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0 17:07

이란제재조치에 수출업체 등 피해 상당할 듯

이란제재조치로 수출업체등 이란과 관련된 국내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란 리스크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이 중단되고 수출 대금 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국간 직접 금융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제3국을 통한 송금만이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가 한순간에 날아가고 있다"며 "이란 리스크가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피해는 건설과 자동차, 정유를 비롯해 전자, 종합상사, 철강 등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수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지난 7월 초 미국의 대이란 금융제재조치 이후 거래은행의 대금 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수출이 중단됐고 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선적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ㆍ기아차는 월 3000여 대가 넘는 물량의 수출 중단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ㆍ기아차가 이란에 수출하는 반제품조립(CKD) 물량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해서 현지 조립 판매를 해 공급하는 CKD 물량은 올 상반기 1만4000대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월 2000~3000대의 CKD 물량 수출도 전면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의 피해가 두드러져 보인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린 데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는 두 곳으로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평균 7만배럴, 연간 원유 수입량의 20%를 이란에서 들여온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안정적인 원유 수급을 위해선 장기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라며 "우선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단기 스폿(spot)시장 거래를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10%인 하루 8만배럴을 이란에서 수입하는 SK에너지는 제3국 우회결제로 이란 원유 수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SK에너지 측은 "일본은행을 통한 결제로 간신히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지만 대체시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종합상사들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석유화학 제품 등과 관련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의 이란과 교역 규모는 4000만~5000만달러 정도였다. 이에 비춰볼 때 7월부터 시작된 거래 중단으로 삼성물산의 피해 규모는 약 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철강 트레이딩 1억달러를 포함해 기계, 화학제품 등의 대이란 무역 거래 규모가 총 6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올해 대이란 교역 규모를 7억달러로 예상했고 실제로는 상반기에만 5억달러를 달성했다"며 "7월 이후 이란과 거래를 하지 못해 목표치로는 2억달러, 추세로는 5억달러 정도까지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 상황의 자구적 타계책으로 제3국 통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 제재에 동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종합상사와 LG상사도 일찌감치 이란과 신규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우회 거래 방법을 찾는 등 이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자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란 내 가전제품시장 점유율이 70%가 넘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동 최대이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황금시장을 잃을 수 있다며 염려하고 있다.

석유ㆍ화학ㆍ플랜트 등 대규모 건설시장을 개척해온 국내 건설업계도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가 중단되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는 2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철강회사인 포스코 역시 자동차 강판과 API 강판(미국석유공급협회가 제시하는 규격의 원유 강관을 만드는 소재) 등 이란에 수출하는 물량 계약이 중단된 상태다. 종합상사를 통해 수출하는 이란 수출 물량은 연간 30만t 정도다. 포스코는 수출 품목 중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API 강판에 대해 8월과 9월 선적분을 끝으로 제재와 관련한 세부 규칙이 나올 때까지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운업체들은 이란으로 물량 운송을 원하는 화주들을 구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화주들을 설득하면서 물량 운송을 거절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조선업체는 이란에서 유조선 수주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주 물량이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 유조선 한 척만 인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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