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4 16:33

기획/ 철도 ‘컨’수송 상승 주역 블럭트레인 잘되고 있나

컨수송 100만TEU 돌파…블럭트레인 도입 한몫
운영사 배정 형평성문제 논란


●●● 지난해 5월 행사 하루전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됐던 남북철도가 오는 17일 시험운행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철도수송에 세간의 이목이 다시한번 집중되고 있다. 남북 양측은 지난달 22일 오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종결회의를 열어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골자로 하는 10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시험운행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작년 5월25일 예정됐다 북측의 돌연한 입장변화로 무산된지 1년만에 역사적인 남북간 철도 운행이 이뤄진다. 이번에 시험운행에 합의한 구간은 경의선은 문산(남한)과 개성역, 동해선은 제진-금강산역 구간이다. 이중 경의선 구간은 남한 제조기업들이 들어가 있는 개성공단을 거점으로 철송물량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물류산업 활성화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궤를 같이해 철도공사가 지난 2004년 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 설립과 함께 도입했던 한국형 블럭트레인(고속화물열차)을 지난해 8월부터 일반 민간회사를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철도의 컨테이너 수송 증가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에 철도물류의 최근 지표와 블럭트레인 운영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철도의 물동량 수송실적은 주력화물이었던 일반화물은 해마다 줄고 있고 반면 도로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컨테이너화물은 매년 높은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물류협회에 따르면 2002~2006년 5년간 철도가 실어나른 일반화물의 품목별 수송실적은 석탄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양회 수송량이 평균 4.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유류와 광석, 건설자재등은 각각 4.5%와 5.7%, 9.2% 감소했다. 또 비료와 사업용품 수송량은 24.1%와 20.3%의 높은 감소세를 나타내 주력 물동량의 급격한 퇴조를 엿볼 수 있다.


▶일반화물 퇴조…‘컨’화물 날개짓

반면 컨테이너 수송량은 톤수기준으로 매년 8.4%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5년엔 전년대비 12.4% 늘어난 1003만4천t을 기록해 사상처음으로 컨테이너부문에서 1천만t을 넘겼다. 지난해엔 전년대비 12.1% 증가한 1125만3천t을 기록하면서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컨테이너 수송량은 20피트컨테이너(TEU) 기준 실적에서도 연평균 8% 증가의 강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05년 컨테이너수송량은 95만6807TEU로,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두자릿수(14.5%) 성장세를 보인데 이어 작년 12월10일엔 72년 9월 수출입컨테이너 철도수송을 시작한 이후 34년만에 처음으로 연간수송량 100만TEU를 넘어섰다. 작년 전체 컨테이너수송량은 전년대비 11.8% 늘어난 106만9251TEU를 기록, 2년연속 두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1분기(1~3월) 컨테이너 수송량은 27만4983TEU로, 전년동기(24만8103TEU) 대비 10.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증가세는 철도의 컨테이너수송 분담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의 컨테이너수송 분담률은 지난해 10.4%를 기록, 2001년 이후 5년만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다만 수송분담률이 광양항 노선에선 20%를 넘어사는 반면 기타항만에서의 분담률은 1%대인 점은 철도수송이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된다. 작년 철도가 수송한 수출입 컨테이너물동량 106만9천TEU중 부산항간 컨테이너수송량은 75만TEU로 전체 물동량의 70.1%를 차지했고 광양항간 수송량은 28만5천TEU로 26.6%를 차지하고 있다. 또 부산항간 수송분담률은 11%, 광양항간 분담률은 21.9%를 나타냈다. 하지만 나머지 10개 컨테이너항만에서의 철도수송은 2만3천TEU에 그쳐 수송분담률은 1.1% 수준을 보였다. 부산항에서의 컨테이너 수송분담률이 철도 전체 컨테이너수송 분담률에 근접한 11%인 점에서 철도의 수송분담률 수치는 광양항에서 벌어서 기타항에서 깎아먹고 부산항에서 평균을 낸다고 말할 수 있다.

컨테이너수송량 증가세의 동력은 무엇보다 철도공사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민간에 확대한 한국형 블럭트레인으로 풀이된다. 블럭트레인이란 자기화차와 자기터미널을 가지고 항구의 터미널에서 목적지의 터미널 또는 하주 문전까지 철도의 선로를 빌려서 무정차 일관복합운송을 제공하는 철도물류서비스를 말하는 것으로 유럽지역에 발달해 있다.

철도공사는 유럽의 철도물류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지난 2004년 코레일로지스 설립을 계기로 25량 연결의 블럭트레인 1개 열차를 경부노선에 도입했다. 블럭트레인은 이틀 걸리던 내륙철도화물수송시간을 반나절로 단축했을 뿐 아니라 운임도 일반화물열차보다 20~30% 가량 낮췄다. 그간 철도수송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선로보수공사에 따른 불규칙한 운송시간과 도로운송보다 높은 운임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블럭트레인은 선로보수공사 시간을 피한 밤 10시에 경인 ICD를 출발해 오전 5시께 부산진역에 도착한다. 일반화물열차가 이틀이 걸리는 거리를 블럭트레인은 야간운행을 통해 선박 출항시간대인 오전까지 끊는다. 또 운임의 경우 철도공사는 블럭트레인 25량 1개열차의 기준 가격을 552만원선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화차 1량 운임이 27만원인 일반화물열차와 비교할 때 1개열차당 125만원 가량이 싸다. 싼 가격은 곧 블럭트레인 운영사들의 운임인하로 이어져 전체적인 철도물류의 가격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코레일로지스를 통해 시험도입한 블럭트레인을 민간기업에도 개방해 의왕-부산진역간 2개노선(2~3호), 구미(약목)-부산진역간 2개노선(4~5호)을 각각 도입했다. 또 이달들어 의왕-부산진역 노선에 블럭트레인 1개 열차(6호)가 추가운행에 들어가 국내 블럭트레인은 총 6개 열차로 늘었다. 이중 2호 및 6호 열차인 블럭트레인2와 블록트레인6는 단독운영형태로, 3~5호는 민간운영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운행되고 있다.

