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2 16:40

SLK국보, 한러일 첫 정기 벌크항로 ‘해운시장 노크’

벌크화물시장 입지 확보에 힘쏟아



▲SLK국보 정귀출 부사장
최근 국내 육상운송업체들이 새로운 신수종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대형 플랜트화물을 실어 나르는 중량물 수송사업이다. 흥아해운 계열의 국보도 다른 대형업체들에 맞서 벌크화물 시장 내 입지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자회사인 SLK국보가 신성장동력 가동에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SLK국보는 국보와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합작투자로 지난 1997년 6월 설립했다. 13돌을 맞은 이 회사는 올해 초 알제리 건설프로젝트 기자재 수송으로 시선을 모았다.

SLK국보는 해운시장 진출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효기해운(兵機海運)이 진행하는 한국-러시아-일본 3국간 정기 벌크선 서비스의 한국대리점이 된 것이다. 이 서비스는 4천t(재화중량톤)급 2척의 벌크선이 투입돼 요코하마-고베-부산-마산-나호드카를 월 2항차로 연결하게 된다. 오는 19일 부산항에서 첫 뱃고동을 울릴 예정이다.

19일 부산서 처녀 취항

효기해운은 지난 1942년에 설립돼 올해로 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중소벌크선사다. 고베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오사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등 영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4천t급 벌크선 4척의 선대로 그간 북한-일본, 베트남-일본간 정기선 서비스를 벌여오다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서비스가 위축되자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SLK국보를 만나 한국을 거치는 3국간 서비스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효기해운 사장단 일행은 지난 4월 초 부산 신항과 마산항을 시찰하며 사업성을 타진한 뒤 같은 달 19일 SLK국보를 한국측 화물집화대리점과 총대리점으로 공식 지정했다.

SLK국보 정귀출 부사장은 자사가 일본 합작기업으로 다수의 일본통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효기해운과 손을 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효기해운과 SLK국보는 2012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수송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APEC 회의를 앞두고 회의장이나 숙박시설 문화시설 등의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진행 중으로 관련 원부자재는 일본과 한국에서 공급될 전망이다.

정 부사장은 신설 노선이 러시아를 잇는 첫 정기 벌크선 서비스라는데 주목한다. 게다가 신뢰도가 높은 일본 선사가 참여한다는 점도 화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와 일본간 직항노선에선 일본 선사들이 참여한 적이 있지만 한러일 항로에서 일본 선사가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EC 회의, 사할린 가스전 개발 등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공급기지 역할을 할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정기적인 벌크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시장선점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 건설프로젝트의 핵심부품이 일본에서 만들어진다면 관련 기자재 부자재 등은 한국이 공급기지 역할을 하게 돼요. 굴착기나 지게차 등의 건설관련 중장비가 많이 나가는데도 그동안 한러일을 잇는 벌크선 시장은 트램퍼(부정기) 서비스만 있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새로운 정기선 루트를 시작하게 돼 고객들의 높은 호응이 기대됩니다.”

▲효기해운의 4천t급 벌크선 <효기넘버8>호

SLK국보는 효기해운과 함께 신설 서비스 뿐 아니라 미주나 구주 등 원양항로로 나가는 벌크화물을 피더서비스하는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해운물동량이 위축되면서 선박 기항도 줄어든 점에 착안해 중량물수송선박이 많이 취항하는 마산항을 환적허브로 일본에서 각 대륙지역으로 수송되는 화물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대형 벌크선들이 많이 안 들어갑니다. 미주나 구주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물동량이 많이 움직이는데도 일본을 들르는 배는 많지 않아 (일본 기업들은) 마산항을 선호하고 있죠. 효기해운 선박을 이용해서 일종의 피더 개념으로 벌크화물 환적수송에 나선다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일본화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걸로 기대됩니다. 4분기께 (항로 개설이) 결실을 맺을 걸로 봐요.”

차부품 물류센터 설립등 사업 다각화

SLK국보는 모회사인 국보가 국내물류 전문회사란 점에서 국제물류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범했다. 국내외 물류를 묶어 명실 공히 종합물류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SLK국보는 창립 초기 컨테이너나 물류센터 등의 일반적인 포워딩(국제물류주선) 사업을 벌여오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벌크선 분야로 방향타를 틀었다.

“우리 회사는 벌크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잡은 뒤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습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의 플랜트 화물이나 북미나 구주쪽 풍력발전 태양열발전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죠. 올해에도 한국-알제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형 중량화물을 수송하는 성과를 올렸어요. (효기해운의) 해운대리점까지 맡게 돼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2월 SLK국보는 대우건설이 알제리 오란 지역에 건설하는 비료공장용 기자재 수송을 성공리에 마쳤다. 당시 이 회사는 크레인이 장착된 준설바지선 5척과 예인선 2척, 2만t급 반잠수함 1척을 용선해 거제 고현항에서 알제리 아르주항까지 관련 프로젝트 화물을 무사히 수송,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SLK국보는 나아가 해외물류센터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미국 멤피스에 자동차부품을 처리하는 물류센터를 세워 사업역량을 또 한번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물류와 국제물류를 통틀어 종합물류 전문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여러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번 벌크선 서비스도 우리가 높은 서비스 품질로 시장을 노크한다면 고객분들이 짐을 모아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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