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5 10:30

논단/ 불법행위와 국제재판관할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실질적 관련의 유무에 따라 관할권 판단해야

<2.9자에 이어>

원심은 나아가, 대한민국에 사무소 주소를 가지고 있을 뿐, 미국 내에서의 활동 근거지가 없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미국법원에서 응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내에 거주 기반을 가졌던 원고로서는 반드시 이 사건 미국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수행하여야만 할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청구의 내용이 우리나라 내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것이어서 미국법원이 그 인과관계와 손해의 발생 여부 등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미국법원에 재판의 적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이며, 다만 이 사건 미국법원이, 피고의 발표내용 중 원고가 이 사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하여 그 진실 여부에 관한 증거 수집과 조사를 미국내 현지에서 하는 것이 용이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미국법원이 이 사건 전체를 적정하고 신속하게 심리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적을 가지는 우리나라 법원에 의한 증거의 수집과 조사가 특히 어렵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이라는 민사소송의 기본이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미국법원이 이 사건에 관한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니, 원심의 그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그 판단에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미국법원에의 관련재판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와 원고가 미국의 한인들 사이에 명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미국을 불법행위지의 결과발생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어서 거기에 국제재판관할에 있어서의 불법행위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판단을 유탈하였다는 위법사유는 없다.

(4)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62910 판결

1) 상표법 제67조 제2항, 제3항, 제5항은 같은 조 제1항과 마찬가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손해에 관한 피해자의 주장·입증책임을 경감하는 취지의 규정이고, 손해의 발생이 없는 것이 분명한 경우까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의무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상표권의 침해행위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자에게 손해의 발생이 없다는 점이 밝혀지면 침해자는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다43119 판결, 2002. 10. 11. 선고 2002다3317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상표권자에게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인정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서울 ○○구 ○○동소재 광희시장에서 의류판매업에 종사하는 피고가 2001. 8.경부터 2001. 11. 20.까지 사이에 원고가 의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일본 및 대한민국 특허청에 각 등록한 상표인 "X-GIRL"(이하 '이 사건 상표'라고 한다)에 대한 정당한 사용권한 없이 이를 위조한 상표가 부착된 티셔츠 등 의류를 일본 보따리상들에게 판매하여 온 사실,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판매행위 기간 동안 일본 내에서는 위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생산·판매하여 왔지만 대한민국 내에서는 그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지 아니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의 이 사건 판매행위 기간 동안 원고가 대한민국 내에서 위 상표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의 영업활동을 한 바가 없는 이상 그에 따른 영업상 손해도 없었다 할 것이고, 원고가 대한민국에서 이 사건 상표권을 등록하고 그 침해행위에 대한 단속활동을 벌여 왔다 해도 이를 제품의 생산·판매 또는 그와 유사한 내용의 영업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며,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판매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영업상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한국 상표권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상표에 관한 대한민국 내 위조품 단속을 위하여 지출하였다고 주장하는 비용은 원고 직원들이 대한민국 내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위조품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지출된 것일 뿐 피고의 이 사건 판매행위 단속에 직접 소요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지출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국제사법 제24조에 의하면, 지적재산권의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그 침해지법이 된다 할 것이므로 일본 보따리상들의 일본에서의 일본 상표권 침해행위에 피고가 교사 또는 방조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의 당부는 침해지법인 일본 상표법 제37조 등의 해석에 따라야 할 것인데, 위조한 상표를 부착한 의류를 일본 보따리상들에게 대량으로 판매함으로써 일본에서의 일본 상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준 피고의 행위가 위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기록에 나타난 지적재산권에 관한 일본 법원의 해석론에 비추어 보면, 속지주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는 일본 상표법하에서는 상표권이 등록된 나라의 영역 외에서 당해 상표권의 등록국에서의 침해행위를 유도하는 등 이에 관여하는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됨을 알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원심의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점은 있으나 피고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아니한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판매행위로 인하여 그 주장과 같은 신용훼손 등의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또한 원고의 한국 상표권의 경우 그 손해의 발생사실이, 일본 상표권의 경우 그 손해에 대한 피고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이 각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신용훼손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및 위 각 상표권 침해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바, 앞서 살펴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법리오해 및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어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법행위청구소송에 대한 국제재판관할은 분쟁사안과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실질적 관련’이라 함은 우리나라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 또는 분쟁 대상이 우리나라와 관련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되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실질적 관련 유무를 판단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제사법 및 민사소송법 관련규정 및 판례의 취지를 종합하여 사안별로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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