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5 16:27

근해항로 기상도 한중항로 먹구름, 동남아항로 맑음

한중항로, 피더화물 감소로 수출운임 추락
동남아항로 ‘선복조정으로 시황 제어’, 한일항로 ‘서비스 체제 개편 꾀해’


●●● 올해 들어 원양항로가 작년의 부진을 씻고 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한중항로, 한일항로 등 근해항로는 수출물량 감소세가 고착화되면서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제조업체의 중국 이전, 원화 강세 등으로 수출은 줄고 수입화물은 늘어나는 무역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수출항로 운임은 그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하락세를 거듭하며 선사들을 옥죄고 있다. 게다가 한중항로의 경우 중국 직기항체제 증가로 중소선사들의 몫이었던 피더 수출화물이 크게 감소해 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입항로 격차 더커져

한중항로는 보합세를 보이던 수출화물이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며 가뜩이나 심했던 수입화물과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중 수출항로 물동량은 46만9634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항로 물동량의 감소는 전적으로 피더화물 감소의 영향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중 수출항로 피더화물은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18.93%나 줄어든 9만5798TEU에 머물렀다. 이와 비교해 로컬 수출화물은 37만3836TEU로 작년동기대비 1.9%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그나마 위안을 삼게 했다.

피더수송이란 글로벌 선사들이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 따라 기간항로망의 주요 항만들만 기항함으로써 커버하지 못하는 중소항만들은 중소 피더선사들을 통해 수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피더화물은 성격상 직기항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항로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중항로에서 피더수송은 3국과 중국간 수출입화물을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환적 운송하는 형태다. 이중 수출 피더화물은 제3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을 글로벌 선사들이 우리나라까지 들여오면 이를 한중간 취항선사들이 최종 목적지인 중국으로 수송하게 된다. 그간 중국 항만들은 부산항이란 허브항에 가려 피더항으로서의 역할밖에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피더화물 수송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항만들에 대한 직기항체제를 크게 늘리면서 사정은 변하고 있다.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물동량 폭증으로 대형선사들이 경쟁적으로 중국 항만들에 배를 갖다대기 시작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상하이나 선전 등 중국 최대항만뿐 아니라 칭다오, 닝보-저우산, 톈진신강, 샤먼, 광저우항 등 주요 중국 항에 직기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을 거쳐 환적운송됐던 피더화물량의 하락을 의미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중 수출항로의 피더화물은 작년에도 21만4천TEU로 8.7% 감소했다. 이같은 피더화물의 감소세가 올해 들어 더 심화됐으며 앞으로 이같은 흐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항로의 피더화물 감소세는 수입항로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입항로 피더화물은 작년엔 9.7%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올해 상반기엔 13.4% 하락한 23만1900TEU에 그쳐 선사들의 근심을 사고 있다. 그나마 수입항로는 로컬화물이란 든든한 버팀목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피더화물의 지원사격이 약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취항선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일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중 수출항로 반도 못채워 운항

한중 수출항로는 피더화물 감소에 따른 물량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심각한 선복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선사들은 선복량을 상승세를 띠고 수입항로 물동량에 맞춰서 운영하다 보니 수출항로는 선복과잉에 따른 운임하락이 고질화되고 있다.

현재 한중항로의 주간 선복량은 4만2천TEU가량으로 파악된다. 이와 비교해 주간 물동량은 수출화물은 1만8천TEU, 수입화물은 3만TEU 정도다. 단순계산으로도 수출항로의 소석률(화물적재율)은 고작 40%대에 머무르는 실정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컨테이너의 선적중량 등을 감안할 경우 소석률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렇게 계산하더라도 수출항로는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선사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수입항로는 선복의 80% 이상이 채워져서 운항되고 있다.

선사들 사이에선 한중 수출항로를 수입항로의 ‘빈컨테이너 재배치’ 항로라고 부를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한중 수출항로에서 채산성 개선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만성적인 선복과잉으로 운임이 아래를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형국이어서 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임시황을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0달러(부산항 기준) 선이 무너진 것이 이미 옛날얘기가 돼 버렸고 최근엔 50달러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알려진다. 모 중국선사의 경우 마이너스 운임으로까지 화물을 싣고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수입항로가 200달러선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

선사들은 지금처럼 수출화물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시황 악화를 막을 제동장치는 없을 것이라고 한숨 짓고 있다.

