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4 16:14
조선 빅4 제 2라운드는 ‘신재생 에너지’
조선 노하우 앞세워 풍력·태양력 발전 시장 출사표
●●●많은 전문가들은 1조 배럴로 추정됐던 석유 매장량은 현재 하루 6천9백만배럴씩 소비되기 때문에 2036년에는 석유가 바닥이 날 것이라 전망한다. 그들은 앞으로 30년 안에 세계는 심각한 자원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닐 뿐 더러 기초 자원 매장량도 풍부하지 않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 가운데 세계 많은 나라들은 이미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석유와 같은‘자원의 완전 대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조선업계가 이끌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은 빅4 모두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은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정평이 나 있다. 엔진의 추진력을 회전력으로 바꾸는 풍력발전의 핵심장치인 ‘블레이드’ 관련 기술이 선박용 프로펠러에 적용되는 기술과 흡사해 선박 건조를 통해 축적된 기술의 응용이 쉽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풍력발전에 대한 진입 장벽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이유다.
조선 빅4 풍력발전사업 ‘현재진행형’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8월 미국의 풍력업체인 드윈드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관련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및 유럽 지역에서 인증 완료된 제품을 보유한 드윈드사를 인수함으로써 시장진입에 오랜 시일과 검증기간이 소요되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 사업의 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경쟁업체보다 5년 정도는 앞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독일 알베에(RWE AG)사로부터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선도 수주하면서 풍력발전 사업을 통해 연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캐나다에 풍력발전기 생산을 위한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풍력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세계시장 15%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사업착수와 동시에 영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와 공동으로 2.5MW급 풍력발전 설비를 개발해 2009년 5월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풍력전시회’에 출품함으로써 미국시장을 열었다. 미국은 현재 전체전력의 1% 수준인 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장 잠재력이 크다. 그간 미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본 삼성중공업은 사업착수 9개월만에 시장공략의 신호탄을 올리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프로펠러, 소음진동 해석, 구동장치 및 제어시스템 등 풍력설비 연관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기술을 적용해 경제성 있는 풍력발전 설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총 6천억원을 투자 ▲2015년 풍력발전설비 매출 3조원(800기 생산)으로 ▲세계 7위권(M/S 10%)에 진입한다는 중기 목표를 수립했다. 인력도 2015년까지 1천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진입 초기에는 2.5MW급 육상 풍력발전 설비로 육지면적이 넓은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을 공략하고, 2015년부터는 발전효율이 높으며 소음측면에서 유리한 해상 설비로 아시아 및 유럽시장 점유율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 11월 거제조선소에서 제작한 2.5MW급 풍력발전설비 1호기를 미국 씨엘로(Cielo)사에 인도함으로써 ‘국내 풍력발전 설비업계 최초의 해외수출’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8월 19일, 연간 500M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약 2km 폭의 바다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거제시 연초면 한내조선특화농공단지에 건설해 국내에서의 사업 진행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TX엔진은 지난 1999년 제주 행원 풍력단지 설립을 시작으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주도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한국남부발전이 제주도에 준공한 한경 풍력발전소에 연간 3MW급 풍력발전기 5기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STX윈드파워(구 하라코산유럽) 지분 및 풍력발전 관련 특허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일류의 풍력발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STX는 STX윈드파워 인수를 통해 육상용(Onshore) 및 해상용(Offshore) 풍력발전기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 그 동안 축적한 풍력발전기 설치·유지보수 기술을 토대로 명실공히 국내 풍력발전사업 선두기업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STX는 부품, 장비, 설치, 운영에 걸친 풍력사업 전 분야에 사업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완성했다.
STX는 향후 공장건설 및 R&D 투자 등에 약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풍력기업으로서의 초석을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는 다른 조선소에서 보기 어려운 높이 70m, 날개 길이만 37m에 이르는 1.65MW급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이 발전기는 현대중공업이 풍력 사업에 필요한 각종 테스트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제2야드 방파제에 설치한 것으로 현재 주택 800가구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해 선박 블록 생산설비 등에 공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총 1,057억원을 투자해 군산 군장국가산업단지 내 13만2천m² 부지에 국내 최대 풍력발전기 공장을 지난 3월 말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2.0∼5MW급 육·해상 풍력발전기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 해, 오는 2013년 생산능력을 연간 최대 800MW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4월 초에는 중국 웨이하이시 회사와 설립 투자 의향서를 체결하며 풍력발전 분야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풍력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의 풍력 사업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11월 강원도 태백에서 우리나라 풍력발전 국산화사업의 첫 걸음인 ‘태백풍력발전단지’ 착공식을 갖고, 남부발전, 효성, 삼협건설 등 3사와 태백풍력발전주식회사를 공동 설립, 태백지역에 국산 풍력발전기 10기(20MW)를 설치할 예정이다.
