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0 09:46

판례/ 피예인선도 인적 감항능력을 갖춰야 한다

김현변호사
【이 유】

1. 공제계약의 체결과 공제사고의 발생

원고는 1994. 10. 11. 어선공제사업을 업으로 하는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의 제A호(신톤수 62t, 구톤수 89.99t인 기선 저인망어선이다. 이하 ‘이 사건 어선’이라 부른다)에 관하여 피공제자 원고, 공제가입금액 금 118,000,000원, 계약기간 1994. 10. 11. 00:00부터 1995. 10. 24. 00:00까지로 하여, 위 어선이 해상에서 해상고유의 위험인 침몰·좌초·충돌·풍파의 이상한 작용에 의하여 손상, 구조 등에 의한 사고로 입은 손해를 피고의 어선보통공제약관에 의하여 보상받기로 하되, 어선이 멸실 또는 이에 준하는 대손해로 인하여 원형으로 복구 불능상태에 있을 때를 전손으로 규정하여 공제가입금액 전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어선보통공제계약(이하 '이 사건 공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어선은 1995. 4. 20. 제B호의 우측에 측면 예인되어 인천항을 출항하여 여수항으로 운항중, 그 다음날인 21. 06:00경 충남 태서서방 7.2마일 해상에서 침몰하는 바람에 선체인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피고의 면책항변에 관한 판단

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어선의 전손으로 인한 공제금으로 위 공제가입금 118,000,000원의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어선보통공제약관 제2조 제2항 단서에 “본회의 공제목적인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한 상태에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공제계약의 청약을 승낙하여 보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약관 제11조 제1항 제7호가 “공제사고가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도록 유자격자 선장 및 기관장의 승선 등 선박의 안전운항에 필요한 제반조치를 결여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정될 때에는 공제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어선을 제B호로 하여금 예인하여 항행함에 있어 제B호에는 선장, 기관사, 선원 등 도합 3명을 승선시켰으나 이 사건 어선에는 아무도 승선시키지 아니하였고, 한편 제B호에 승선한 위 3명은 과거에 이 사건 어선이나 제B호에 승선한 경험이 없는 제B호의 선박직원으로 이 사건 어선이나 제B호의 기능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들을 무리하게 제B호에 승선시켰을 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실시하는 선미예인을 하지 아니하고 선체간의 충돌로 인하여 사고 발생이 높은 측면예인을 하는 등 이 사건 어선을 불감항의 상태로 운항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약관 제2조 제2항 단서, 제11조 제1항 제7호에 의하여 면책되어야 한다고 항변한다.

