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정안을 두고 국제 해운업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적용 범위가 소형선까지 확대되면서 선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17일 ETS 개정안을 발표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ETS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자 2024년 1월부터 해운시장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로 유럽 항만을 취항하는 5000t(총톤) 이상의 모든 선박은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의 100%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EU는 나아가 ETS를 단순한 규제 수단이 아니라 선사들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제도로 개편했다. 올해로 시행 3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선사들이 지불하는 ETS 비용은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탈탄소 전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불만을 반영한 조치다. 유럽선주협회에 따르면 탄소 가격을 t당 100유로로 가정할 경우 해운산업에서 발생한 ETS 수입은 연간 약 90억유로(약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ETS 수익을 해운시장에 환원하고 선사들의 친환경 연료 개발과 무탄소 추진기술 도입을 돕고자 SMAP(Sustainable Maritime Alternative Propulsion) 메커니즘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8년부터 2040년까지 최대 1억1000만개의 ETS를 별도로 비축해 기존 화석 연료와 친환경 및 대체 연료 간의 가격 차이를 보전하고, 풍력 추진과 탈탄소 기술 도입 비용을 보조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100억유로(약 1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해운시장에 수익을 환원하고 탈탄소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소도서개발도상국(SIDS)과 최빈개도국(LDC)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진행할 것이다. 이는 해운업계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제 해운업계는 ETS 개정안 발표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컨테이너선사 국제단체인 세계선사협의회(WSC)는 “ETS 수익의 상당 부분을 탈탄소화에 재투자하는 건 EU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이고도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유럽선주협회도 “지속 가능한 연료 지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친환경 연료의 가격은 기존 연료에 비해 평균 4배 비싸다. 투자 모델을 확립하려면 도입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다만, 소형선까지 ETS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건 선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5000t 이상의 선박에 적용했던 ETS 대상 범위를 400t 이상의 소형선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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