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2 14:30

항공수송시장, 유가급등 日대지진이 변수

유류할증료 부과로 연료비 상쇄. 日대지진 여파, 9.11테러·사스보다 영향 안클듯
●●●일본대지진, 국제유가상승, 환율하락, 항공자유화협정(오픈스카이) 확대 등. 항공운송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지표들이다. 하반기 양대 국적항공사들의 실적은 일본 대지진과 국제유가 급등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항공수송시장은 이들 변수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또 항공사들의 실적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이들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항공수송시장의 흐름을 전망했다.

▲유가변동

항공사의 영업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이 가장 크다. 대한항공이 연간 3000만배럴, 아시아나항공이 1200만배럴의 유류를 소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재무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항공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료비 비중은 2003년까지 유가안정 등에 힘입어 20% 미만에 그쳤다. 하지만 2004년 이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2008년에 매출액의 40% 내외 수준에 달하기도 했다.

또 항공유 구매 결제수단이 달러라는 점에서 연료비 부담은 원·달러 환율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2009년에는 항공유가가 배럴당 69.6달러로 2005년(71.8달러)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나 원·달러 평균 환율이 2005년 대비 24.6% 상승한 1276원에 달하면서 연료유류비 지급부담은 2005년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영업비용이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나 완만한 유가상승의 경우엔 항공업계에 미치는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의 유류할증료 지원제도 등에 힘입어 비용증가 부담의 상당 부분을 이용자측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유류할증료 제도는 항공유가(MOPS)에 연동해 차등적으로 부가하고 있으며 국제여객, 국제화물, 국내여객 등 노선별로 구분해 운임에 부가하고 있다.

원·달러환율에 변화가 없다는 가정 하에 올해 평균유가가 지난해 대비 5% 증가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비용은 각각 1350억원 및 55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할증료를 통해 유류비중가분의 상당부분을 보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감안할 때 항공운송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완만한 수준의 유가상승은 항공업계에 미치는 재무적 부담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항공수요가 가격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유류할증료도 크게 오를 경우 이는 곧 항공수요의 대폭적인 하락으로 이어져 유류할증료를 통한 영업비용증가분을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전액 달러로 결제되는 유류비와 달리 유류할증료 수입은 국제여객에 대해서만 달러기준으로 부과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엔 유류할증료 수입증가분을 넘어서는 연료비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국내항공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올해 2월부터 일반 단거리 국제노선의 적용을 받아왔던 중국노선 중 산둥성 노선(칭다오 옌티엔 웨이하이 지난)에 대해 운항거리가 유사한 일본노선 수준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산둥성 노선에서 유류할증료 수입은 약 5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유류할증료 수입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항공사별 중국 여객노선의 매출비중(대한항공 6% 내외, 아사아나항공 13% 내외) 등을 감안할 때, 유류할증제도 조정이 양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되고 있다.

▲환율변동

전 세계 주요 정기항공사들은 대부분 국제선에 주력해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양대 국적항공사들은 좁은 국토면적, KTX를 비롯한 대체운송수단의 발달로 국내선의 영업기반이 취약해 국제선의 항공운송수입 비중이 90% 안팎에 달할 만큼 높다. 높은 국제선 매출비중으로 인해 전체 매출의 약 25~40% 내외가 달러, 엔화 등 외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특히 달러수입이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높은 외화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들은 현금흐름상 지속적인 외화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영업비용 항목별 외화결제비중을 살펴보면 연료비, 항공기임차료, 정비비, 보험비 등 항공기 운항에 요구되는 비용은 전액 외화로 결제되고 있으며 공항 조업비, 시설이용비, 착률료 등 공항시설 사용과 관련된 비용의 50% 가량도 외화로 지급되고 있다.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외화결제비중은 환율수준, 급유단가, 항공기 도입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존재하나 대략 40~7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항공기 도입에 따른 투자자금, 금융리스 미지급금 상환 등 항공기 관련 투자도 달러로 결제되는 등 현금흐름상 대규모 순외화지출 포지션에 노출돼있다.

회사별 연간 달러부족량은 항공기 도입계획 및 급유단가 등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평균적으로 20억달러 이상, 아시아나항공은 8억달러 이상의 달러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달러 부족액의 최대 50% 가량을 통화스왑과 통화옵션 등을 이용해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약 1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다. 환율변동 위험은 미래 달러부족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완전 헤지가 불가능하며 완전 헤지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환율상승이 가격상승을 야기해 항공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변동이 항공운송산업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인 셈이다.

