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6 17:02
기획/국제물류업계 운임안정화 향한 큰 발걸음
서류발급비 이어 유럽항로 최저운임제 도입
채산성은 여전히 열악
●●● 해운업계가 올해 흑자전환을 지상과제로 정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물류주선업계도 수익성 개선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007년 마이너스운임 출현으로 홍역을 앓았던 화물혼재(콘솔리데이션) 업계는 최근 부대운임 도입, 최저운임제 실시 등 운임 현실화를 위한 몸부림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창고료상한선 업계에 지각변동
지난해 5월 부산항으로 수입되는 LCL화물(소량화물)의 통관업무를 맡아보는 양산세관은 종전보다 더욱 기준을 강화한 창고보관료 상한선을 제시했다. 강화된 수준은 종량률 기준으로 1CBM당 8천원 종가율 기준으로 1천원당 4.9%. 종전 기준이었던 1만1천원과 5.7%에 견줘 27% 14% 각각 강화됐다. 1일 할증료는 종량율의 경우 9500원에서 4천원으로 종가율은 2.5%에서 1.6%로 낮아졌다.
앞서 양산세관은 지난 1999년 창고료 자율화 이후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가이드라인 수준이 너무 높아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산세관의 종전 상한선은 인천세관보다 기본료는 3배 할증료는 9배 이상 높았다. 인천세관은 지난해 2월 종량률 기준 1610원 종가율 기준 1.68%의 상한선을 정해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었던 터였다.
양산세관은 결국 업계의 의견을 받아 들여 대폭 낮아진 창고료 상한선 수정치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다만 부산항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어 인천항 쪽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부산항의 경우 보관료 외에 받는 보세창고 작업료가 5천원으로, 인천항의 1만7천원보다 많이 낮은데다 부두밖 장치장(오프도크 CY)의 특성으로 부두에서 양산 지역 보세창고까지 별도 운반되는 까다로운 운송·하역과정을 거친다는 이유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창고료 상한선제 도입 이후 국제물류주선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환급금 경쟁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마이너스 운임의 근거가 됐던 환급금은 곧 창고료의 인상을 통해 가능한 구조였던 까닭이다.
세관측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하기로 정하면서 창고기업들의 위반사례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세관은 검사비율을 강화하고 위반 보세창고를 이용하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에 대해서도 관리대상화물 선별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위반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보세구역 특허 갱신을 허가하지 않는 한편 해당 기업이 최근 5년간 취급한 해외지급 비용 등 전액을 조사키로 했다. 지금까지 위반으로 이 같은 제재를 받은 기업은 보고되지 않았다.
콘솔업계 한 관계자는 “창고료 상한선제가 도입된 게 포워딩업계의 환급금(refund) 관행을 개선하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 같다”며 “경쟁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창고료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류발급비 1만9천원에 콘솔사 한숨 돌려
올해 1월부터 도입한 서류발급비(documentation fee)도 업계의 경영안정화에 큰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포워더들이 자발적으로 서류발급비를 도입키로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입 폭은 건당 1만9천원 수준.
선하증권(B/L) 발급에 대한 비용 청구는 어찌 보면 살기 위한 몸부림의 성격이 짙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항로를 중심으로 해상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서 콘솔기업들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쳤으며 그 결과 업계가 동반 몰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대됐다.
지난해 상반기 20피트 컨테인(TEU) 기준 300~400달러를 오르내리던 유럽항로 운임은 하반기 1500달러까지 급상
승했으며 올해 2월께엔 2200달러대를 찍기도 했다. 무려 6배 가량 치솟은 것이다. 현재 유럽항로 운임은 2000달러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들이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사상최대의 계선을 감행하면서까지 공급량을 줄여 이룬 성과다.
