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21 04:09

獨 하파그로이드 결국 매각되나

모회사 해운부문 분리 선언..인수전 참여사 관심

세계 5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매각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21일 파이낸셜타임즈 및 아메리칸쉬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모회사인 독일 여행그룹 TUI는 최근 해운부문 하파그로이드의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회사 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를 둘러싸고 최근 수년간 나돌았던 해운업계의 각종 루머들이 결국 현실로 다가오게 된 셈이다.

그룹 미하엘 프렌첼 CEO(최고경영자)는 현지시각으로 18일 "해운업과 여행업을 쌍두마차(two-pillar)로 하는 그룹 경영전략은 회사 주주들과의 열띤 회의 끝에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하파그로이드의 그룹 분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1월 프렌첼이 하파그로이드의 매각설을 차단하기 위해 모회사와 합병하는 계획까지 밝힌 바 있어 최근의 입장 변화는 주주들의 해운부문 매각 요구가 얼마나 거셌는지를 가늠케 한다.

프렌첼은 자산 총액 70억달러로 추정되는 하파그로이드의 매각은 지금이 적기라고 내다봤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강한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운임도 모든 항로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그룹이 해운 부문 매각을 서두를 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상황에서 기업 분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하파그로이드 분리에 최소 1년에서 1년4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프렌첼의 낙관론과 달리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불거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하파그로이드의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해운업계의 M&A가 득보다는 실을 가져온 경우가 많은 것도 기업들의 관심을 희석시키는 요인이다. 당장 하파그로이드만 해도 CP쉽스를 인수한 후 실적 악화를 맛보면서 M&A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세계 최대해운사인 AP묄러-머스크 그룹도 피앤오네들로이드 인수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던 터다.

현재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잠재적인 인수자로 프랑스 CMA CGM 및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 등을 꼽고 있다. 이밖에 최근 M&A설에 연루됐던 싱가포르 NOL 및 함부르크 정치권에서 밀고 있는 함부르크 수드, 지난해 하파그로이드 지분 매집에 나섰던 스위스의 퀴네앤드나겔 등도 하파그로이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세계 2위 선사인 MSC는 지금까지 다른 기업 인수를 통해 사세를 확장시킨 전례가 없는 점을 들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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