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7 15:38

글로벌 투자기관 '컨'터미널 M&A 매물 독차지

아시아 및 벌크터미널 인수합병 증가 예상
컨테이너터미널 인수합병 시장에 새바람이 일고 있다.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참여하면서 투자 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은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업체(GTO)와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컨테이너터미널업계는 허치슨 포트 홀딩스(HPH),APM터미널, 싱가포르의 PSA그리고 디피 월드(DP World)라는 세계 빅 4의 과점 체제가 구축돼 있다. 이들 업체들의 컨테이너 시장점유율과 물동량 처리실적이 다른 업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GTO와 선사의 컨 터미널 운영 변화

실례로 허치슨 등 글로벌 4대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우 2005년의 시장점유율이 거의 세계시장의 절반(42.4%)을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처리한 물동량은 1억6.920만TEU에 달하고 있다. 디피 월드(9.2%)를 제외하면 이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10%를 넘는다. 뿐만아니라 각 회사마다 운영하고 있는 터미널 또한 컨테이너 화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유럽 등 주요 기간항로상에 있어 사실상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4대 GTO 가운데 최상위 대열에 올라 있는 중국계 허치슨 포트 홀딩스의 경우 2005년에 처리한 컨테이너물동량은 5천만TEU를 넘는 거대 기업으로 떠올랐다.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업계는 이같이 4대 GTO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시장은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처리능력면에서는 각각 차이가 있을지언정 프랑스 선사 CMA CGM, 대만선사 에버그린, 일본의 MOL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거의 모든 글로벌 20대 선사들이 컨테이너터미널을 보유, 운영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컨테이너터미널은 순수한 컨테이너 터미널운영업체와 컨테이너터미널을 운송하는 정기선사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형태가 결합된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이같은 운영 방식이 최근들어 크게 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1월 당시에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두바이 포트 인터내셔널(지금의 디피월드)이 무려 11억 4천만달러를 투입해 CSX 월드 터미널을 전격적으로 인수한 이후 컨테이너터미널의 손 바뀜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컨테이너터미널 M&A는 지금까지 GTO들이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골드만 삭스나 맥쿼리와 같은 투자은행이나 연기금의 참여로 투자금액이나 투자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컨테이너터미널의 M&A와 관련해 지금까지 GTO들이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지분의 일부를 인수한 사례는 크게 세가지에 지나지 않는 반면 최근들어 투자은행등의 컨테이너 터미널 매물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디피월드가 CSX 월드 터미널과 영국의 피앤오 포츠(P&O Ports)를 인수하고 싱가포르의 PSA가 허치슨 포트 홀딩스의 지분 20%를 44억달러에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OOCL의 북미 컨테이너 터미널이나 SSA 머린 등 최근에 매물로 나온 컨테이너 터미널은 거의 대부분 기관 투자가들이 거둬들이고 있다.