나. 살피건대, 위 약관 제2조가 ‘위험부담 및 공제목적의 범위’라는 제목 아래 제1항에서 “본회는 공제의 목적인 어선이 해상에서 해상고유의 위험인 침몰·좌초·충돌·풍파의 이상한 작용에 의한 손상, 구조 등에 의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약관에 의하여 보상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고, 한편 위 약관 제11조 제1항 제7호에도 역시 피고의 주장과 같은 내용의 면책조항을 두고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위 약관 제2조가 제2항에서 ‘…조건으로 공제계약의 청약을 승낙하여 보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피고가 공제자로서 제1항에서 규정한 해상위험을 부담하기로 하지만 공제의 목적물인 어선이 발항 당시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하여 그 위험을 부담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만약 공제의 목적물인 어선이 발항 당시 위와 같은 감항능력을 갖추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판명되면 그 발항 이후부터는 공제계약에서 정한 해상위험에 대한 위험부담의 조건은 성취되지 아니하였던 것이 되고, 따라서 발항 이후에 해상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피고는 공제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게 된다고 할 것이며, 위 약관 제11조 제1항 제7호는 이와 같은 취지에서 공제자의 면책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 ‘공제의 목적인 어선이 통상의 해상위험을 사실상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한 상태’를 뜻하는 감항능력은 선체나 기관 등 선박시설이 당해 항행에 있어서 통상의 해상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물적 감항능력)과 그 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의 기량과 수에 있어서도 그 항행에 있어서 통상의 해상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인적 감항능력)을 뜻하는 것으로서, 그 중에서 인적 감항능력의 구비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박의 크기나 항행구역 등에 따라 선박에 승선하여야 할 선원의 자격과 수를 정하고 있는 선박직원법의 관계 규정이 일응의 표준이 된다고 할 것인데, 선박직원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항행구역, 크기, 용도, 추진기관의 출력 기타 선박의 항행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참작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선박직원의 승무기준에 적합한 해기사를 승무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1995. 4. 21. 당시 시행되고 있던 선박직원법시행령 제22조 제1항의 ‘[별표 3] 선박직원 승무기준’에 의하면 이 사건 어선이나 제B호와 같이 연해구역에서 무선통신장치를 구비하여 조업하는 200t 미만의 선박은 갑판부에 각 6급 이상의 항해사 자격을 가진 선장 및 1등 항해사를, 기관부에 6급 이상의 기관사 자격을 가진 기관장을, 통신부에 3급 이상의 통신사 자격을 가진 통신장을 승선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다. 그러므로 이 사건 어선이 발항 당시 인적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호증의 1, 갑 제3호증(을 제2호증의 15와 같다), 을 제1호증의 1(을 제2호증의 16과 같다), 을 제1호증의 2, 을 제2호증의 2, 3, 6, 7, 8, 9, 10, 11, 12, 14, 17, 18, 19, 20, 21, 23, 24, 26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예인선인 이 사건 어선은 무선전신시설을 갖춘 예인선인 제B호와 동일한 제원, 성능을 갖춘 어선으로서, 원고가 경영하는 F수산에서 위 두 배를 한 조로 하여 조업을 하는 2수인 기선저인망어선(속칭 쌍끌이 어선)으로 그 진수일이 1961. 11. 30.로 사고 당시 선령이 33년 5개월인 사실, 이 사건 어선과 제B호가 조업을 마치고 약 한 달 전에 인천항에 정박하여 위 어선들의 선장과 선원이 모두 하선하자, 원고는 이들 어선 2척을 여수에 있는 선박수리소에 맡겨 수리하기 위하여 위 F수산의 운반선인 제B호의 선장으로서 6급 항해사 자격이 있는 소외 C, 제B호의 기관장으로서 6급 항해사 자격이 있는 소외 D, 제B호의 일반선원인 소외 E 등 과거에 이 사건 어선이나 제B호에 승선한 사실이 없는 3인을 제B호에 승선시켜 이 사건 어선을 제B호의 우측 측면에 로프로 묶어 예인하는 방법으로 여수로 발항케 한 사실, 측면예인의 경우 선미예인에 비하여 예인선과 피예인선과의 충돌로 그 해상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어선을 통상적으로 하는 선미 예인을 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측면예인을 한 이유는 발항 당시 선박 직원이 3명이어서 그 수가 모자랐기 때문이었던 사실, 위와 같은 측면예인으로 인하여 이 사건 어선이 발항 후 4시간이 지나 팔미도 근해를 지날 무렵부터 예인로프가 끊어지고 서로 충돌하는 등 이 사건 침몰사고가 있기 전까지 4번에 걸쳐 로프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 사실, 그날 자정 무렵 이 사건 사고 지역에 이르러 앵커를 투묘하는 등 어선을 완전히 정박시키지 아니하고 표류정박을 한 채 아무런 견시요원도 배치하지 않고 위 3명은 모두 잠들어 버렸는데, 다음날 04:00경 이 사건 어선의 어창 등에 이미 해수가 들어차고 배가 점차 기울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한 이들 3인은 예인로프를 풀고 다시 선미 예인을 시도하는 등 가까운 섬으로의 예인을 도모하여 보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그 날 06:00경 이 사건 어선은 침몰해 버린 사실, 이들 3인은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사고의 원인은 선원이 모자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항하면서 불가피하게 측면예인을 하는 과정에서 선령이 오래되어 노후한 이 사건 어선이 제B호를 충격하면서 선저에 틈이 생겨 침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이 사건 어선에 아무도 승선하지 아니한 채 운항한 만큼, 이는 위 약관 제2조 제2항 단서 및 제11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적 감항능력을 결여한 것이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어선의 침몰에 따른 공제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당시 이 사건 어선은 예인되고 있었으므로 무동력 부선과 다를 바 없어 선박직원의 승선을 요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 예인선을 기준으로 선박직원의 승선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인데 당시 예인선인 제B호에는 관계 법규에 따른 선박직원이 모두 승선하고 있었으므로 인적 감항능력의 결여를 주장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항쟁한다.

이를 살피건대, 선박직원법 제13조 제1항에 의하면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해운항만청장의 허가를 받은 때에는 같은 법 제11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허가된 해기사를 그 직의 선박직원으로 승무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제1호에서 ‘다른 선박에 예인되어 항행하는 경우’를 그 하나로 들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선박이 예인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같은 법 제11조 소정의 선박직원의 승무기준에 따른 해기사를 승무시켜야 하고 다만 해운항만청장의 허가를 받은 때에는 승무기준을 통상보다 완화하여 그 허가된 해기사를 승무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해운항만청장의 허가를 받은 바 없는 이 사건에서 단지 선박이 예인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아무런 선박직원의 승선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나아가 원고의 위 주장처럼 예인선을 기준으로 선박직원의 승선 여부를 가려본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어선을 예인하는 제B호에는 선장 및 기관장만 그 자격을 갖춘 자가 승선하고 있었고 갑판부의 6급 이상의 항해사 자격을 갖춘 1등 항해사와 통신부의 3급 이상의 통신사 자격을 갖춘 통신장이 승선하고 있지 아니하였던 만큼 관계 법규에 따른 선박직원이 모두 승선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아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현석(재판장), 최주영, 전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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