특히 한중 수출 항로는 부산항의 위상약화가 시황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천항, 평택항 등 국내 중소항만 개발로 부산항에서 싣던 수도권 화물이 이들 항만들로 발길을 돌렸고 대산항, 군산항도 지역 물동량 마케팅에 한창이다. 부산항 물동량의 지방항만 분산이 운임하락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부산항 운임이 100달러선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는 반면 거리상으로 중국과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인천항 운임은 이보다 더 비싼 150달러 안팎일 정도. 문제는 부산항에서의 운임하락은 지방항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듯 시황 악화로 한중 수출항로는 이제 성수기란 개념이 사라졌다. 전통적으로 해운시황은 각 항로별로 고유한 강약의 흐름이 있다. 선사들은 비수기 때 떨어진 운임을 성수기 때 각종 회복장치를 통해 인상하는 전략을 강구한다. 하지만 한중 수출항로는 1년 내내 비수기여서 선사들이 운임회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 운임 하락을 막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때문에 선사들은 시황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는 수입항로에서 수익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항 선사들은 수입항로에서 지난달부터 TEU당 80달러, 20달러씩 올려받고 있는 유가할증료(BAF)와 통화할증료(CAF)가 그나마 원활하게 적용되고 있어 위안을 삼는 눈치다.

한일항로, 수출화물 하락세로 꺾여

한편 근해항로의 큰형 격인 한일항로도 올해 들어서 전통적인 강세항로인 수출항로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여 선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올해 1~8월까지 한일 수출항로 물동량은 19만9350TEU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7% 감소했다. 8월 한달간 수출물동량은 2만2600TEU로 12%나 감소했다. 2005년 이후 원·엔화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한국기업들의 대일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원·엔화 환율은 지난 7월6일 746.13원까지 떨어지며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지만 그동안 환율하락에 따른 경쟁력 상실을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한일항로 물동량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한일항로 물동량은 외환위기시절인 1998년 전년대비 7% 하락한 30만6881TEU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12%의 성장세를 나타내왔다. 작년엔 59만700TEU까지 상승, 60만TEU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환율하락으로 수출화물 감소세가 본격화된 올해는 매달 물동량이 감소세를 거듭하면서 전체 물동량은 3% 하락한 57만2천TEU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항로에서의 물동량 하락세로 한일항로의 운임하락이 표면화되고 있다. 부산항 기준 TEU당 200달러 가량 하던 수출화물 운임은 최근 150~18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KNFC 주도로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기본운임에 대한 최저운임제(MGL)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8월 물동량의 큰 감소로 성공하지 못했다. 선사들은 MGL로 10~15% 가량의 운임회복을 기대했으나 더이상의 하락세를 막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같이 올해들어 시황악화가 표면화되자 한일항로 안팎에서 항로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선사들 일각에선 앞으로 영업전략을 외형적인 물동량 증대보다 수익성 개선으로 전환해 회사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엔 가파른 물동량 상승세로 선사들이 항로의 전반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높은 유가나 선박 용선료 등을 감안해 운임회복 등 항로 안정화에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은 자난 2002년대 풀제 폐지등 서비스 증설에 목소리를 높였던 마이너 선사들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다. 더이상 단가싸움으로 가다가는 취항선사들이 모두 심각한 경영상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동남아항로, ‘원양항로 호황 덕봐’

한편 동남아항로는 근해항로치곤 그나마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근해선사들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동남아항로는 전세계 해운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시장을 통한 선복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선사들이 원양항로의 호황으로 동남아항로의 투입선복을 줄인 점도 시황 상승에 도움을 줬다.

실제로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은 인도네시아 항로에서 한국쪽에 배정됐던 선복량을 중국으로 전배하면서 시황 상승을 꾀했다. 흥아해운은 지난 6월 중순께 한국 투입 선복 일부를 중국 톈진과 칭다오항쪽으로, 장금상선은 7월초 울산 배정 선복 일부를 중국 상하이로 각각 돌렸다. 양사가 전배한 선복량은 이들이 운영했던 전체 한국 배정 선복량의 50~60% 가량. 대폭적인 선복량 이동이라 할 수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항로는 줄어든 선복량의 영향으로 시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취항선사들은 결국 지난달 실시한 TEU당 50달러, FEU당 100달러의 운임인상(GRI)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동남아항로는 또 수송화물품목이 국적선사와 외국적선사간 차별화를 이루고 있어 운임시황이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적선사는 전자제품이나 설비 등의 고가화물 중심으로, 외국선사는 볼륨카고 등의 저가화물 중심으로 수송하고 있어 운임이나 선복투입등 양측의 시장전략 변화가 서로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다.
또 국적선사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유가할증료(BAF)를 TEU당 6만5천원, FEU당 13만원으로 올린 것도 기본운임과 별도로 적용,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동남아항로에서 국적선사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외국선사들에도 영향을 끼쳤다. 완하이라인이나 양밍라인 등도 최근 운임회복에 나서 기본운임을 올려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관계자는 “동남아항로의 경우 IADA(아시아역내운임협정)에서도 한국시장은 대만이나 홍콩에 비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동남아항로는 최근 선복이 부족한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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