▲항공자유화 등의 공급증가

항공운송사업은 일반적으로 2개국 간 체결된 항공협정에 따라 영위된다. 항공협정에선 협정 당사국 내의 운송지점과 운항규모, 취항 항공사 수 및 운항 빈도 등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항공법 등의 법적 규제가 항공사 설립, 국내·국제항공운송업 면허 등에 대한 정부 인·허가를 규정해 신규 항공사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항공운송사업은 사업초기에 항공기에 대한 대규모 투자자금이 소요된다. 다수의 노선을 충분한 빈도로 운항하고 영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정규모 이상의 항공기 확보가 필요해 규모의 경제 달성이 요구된다. 정부규제 및 높은 자본적 진입장벽과 함께 공항시설의 제약, 운송 네트워크의 확보, 마일리지 적립 등을 통한 기존 항공사의 고객기반 등도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자유화, 저가항공사 진출 등 대내외적인 경쟁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환경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2007년 12월 항공법 개정을 통해 국제선 취항기준이 완화되면서 저가항공사가 국제선 시장에까지 진입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항공운송 자유화 추세로 항공사간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되면 당사국간 취항 가능한 항공사의 수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며 모든 노선에서 운항횟수 및 공급 규모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4월 미국과 제한적인 항공운송자유화 협정을 체결했으며 2006년 6월에는 중국과 항공운송 단계별 자유화에 합의해 산둥성 및 하이난도 지역은 즉시 자유화하기로 하고, 매년 항공회담 개최를 통해 중국내 자유화지역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일본과는 2007년 7월 도쿄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하는 등 2010년 6월 말 기준 여객 20개국, 화물 33개국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항공자유화 협정체결 이후 노선별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노선은 협정체결 이후 뚜렷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 노선은 2008년 이후 저가항공사의 활발한 시장진입으로 취항항공사와 노선수가 크게 증가했다.

중국 노선은 부분적인 항공자유화 이후 운형편수 및 취항항공사, 취항노선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시장경쟁이 가열됐으나 2008~2009년 경기불황으로 인해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운항편수 및 취항항공사수가 감소하는 등 노선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되면 단기적으로는 해당 노선의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일부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경향을 보일 적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주문 및 인도물량 변화를 살펴보면, 2005~2007년에 전 세계 항공사들의 주문량이 많아 2011년 이후 항공기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0년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고의 30% 이상을 아태지역 항공사가 차지하고 있어 아태지역을 기착으로 하는 항공사간 경쟁심화가 예상된다. 또 중국 3대 항공사의 수주잔량이 우리나라 수주잔량의 6배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대부분의 기종이 B737 등 단거리용 항공기에 집중돼 있어 한중 노선의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공사와의 한중노선 가격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항공기 공급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시장 진입도 단거리 국제노선의 경쟁강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2009년 3월 중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 노선의 정기운항을 시작으로 2010년 말 기준 5개 국제선에 주 31회 정기운항을 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도 일본, 홍콩 등의 노선에 부정기편을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저가항공사의 시장진입에 대응해 2008년 1월에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를 설립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2008년 2월 에어부산에 지분출자하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

국제선 수요는 전쟁, 국제적 테러, 질병의 확산 등 이벤트 충격의 발생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아왔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과 2000년에는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국제선 여객수요가 15%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여 왔으나 2001년에는 미국 9.11테러의 여파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4.6% 감소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이 각각 2660억원, 1257억원 감소했다.

2003년에는 2002년 11월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인해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수가 2003년 3~8월동안 6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 31.8%, 16.9% 감소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원·달러환율의 급등과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최초 발병된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항공운송기업의 영업실적에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올해 3월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태로 이어지면서 일본 여객노선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기준 여객운송수입에서 일본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한항공 16%, 아시아나항공 22% 수준으로 다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양대 항공사의 영업실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대지진은 전 세계적인 항공수요 위축을 야기했던 9.11테러나 사스 신종플루 등과 달리 그 영향이 일본노선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항공자유화 협정의 확산으로 운항노선 및 운항스케줄의 탄력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노선의 수요위축으로 인한 영향의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변동성

항공운송산업은 경제성장과 함께 추세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으나 단기적으로는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아 영업실적이 민감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1990~2010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여객수요(RPK)와 화물수요(RFK)는 각각 경제성장율 변동치를 상회하는 2.5%포인트, 2.2%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수요가 여객에 비해 경제성장률에 따른 변동 폭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내수경기보다는 미국, EU 등 주요 항공화물 수입국의 경기변동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는 외국 항공사 대비 화물운송의 매출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송수입 대비 화물운송 매출비중은 30% 내외 수준이다. 세계 최대 항공그룹인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과 에어프랑스-KLM 그룹의 화물운송 매출비중(15% 미만)을 크게 앞선다. 미국 5대 대형항공사의 화물운송 매출비중은 5% 미만이며 주요 경쟁사인 중국 3대 항공사와 일본 양대 항공사의 화물 운송 매출비중도 10%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항공사의 화물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국내 화물전용 항공사가 없다는 점과 함께 주요 항공화물인 IT제품 분야에서 반도체매출 세계 2위, 휴대폰판매 세계 3위, TFT-LCD 판매 세계 1위 등 우리나라가 지닌 높은 국제경쟁력 때문으로 보인다.

여객 수요가 여름엔 8~9월, 겨울엔 1~2월 등 휴가철에 집중돼 성수기를 보이는 반면 화물수요는 4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다. 화물운송 매출비중이 클 경우 여객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악화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또 내수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여객수요와 달리 화물수요의 경우 수입국의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수요특성 차별화에 따른 사업다각화 효과도 존재한다. 이러한 수요특성으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은 타 국적항공사에 비해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경기변동에 따른 사업위험 확대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신정평가의 구본욱 선임연구원은 여객부문에 대해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노선의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나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인 방한관광객이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여객수요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던 화물수송부문에 대해선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 영향이 크지 않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또 중국의 경제성장에 힘입은 대중국 교역의 확대가능성에 미뤄 전체적인 흐름상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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