풍력발전 세계 시장에서 덴마크 베스타스가 19%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GE윈드(18%)와 스페인 가메사(11%)가 그 뒤를 잇는다. 독일 에너콘(9%), 인도 시즐론(7%), 독일 지멘스(7%) 등 상위 6개사가 세계시장의 71%를 점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의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내다보며 국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양광 에너지, 현대중공업 vs STX솔라
STX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TX솔라는 지난해 1만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50MW 규모의 태양전지 제조 설비와 R&D 센터로 구성된 태양전지 제조센터를 준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구미의 전자산업 인프라를 활용,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인 태양광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STX솔라는 향후 태양전지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한편, 박막형 태양전지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50MW 수준인 생산규모를 올해 대폭적인 설비증설을 통해 150~200MW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며, 2012년에는 300MW 수준의 설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STX그룹의 태양광 산업 진출전략은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서도 나타난다. STX그룹은 STX솔라를 필두로 태양광 산업의 핵심분야인 태양전지를 제조하고, STX중공업, STX에너지와 연계해 태양광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제조, 설치, 발전 및 운영을 진행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플랜트 설계 및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종합 EPC 능력을 보유한 STX중공업은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하고, 발전소 개발과 운영사업 경험이 풍부한 STX에너지는 태양광발전·운용을 담당해 태양광 발전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STX솔라는 국내외에서 유수의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태국 사께오(Sakaeo) 지역에 건설 예정인 총 32MW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의 1단계 공사인 8MW급 단지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며, 오는 2011년에는 미국 괌에 20M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세나이하이테크파크(SHTP)와 태양광 발전소 및 태양전지·모듈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말레이시아는 물론 인접 동남아지역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은 1997년 태양광 발전 사업성 연구를 시작으로, 2004년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 전담팀을 구성, 지식경제부로부터 태양광발전 기술개발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준비해왔다.
초기에는 울산과학대에 10KW급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소규모 태양광 설비 위주의 사업을 진행했으나, 2005년 울산 선암에 20MW급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업에 진출한지 불과 1년 만인 2006년,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6천만달러 규모의 자체 브랜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세계 최대 규모의 스페인 태양광 발전단지에 수출했다. 이는 당시 국내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태양광 발전설비 사상 최대 규모로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태양광 사업의 수출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현대중공업의 미래 성장 사업으로서의 태양광 발전의 가능성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 8월 울산의 기존 모듈 공장을 충북 음성 소이공업단지로 이전, 확장했으며, 2008년 5월 소이공업단지 약 2만m² 부지에 총 340억원을 투자해 30MW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완공했다. 이후 추가로 3천억원을 투자해 2009년말 태양광 제2공장을 완공함으로써 태양광모듈 320MW, 태양전지 370MW으로 국내 1위의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대중공업은 제2공장을 완공한지 6개월만인 2010년 6월 대규모 설비 증설을 하기로 결정, 모듈과 태양전지의 연간 생산능력을 각각 600MW(메가와트) 체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국내 1위 규모인 연간 모듈 320MW, 태양전지 370MW 생산규모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2011년 초 증설을 완료해 2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약 2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 모듈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대중공업이 이번 증설을 결정한 이유는 음성 공장에서 풀가동 생산을 해도 지난해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체코 등 유럽 각국의 태양광 지원 정책에 따라 급증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시장의 성장 전망도 이번 증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유럽 태양광산업협회(EPIA)가 지난 4월 발표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의 수익성 개선과 각국의 신성장 정책 등에 힘입어 2009년 7GW(기가와트)였던 시장 규모가 2010년 13GW, 2012년 19GW, 2014년 30GW 이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6월부터 KCC와 공동 설립한 KAM에서 연간 3,0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시제품을 생산하는 등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국내 유일하게 태양광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2008년 이탈리아와 세계 1위 시장인 독일에서 태양광 모듈을 대규모로 수주함으로써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6월초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안전규격(UL)을 획득, 미국 등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태양광 주택에 대한 정부 지원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일본 주택용 태양전지 시장에도 진출해 2011년 5만kW까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태양광 사업은 세계 10위권 정도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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