선사들은 미주항로에서도 5월 운송계약(SC)에 맞춰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 서안 800달러 동안 1천달러의 운임회복을 꾀하고 있다. 현재 고객들과 오른 운임으로 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계획이라고 선사들은 따뜻한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선사들은 최근 컨테이너 부족난이 해운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자 한중항로와 동남아항로 등에서 컨테이너불균형비용(CIS)를 도입하기도 했다. 도입 폭은 TEU당 30달러 수준이다. 그야말로 원양 근해 할 것 없이 운임회복의 강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포워더들은 이런 상황이 짐짓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사들의 운임회복 공세를 화주측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상운임이 빠르게 치솟던 지난해 하반기 콘솔기업들은 컨테이너 하나를 수송할 때마다 1천~2천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들의 손실규모는 월간 3~4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23일 23곳의 콘솔 전문 포워더 대표들이 국제물류주선업협회에 모였다. LCL화물 운임 안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운임회복을 목표로 포워더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골드웨이 모락스 맥스피드 앤씨엘 은산해운항공 페어콘라인 등 메이저 콘솔사들이 모두 참석했던 터여서 회의 결과의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었다. 1차 회의에서 업체간 이해관계에 얽혀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던 이들 기업은 11월18일 가졌던 2차회의에서 부대운임 도입을 통한 간접적인 운임회복으로 방향을 틀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12월2일 3차 모임에서 1만9천원의 서류발급비 도입이 확정됐다.
도입 이후 4개월이 흐른 현재 23곳의 콘솔기업들 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기업들까지 철저히 서류발급비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운임이 채산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류발급비는 단비와도 같은 셈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콘솔업계 한 임원은 “서류발급비 도입은 콘솔기업들이 살기 위한 자구책이었다”며 “당시 메이저 회사들이 월간 몇 만달러씩의 적자를 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부대비를 받게 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항로 MGL 미주항로 GRI
콘솔기업들의 당찬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19일엔 유럽 수출항로 운임 하한선을 CBM당 50달러로 정하는 이른바 최저운임제(MGL)를 도입했다. 그간 최저운임제나 기본운임인상 등은 선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개념이었다. 언제나 포워더들은 선사들의 이같은 운임회복에 떠밀려 화주들에게 일부 인상분만을 청구하기에 바빴다. 그런 포워더들이 주체가 돼 운임회복을 도모하게 된 것이다.
콘솔업계는 하한선인 CBM당 50달러는 말 그대로 적자를 내지 않는 마지노선 수준이라고 얘기한다. FEU 기준으로 55CBM의 LCL화물을 싣는다고 가정할 경우 4천달러의 컨테이너 운임에 대응해 발생하는 CBM당 비용은 78달러다. 수입지역으로부터 25달러의 환급금을 받았을 경우 CBM당 비용은 48달러까지 낮아진다. 결국 최저운임인 50달러를 고객으로부터 받은 뒤 선박운임을 내고 2달러가 남는 구조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륙운송료(drayage charge)나 터미널조작료(THC) 등의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콘솔기업들의 운임회복 움직임은 유럽항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주항로에서도 선사들의 운임인상에 대응해 CBM당 15달러의 운임을 올려 받는 이른바 기본운임인상(GRI)를 실시했다. 선사들 운임인상 폭만큼을 인상하겠다는 의도다. 업계는 부대비용 등을 따져서 20달러 정도가 적정 인상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콘솔업계 일부에선 기본운임 인상뿐 아니라 THC 등의 부대비 현실화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본운임 안정화만으로는 여전히 수익구조가 불투명한 까닭이다. 현재 CBM당 3천원 가량의 THC를 받아야 함에도 받지 않는 포워더가 태반인 현실이다.
한 대형 콘솔사 관계자는 “우리는 최근 월간 처리물량이 3만CBM을 넘어설 만큼 확대됐다”면서도 “하지만 수익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상황이어서 물량 확대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본항공(JAL)의 파산으로 일본 직항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예로 들며 대형화주기업들이 물류기업을 동반자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화주기업들은 분기 수익이 몇 조씩 났다고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선사나 물류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대기업들이 물류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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