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7 16:25

"갈 곳 잃은 기아 수출차 해법 없나"

목포신항만, 기아차 반입 거부
낮은 자동차 하역료 문제 지적



목포신항만이 기아차 광주공장의 수출차량 반입을 거부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목포신항만 및 기아차, 목포지방해양항만청 등에 따르면 목포신항만은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한 수출차량의 항만 장치장 반입을 지난 15일부터 중단했다.

신항만은 기아차 부두장치장으로 활용한 10만7250㎡(3만2500평)의 공간이 장소만 넓게 차지할 뿐 수익성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차량 하역을 중단하고 대신 조선소용 대형프로젝트 화물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항만측은 지난달 기아차에 이같은 항만 운영전략을 전달하고 15일부터 수출차량 반입 거부에 들어갔다.

이같이 항만이 화물을 거부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하게 된 데는 자동차 화물의 낮은 선적단가와 항만운영 손실액 보전 협약의 현실성 결여 등이 맞물린 것으로 판단된다.

당초 목포 신항 건설을 민자 사업으로 추진한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운영손실액 중 90%를 보전해주기로 민자사업자인 목포신항만(주)와 합의했다. 양측은 협약에서 손실 보전금의 지급 기준이 되는 하역료를 화물 t당 7천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일반화물과 달리 자동차 화물은 하역료가 보조금 지급 기준의 5분의 1 수준밖에 안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항만은 t당 1400원밖에 되지 않는 자동차 화물 하역료로 인해 차량을 선적을 할 수록 5600원만큼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역료가 낮다고 하더라도 정부 보조금 지급은 협약에 따라 t당 7천원 이후부터 계산되기 때문이다.

화물 유치 및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통해 항만 건설에 들어간 투자비나 금융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신항만으로선 하역단가가 싼 자동차 화물의 경우 수익은 매우 저조한 반면 특별한 지원혜택도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신항만측은 자동차 반입으로 지난해에만 신청한 손실보전금 47억원 중 22억원을 삭감당했으며, 항만이 개장한 2004년부터 최근까지 기아차 43만대·500만t을 처리하면서 177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수출파행사태에 대해 신항만측이 이미 4개월전부터 기아차에 수출차량 반입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음에도 기아차가 이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것도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화물은 항만 입장에서 봤을 때 낮은 하역료로 비수익화물에 속해 유치를 꺼려 한다"며 "때문에 하주들이 전국 항만에 전용부두를 건설하는 등 자체 물류시설을 확보하게 되는데, 기아차는 유독 목포항에 대해선 아무런 노력 없이 자신들의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고 기아차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목포신항만의 수출거부 이후 대체 장치장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기아차의 목포항 이용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기아차의 하역을 담당한 대한통운과 세방, 동방 등 3개 회사는 신항만의 반입 거부로 목포항 재정부두 4만8180㎡(1만4600평)를 확보하고 신항만의 배후물류부지 3만6960㎡(1만1200평)를 구매하는 방법으로 총 8만5140㎡(2만5800평)의 새 장치장을 마련한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아차측은 신항만에서 이용해오던 면적인 10만7250㎡ 확보를 내세우면서 하역사측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번에 5600대를 장치할 수 있는 부지가 확보돼야 원활한 수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포항만청은 부족한 2만2110㎡(6700평)를 신항만에서 임대해 제공한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기아차측은 장치장 공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 이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하역회사가 구매하기로 한 3만6960㎡의 땅도 항만보안상 차량 출입의 제약이 뒤따르는 부두밖에 위치해 있어 장치장으로 이용하기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기아자동차는 목포항 이용이 어렵게 되자 인근 광양항 및 평택항 군산항으로 수출차량을 분산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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