을 대체 할 상품은 없지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의약품, 자동차 부품, 태양광 전지 등을 늘리려고 합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은 미국, 중국, 인도, 동유럽, 중남미 등 세계 각지의 부품생산기지 및 소비지를 중심으로 부품수급 상황, 수요 등을 파악해 노선에 반영하고 있죠.”

Q. 우리나라가 최근 들어 여러 나라와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그 효과는?

“자국의 항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타국 항공사에 두던 일정한 제한을 철폐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들은 오래 전의 오픈스카이를 선언해 자국 항공 산업의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죠. 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지역에도 브라질과 칠레 등은 최근 오픈스카이를 선언했고요.

오픈스카이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은 미국과 오픈스카이를 체결했지만 우리나라와는 산둥성 지역만 체결돼 중국 노선확대에 어려움이 있죠.

반면 오픈스카이가 확대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지만 항공사들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 중심의 노선운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Q. 6년 동안 항공화물 세계1위를 지켜오다 캐세이패시픽에 자리를 내줬는데, 다시 항공화물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대항항공이 추진하고 있는 하반기 화물시장 전략은?

“단순한 1위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물론 2019년까지 화물부문 1위를 이어가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양적인 실적에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캐세이패시픽이 지난 해 세계 최대 화물수송 항공사로 부상한 것은 중국이 세계 무역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과 공격적인 기재 확충에 따른 것이었죠.

화물량만으로 실적을 매기는 양적 1위 자리보다는 고객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내실 있는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의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어요.

현재 질적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신규 기재도 도입하고 중국 청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남미, 청주 등 신 노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고요.”

Q. 대한항공이 주도하고 있는 항공얼라이언스인 스카이팀이 최근 여러 항공사를 회원사로 유치했습니다. 화물 부문 점유율은?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델타, 아에로멕시코가 2000년 9월 스카이팀 카고를 결성했죠. 주요 항공 얼라이언스(스타얼라이언스, 스카이팀, 원월드) 중 스카이팀만이 유일하게 화물부문에서도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어요.

현재까지 스카이팀 카고에 가입한 항공사는 총 9곳입니다. 최근 가입한 항공사는 남방항공과 아에로플로트가 있어요. 작년 11월에 남방항공이 가입했고 올해 5월에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가 정식 가입을 했죠.

스카이팀 카고는 FTK(톤킬로미터)기준으로 전체 항공화물시장에서 14~15%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정지혜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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