▲투자은행 및 연기금 항만투자 급증

특히 지난해까지 GTO들의 대형 M&A가 마무리된 이후 최근에는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있는 컨테이너터미널들이 매각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OOCL의 모회사인 OOIL이 운영하던 북미지역 컨테이너터미널 4곳이 온타리오 교사 연금펀드에 23억5천만달러에 매각된 것을 들 수 있다. OOIL은 지금까지 컨테이너선사를 운영하는 한편 컨테이너 터미널도 동시에 운영하던 혼합형 GTO 범주에 속해 있었는데, 컨테이너터미널 가격이 급등하자 이익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터미널을 매각한 전형적인 형태로 분류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골드만 삭스의 자회사가 SSA 머린 터미널의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들어 인프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자 지난해에 초기 자본금 65억달러를 투입해 골드만 삭스 인프라 파트너스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왕성한 항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SSA 머린의 지분을 인수하기 전인 2006년 8월에 싱가포르의 GIC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영국 최대의 터미널 운영업체인 ABPH를 52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항만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이 최근의 컨테이너 터미널 M&A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 변화를 정리해 보면 첫째, 그동안 컨테이너 터미널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디피월드나 PSA 등 GTO들이 발을 빼고 골드만 삭스, 맥쿼리 그룹, AIG 등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기관이나 연기금 및 사모펀드 등이 컨테이너 터미널의 매매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같은 M&A는 특히 최근들어서는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자주 일어나 관심을 끄고 있다. 드류리 쉬핑 컨설팅의 한 전문가가 지난 6월 터키에서 열린 2007년 유럽 TOC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북미지역에서는 모두 10건의 컨테이너터미널 인수합병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이 지역이 터미널 거래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10건의 거래 금액은 모두 7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7월 중순 골드만 삭스의 자회사가 SSA 머린의 지분 49%를 인수한 금액까지 합치면 실제 북미지역의 컨테이너터미널 거래 금액은 최근 2년동안 1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넷째, 이와같이 거대 투자기관들이 높은 가격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인수함에 따라 GTO나 선사들과 같은 기존의 물류기업들은 신설 항만의 개발권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터미널인수를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자금을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물류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신설 항만개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에 사업자가 결정된 로테르담 항만의 마스브락테 2터미널의 경우 디피월드와 뉴 얼라이언스 그룹 및 CMA CGM 컨소시엄이 운영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디피월드와 그랜드 얼라이언스 선사들이 같은 로테르담 항만에 들어서는 유로막스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권을 획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최근의 경향은 컨테이너터미널의 운영이 GTO와 정기선사, 그리고 글로벌 거대 투자자본이 참여하는 형태로 양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속적 성장 및 안정적 수익 확보 겨냥

전문가들은 투자기관들이 컨테이너터미널 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글로벌 금융자산이 더욱 확대되고 유동성도 커지는 가운데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경우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터미널의 경우 향후 중장기적으로 연간 10%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연간 15~20%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임변동이 심한 선박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이 이점으로 부각되고 있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금융기법이 다양해지면서 투자기고나들이 사모펀드 형식으로 투자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점도 컨테이너 터미널을 포함한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은행 등이 컨테이너 터미널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장기적으로 터미널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일정기간이 지난후 되파는 것을 염두에 둔 시세 차익용 투자라는 견해와 함께 이들이 항만운영이나 컨테이너선 비즈니스에 경험이 많지 않아 향후 시설투자 등을 소홀히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투자기관들이 당초 예상한 투자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인수한 항만시설에 대한 투자에 등한시할 수 있어 항만체증과 같은 물류 저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최근 미 뉴욕/뉴저지 항만당국은 마허 터미널을 인수한 독일은행 펀더에 대해 23년동안 계속되는 임대기간동안 1억1,14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보증서를 받는 등 시설투자 안전장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투자패턴이 향후에도 그대로 이어질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GTO나 선사들의 경우 컨테이너터미널 인수가격의 급등으로 대형 M&A에 단독으로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게 됐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포스트 BRICs 국가 등 신흥경제권 지역의 항만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관련 디피월드 회장은 치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016년까지 처리능력을 현재보다 2배로 높이기 위해 인도와 중국 등의 터미널인수와 신규 항만개발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자기관들은 특성상 항만개발사업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 때문에 지금과 같이 기존 터미널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투자지역에 대해서는 북미 일변도에서 벗어나 아시아 등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도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코스코나 APL, 에버그린 등 지금까지 M&A가 이뤄지지 않았던 정기선사들이 보유, 운영하고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정부 소유의 국영 터미널도 M&A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M&A대상이 되지 않았던 비 컨테이너터미널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수송수요가 많은 일부 지역의 로로 터미널이나 벌크 터미널, 그리고 크루즈 터미널등도 투자기관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분야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터미널은 컨테이너 터미널에 비해 일반인의 인지도가 낮고 이용선사가 한정돼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항만당국이나 화주와의 계약에 따라 개발한 산업항만이라는 점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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