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12 11:11

판례/ 선장의 책임 범위

金 炫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국토해양부 고문 변호사)
【원 고】 S 주식회사
위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창
담당변호사 김 현, 송해연, 이광후, 안영환, 이연주, 하헌우, 강백용, 조철호, 황태규, 주진태
【피 고】 1. A 주식회사
2. E 주식회사
【주 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451,235,412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7. 28. 부터 2007. 9. 7. 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5/12자에 이어>

1. 들어가며

해상에서의 항행은 매우 기술을 요하게 된다. 언뜻 생각하기에 드넓은 바다에 항행하는 배들끼리의 충돌사고가 그리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운항에 있어서 최소 거리를 효율적으로 운행해야 하고, 육상에서의 안전 장치인 차선이나 신호등 등 각 배들의 운항을 조정하는 것이 분명히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의 운행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통신수단을 활용한 질서유지 및 GPS 기술의 도입 등으로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오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반드시 요구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선장의 임무는 매우 막강하며 그 자격 또한 매우 엄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정 경력을 쌓지 않으면 선장이 될 수 없도록 제도화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선장과 같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도선사’가 있다. 통상적으로 도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선장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게 되는데, 그만큼 도선사가 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선사의 업무가 되는 구간에서 선박이 장애물과 충돌한 경우에 있어서 도선사가 먼저 하선해 없었다면 손해배상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둘 다 그 업무 역량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한 베테랑이라 할 것이지만, 도선사가 선박을 다루는 구간에 경우에는 도선사가 우선일 것으로 생각되므로 쉽게 선장에게 책임이 귀속된다고 단정지을 수 만은 없다.

앞서 소개드린 판례를 통해 숙지했다시피 사안의 경우 이러한 점과 아울러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쟁점이 되는 부분에 있어서의 판례 의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2. 강제도선구간이라 할지라도, 도선사가 없었다면 선박의 운항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강제 도선구간임에도 도선사 J는 강제 도선구간을 벗어나기 전에 하선하고, 하선하면서 선장인 T에게 ‘울산항 방파제를 통과하는 즉시 162도 내지 165도로 변침할 것’을 지시했으나, 선장은 이를 따르지 않은 채 자신이 울산항에 입출항한 경험을 과신한 채 운항하다가 위와 같은 사고를 일으켰다. 물론 강제도선구간이므로 도선사가 먼저 하선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선장 T의 행동을 살펴보면 전적으로 T의 과실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즉, T는 J의 무전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고, 충돌한 부이 주변은 항해금지구역으로 등명기 및 윙크라이트 등이 설치돼 있었으며, 당시 이를 식별하지 못할 기상 상황도 아니었다. 그리고, 충돌한 이후에나 무전에 응답했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할 때, T는 자신이 몇 번 입출항한 경험을 토대로 J의 경고도 무시하고, 앞에 보이는 장애물도 독단적으로 판단해 주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점은 T가 형사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 있어서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 강제도선구간임에도 도선사 J가 하선했음을 물고 늘어지고 여기에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할 것이다.

법원 역시, ‘도선사 J가 하선한 이후에 발생한 것이므로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의 안전 운항에 대한 모드 책임과 권한은 전적으로 선장인 T에게 있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 도선법상 ‘도선사가 선박을 도선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선장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하고 그 권한을 침해받지 않는 것(제18조 제5항)’이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정에 도선사 J의 과실이 개입되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이 사건 선박의 항행을 실제로 담당했던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의 책임은 면제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타당한 결론이다.

3. 이 사건 부이가 잘못 설치된 것보다는 선장 T의 운항상의 과실이 더욱 크기 때문에 이로 인한 원고의 과실을 물을 수는 없다.

피고들은 이 사건 부이가 항로에 인접한 곳에 설치돼 있고, 수상호스가 항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하시라도 충돌 위험이 있는 바, 이에 대한 설치상의 과실을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비록 항로에 인접해 설치돼 있다 할 지라도, 전방만 제대로 주시했다면 이를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이를 설치상의 과실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며, ‘항로를 현저히 이탈해 운행하는 선박으로 인한 충돌사고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설치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해 이러한 피고들의 과실 주장을 기각했다.

원고가 설치한 부이 및 수상호스 주변에는 등명기와 윙크라이트가 설치돼 있어 약 7.5km 거리에서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이유로 설치상의 하자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법원의 이러한 지적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4. 체선료 지출은 특별손해로서 피고들이 이를 알지 못하는 한 배상할 책임이 없다.

원고는 손해액 주장을 하면서 위 사고로 원유를 양하하려 했던 D호와 Z호의 양하작업 지연으로 인한 체선료를 손해배상액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는 위 사고로 인해 특별히 발생한 특별손해에 해당한다. 특별손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없었던, 특수한 경우에 발생한 손해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책임자가 알고 있을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외국 국적 회사인 피고들 및 선장 T 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고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5. 사 견

T가 선장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 그 과정을 살펴보아도 선장이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되는 사고였다 할 것이다. 선장의 책임은 막중하다.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선박이라는 특수한 운송구를 책임져야 하며, 선박으로 인한 사고는 단 한번의 사고로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한 실력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사례는 유류오염 사고 등으로 선박 충돌의 영향과, 그에 따른 선장의 책임 범위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 등을 다시한번 상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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