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9 16:01

美 경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나…

성장세 둔화로 위축되고 있는 미국 경제, 탈출구 찾기 위해 안간힘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지난 17일, 위축되고 있는 미국 경제와 향후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곽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과 발생 요인 및 향후 전망 등을 기고해 학계에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경제, 화려했던 시절은 가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민간소비 부진 등으로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다시 둔화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대비)은 작년 3분기 1.6%를 시작으로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보이다가 올해 1분기 3.7%에서 2분기 2.4%로 하락한 상태이다.

민간소비 부진이 경기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는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올해 1분기 1.9%에서 2분기 1.6%로 둔화됐다.

고용과 소비 등 미국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6월 현재 개인소득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가계 저축률은 6.4%로 경기침체 직전인 2007년의 1.7%에 비해 무려 약 4배나 증가하는 등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자산매각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이 지속되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지지부진한 미국 경제에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근원 인플레이션이 0.9% 상승하는 데 그치며 196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연준의 목표치인 1.5~2.0%선 아래인 1.4%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8월 들어 0.5%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10년물 역시 2.8%까지 빠지며 15개월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정부와 주요 민간기관들은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21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가 비정상적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면서 경제상황을 경고했다. 미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2~3.7%에서 3.0~3.5%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는 3.2~4.5%에서 3.5~4.2%로 하향 조정했다.

예측기관들은 미국의 경제회복세가 모멘텀을 상당히 잃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내년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5%에서 0.6%포인트 하향 조정한 1.9%로 제시했다.


거시경제지표는 혼조세

미국의 경기 선행, 동행, 후행 지표들은 최근 들어 경기회복에 관한 엇갈린 전망과 반응을 표출했다.
미 콘퍼런스 보드의 경기 선행 및 동행 지표는 내년 경기예측에 신중한 모습이다. 올해 6월 현재 경기 선행 및 동행 지수는 각각 109.8과 101.4로 작년 12월 이후 월평균 2.6%와 1.4%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경기후행지수의 하락은 금융시장의 불안정, 노동 및 주택시장의 침체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미 콘퍼런스 보드의 경기선행지표를 구성하는 지수들이 미국 거시경제가 내년 여름부터 다시 둔화될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즉, 향후 18~24개월 내에 미국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반면, 미국의 경기순환조사연구소(ECRI)가 매주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9주 연속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지난 6일 ECRI 경기선행지수가 122.4로 전주의 121.7에서 0.7포인트 상승했다. ECRI의 연 성장률도 전주의 -10.3%에서 -9.8%로 다소 개선되며 지난달 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인 파산신청 건수 역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상업부문 파산신청 건수는 소폭 둔화된 반면, 비상업부문의 파산신청 건수는 소폭 증가세이다. 올해 1분기 상업부문 파산신청 건수는 1만4607건으로 파산신청이 가장 높았던 작년 2분기 대비 8.8% 감소한 반면, 비상업부문 파산신청 건수는 37만3541건으로 작년 4분기 이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마저 대두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블 딥’ 또는 ‘디플레이션’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경우를 경기침체로 규정하는데 더블 딥은 이러한 경기침체가 두 번 계속된다는 의미이다. 즉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끝나고 잠시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듯 하던 경기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의 경기침체를 겪어야 회복기로 진입한다는 점에서 ‘W자형’ 경제 회복이라고도 한다.

반면, 디플레이션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재화 및 용역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량이 축소되어 물가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경제활동 침체로 이어지는 현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경기침체, 소득 감소 등으로 재화와 용역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화폐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현재 누리엘 루비니 교수, 로버트 실러 교수 등 비관론적 학자들은 더블딥 혹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버트 실리 교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50%로 보는 반면, 골드만삭스는 25~30%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추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추가 경기부양을 주장했다. 반면, 로버트 루빈,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부양보다 진축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의 경기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 부담과 지나친 디플레이션 방어가 자칫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부양을 반대했다. 대부분의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각종 매체의 설문조사에서 추가 부양책이 필요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10일 공개시장회의에서 추가 통화 완화정책을 발표했다. 미 연준은 생산과 고용의 회복세가 최근 수개월간 둔화됐으며 경제 성장과 회복이 향후 예상보다 느리게 이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연준이 보유한 모기지증권의 만기 도래분을 장기 국채 매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대했다.


미국 경제를 노리는 3가지 ‘악의 축’

향후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에 가장 중요한 변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 여부는 고용(실업률), 주택시장 및 지방정부재정의 3가지 변수에 좌우된다.

▲고용시장 : 부진 양상 지속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고실업, 저임금 및 저소비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08~2009년 사이 84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가운데 7월 현재 실업률은 작년 12월의 10%에서 소폭 하락한 9.5%를 기록하고 있다. 월평균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연평균 5~6%의 성장이 필요한데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무를 경우 실업률은 당분간 9% 후반대에서 정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작년 4월 65만1,000건을 정점으로 하락하다가 올해 6월 현재 최고치인 48만4,000건을 기록 중이다.


미국 경제 회복은 되겠지만…접근 방법이 문제

내년까지 미 경기회복 가능성 60%

민간부문의 자생력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지출 확대(재정정책)와 양적 완화(통화정책)를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미 연방 및 주정부의 재정 여력 한계,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을 고려할 경우 정교한 정책수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민간부문의 신용경색과 유동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금리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해 명목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은행들은 적극적인 대출을 꺼릴 것으로 판단된다. 2000~2007년간 민간부문의 순차입은 연평균 2.4% 증가했지만 2007년 중반~2008년 중반 동안 경기악화로 무려 65%나 감소했다.

향후 경기회복을 위해 양적완화정책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통화량과 관련된 화폐유통속도가 미국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양적완화정책은 민간소비와 자생력 회복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평상시 미국의 화폐유통속도는 1.9인데 비해 2008년 3분기 1.86, 2009년 1분기 1.69로 하락했으며 4분기에는 1.7을 기록했다.

미 연준이 민간의 소비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늘려야 하는 통화량 규모는 약 1조7천억달러로 추정된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경기회복을 위해 향후 2년간 민간부문의 차입규모를 약 2조3천억~2조6천억달러 추가 증액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킨지는 2008년 12월 보고서에서 내년까지 미국의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차입규모 추정치를 1조6천억~3조7천억달러로 분석했다.

2조3천억~2조6천억달러를 미국 경기회복을 위한 민간부문 지원규모의 기준으로 가정할 경우, 미국 경제의 회복 시나리오는 다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민간부문의 소비 진작을 위한 지원 규모가 2조3천억달러 미만으로 이뤄질 경우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은 지연되거나 불가능할 전망이며 미국의 잠재 명목 GDP는 0.5%포인트 또는 그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 손실이 모기지,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 기타 소비자 할부금융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험할 전망이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침체에 빠질 소지가 커지고, 이에 따른 더블 딥 위험성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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