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3 15:39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 올부터 도입키로 결정

항만기본계획과 집행체계 경직성…항만시설 수급불균형 우려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는 물동량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해 시설물의 완공 예정시기를 판단하고 추진과정별 사업의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사업의 시작 또는 진행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트리거 룰(Trigger Rule)이라고도 한다.

지난 1992년 항만기본계획제도를 도입한 이래 정부는 10년단위로 전국 항만의 총 공급량과 항만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5년단위로 이를 수정, 조정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그리고 계획추진의 안정성을 제고하는데 상당한 성과가 있지만 집행과정의 신축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즉, 항만기본계획은 중장기 예측 물동량과 그에 따라 계획된 시설을 공급함으로써 정책의 안정성은 있지만 단기적으로 수요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시설공급의 불균형 현상을 초래하는 경직성이 강한 제도다. 물론 시설 완공초기에는 계약에 의거한 항만서비스 거래 관행상 불균형 상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과잉공급이 부분적이나마 장기화될 우려가 있어 현행 항만기본계획 및 집행체계의 개선이 요구된다.

현행 항만정책은 첫째, 항만기본계획과 집행체계의 경직성으로 인해 항만시설의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항만기본계획제도 도입당시 부족한 항만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 수요예측과 시설공급계획을 골자로 한 항만기본계획을 장기 법정 계획으로 해 이를 엄격히 추진해 왔다.

또 항만건설을 통한 지역경제의 균형발전 요구가 지역과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항만기본계획의 신축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항만시설의 건설이 가속화됐고 최근에는 시설공급이 물동량에 앞서가는 항만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물동량 수요의 지속적 상승세와 만성적인 시설공급 부족시기에 수립된 항만기본계획제도는 개선 또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정책집행과정의 불균형으로 시설의 과잉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제도가 수립될 당시 건설계획은 주로 정책당국이 집행했으나 점차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민간투자자, 항만공사 등으로 투자주체가 다원화되고 비중도 커지고 있다. 이같이 시설의 공급기능은 크게 강화됐으나 시설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따져보는 수요예측기능은 보강되지 못해 시설수급의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장기예측의 경우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동량을 적극적으로 전망할 유인이 있다. 수출입 중심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1990년대 초 심각한 항만시설 부족현상을 경험한 정부당국은 시설확보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낙관적인 물동량 예측을 바탕으로 집행의 완급을 조절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은 소극적으로 예측하되 집행시기에 계획을 확대하는 전략보다 불확실성에 따른 정책관리 부담과 비용이 적은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의 경제여건의 급변으로 이러한 장기예측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정책변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항만기본계획제도는 계획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정책집행의 탄력성을 제고하며 계획주기를 보다 단축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법정계획을 통한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은 유지하되 집행과정의 신축성을 강화해 정책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항만개발의 가장 큰 수요요인인 물동량 예측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동시에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항만개발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지난해부터 계획하고 의견을 수렴해 물동량 연동 항만개발제도를 금년부터 도입키로 결정했다. 항만기본계획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되 즉, 중장기 계획에 의한 일관성은 유지하되 집행과정에서 변화여건을 신축적으로 반영하려는 의도다. 즉, 계획된 시설의 추진과정별 사업예산이 필요한 시점에 시설개발 수요의 변동성을 점검해 그 사업의 실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위해선 예측물동량의 점검 뿐아니라 기존시설의 활용도를 감안해 당해 사업목적시설의 필요시기를 검토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트리거 룰은 물동량과 기존 시설의 공급능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만정책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사업관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트리거 룰은 예측물동량 점검과 기존시설의 하역능력 검토라는 두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물동량에 대해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설치된 항만수요예측센터의 물동량 모니터링 및 예측시스템을 활용해 기본계획의 예측 물동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예측 물동량과 기존시설의 하역능력을 감안해 목적시설의 필요시점을 추산하고 트리거 룰 검토대상 사업의 실행여부를 결정한다. 즉, 기본계획에 있는 대상 시설물의 완공시기를 개점토해 익년도에 요구되는 예산사업의 실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트리거룰은 계획의 집행단계에서 시행주체가 실행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항만기본계획과 다르다. 항만기본계획을 국가 인프라 및 산업정책차원에서 여전히 중요한 법정계획으로 유지하면서 집행과정에서 현장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것이 트리거룰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지방해양항만청과 한국컨테이너부두공간, 민간투자자, 항만공사 등 항만건설 주체가 항만기본계획에 의해 추진하기로 한 항만건설을 위해 필요한 사업예산을 요구하거나 계획을 승인받고자 하는 경우 당해 트리거룰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사업예산요구서나 사업계획과 함께 제출해 중앙정부의 승인 또는 검토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즉, 당해 사업의 목적시설의 물동량과 하역능력을 중심으로 완공시기를 검토하고 건설기간과 사업추진과정별 소요기간을 감안해 당해 예산요구사업의 실행여부를 사업추진 주체가 스스로 검토하고 제출하는 것이다. 이는 매년도 초에 예산계획업무와 함께 시행된다.

이같은 트리거룰의 적용으로 항만시설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며 현행 항만기본계획제도에 내재된 시설의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약화되고 정책의 효율성과 타당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리거룰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장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항만물동량 예측과 하역능력산정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시설필요시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당해 예산요구사업의 추진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들 지표는 매우 중요하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 개발과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요구되며 기존시설의 하역능력과 필요선석의 표준하역능력도 기술의 변화 등을 적절하게 반영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사업추진주체의 검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트리거룰 적용 및 운용지침과 지속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일반기준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점차 현장 특성을 반영하는 비중을 높여야 하므로 시행기관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이 요구된다.

셋째, 민간투자사업과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 항만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된 민자사업에 대해서 트리거룰을 적용하는 경우 사업추진일정의 조정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에 대해서는 물동량 확보책임의 부담주체와 건설보조금의 지급여부 등에 따라 트리거룰 적용의 실효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는 민간투자자의 판단이 중요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넷째, 트리거룰 적용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보완적인 시스템이 요구된다. 물동량 예측과 하역능력 산정에 내재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설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또한 물동량 외의 항만개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선 다른 제도를 보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권역내 사회 및 산업 인프라로서 항만시설이 요구되는 경우 산업연관분석 등의 방법을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출해 다른 사업과의 투자효과를 비교하는 등 보완적 조치를 통해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 항만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투자여력을 해외항만의 투자로 전환, 트리거룰의 도입과 확산에 따른 부정적 우려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가 개도국으로 확대되는 경우 우리의 항만개발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무역원활화를 통한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모도하는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KMI측은 밝혔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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