▶컨소시엄 운영사 “흥부네 단칸방 모인격”

이렇듯 철도물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블럭트레인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운영사들의 불만도 많이 눈에 띈다. 먼저 단독운영과 컨소시엄 운영간 형평성 문제다. 블럭트레인 2호와 6호는 삼익물류와 동부익스프레스가 각각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3호는 주간 운영사인 세방을 포함해 무려 10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3호는 동부익스프레스까지 11개사였으나 동부가 6호 단독운영사로 선정되면서 이달부터 빠졌다. 약목-부산진역간 노선인 4호와 5호는 코레일로지스를 주간사로 삼익물류, 화성통운, 유성티엔에스등 4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블럭트레인1이 코레일로지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6개 노선의 블럭트레인 중 절반이 단독운영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남은 열차를 갖고 나머지 업체들이 흥부네 단칸방처럼 무더기로 모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던 것.

이에 대해 컨소시엄 업체들은 단독운영업체들이 블럭트레인을 운영하면서 자사가 다 채우지 못하는 스페이스를 타 업체에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해 전체 운임시장이 흐려지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실제로 블럭트레인 한개 열차의 화차수는 기준량인 25량보다 많은 28~30량 수준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화차수는 열차당 운임할인 폭의 상승을 가져오고 결국 단독운영사들은 할인된 운임을 무기로 저가의 스페이스 재판매를 하고 있다고 컨소시엄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컨소시엄 참여사 관계자는 “처음 코레일로지스에만 도입됐던 블럭트레인이 민간기업의 특혜주장으로 타사에도 개방됐다”며 “하지만 단독운영사 배정으로 덤핑운임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운영사 배정으로 철도공사가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은 따라서 블럭트레인의 운영사 선정을 열차당 3~4개사로 고르게 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체가 너무 많은 스페이스를 할당받게 될 경우 화물유치를 위해 덤핑영업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

또 동부익스프레스가 운영사로 선정된 6호 열차 도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철도공사는 지난 2월 5호 운행 이후 더이상의 블럭트레인 도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달인 3월 갑자기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6호 열차를 도입하겠다는 공지를 알렸고 지난 4월말 동부익스프레스를 운영사로 선정했다. 단독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던 다른 컨소시엄 업체들은 업체들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운영사 선정을 해야 함에도 철도공사가 미리 마련한 기준에 맞춰 운영사를 선정했다는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업체들간 숙의를 통해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었으나 철도공사의 급작스런 운영사 선정과 그에 따른 기준으로 단독운영으로 기울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철도공사는 이와 관련해 오는 7월말 계약이 끝나는 6개 블럭트레인에 대한 개편운영안을 빠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까지 마련해 업체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8월부터 새로운 체제로 블럭트레인을 운영한다는 계획.


▶사유화차 애물단지 전락

사유화차를 다량 보유한 운송기업들은 풀(Pool)제로 운영되고 있는 사유화차가 블럭트레인에도 구분없이 배차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3TEU짜리 장대화차는 사유화차가 많다. 그런데 블럭트레인에 이들 장대화차들이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 사유화차 보유기업들은 업체 동의없는 철도공사의 화차배정은 횡포라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이같은 화차배정에 더해 운송기업들은 사유화차가 높은 검수비로 애물단지가 된 것도 언짢다. 화차회귀율이 1.6일로 짧은 편에 속하는 컨테이너 열차의 경우 8만km를 기준으로 검수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용이 매우 높은 편. 작년부터 철도공사가 비용이 높은 중앙 검수단 검수에서 현장 검수사무소 검수로 제도를 변경했으나 여전히 철도공사에 의한 검수는 사유화차 보유기업들에게 높은 비용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사유화차는 (주)한진이 223량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삼익물류 158량, 천일정기화물 121량 순이다. 모 업체의 경우 화차 1량당 연간 700만원의 검수비를 물고 있다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이들 기업들은 철도운송 경쟁력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사유화차를 확보했음에도 들인 비용에 비해 수익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1~50량까지 17%, 이후 50량 증가분마다 1%씩의 사유화차보유 운임할인을 해주고 있다지만 검수비나 운영비로 너무 많은 경비를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유화차 보유 업체 관계자는 “사유화차 이용률은 100%에 못미침에도 검수비는 화차 전체 분량이 고스란히 지출되고 있다”며 “고철로 팔고 싶어도 들어간 비용에 비해 너무 낮아 못팔고 있고, 공사에서 기부채납방식으로 매입해달라고 요구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사유화차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서 현재 17%로 돼 있는 할인폭을 25%까지 늘려주거나 외부 검수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부 검수의 경우 철도공사가 기준에 적합한 외부검수업체가 있을 경우 허용한다고 하고 있으나 그 기준이 턱없이 높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컨테이너수송 업체들은 또 철도공사가 올해부터 개편한 운임할인 제도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철도공사는 올 1월1일부터 종전 전년대비 5% 증가분마다 1%씩 할인해 최대 25% 증가분까지 5% 할인해주던 증(增)수송에 의한 운임할인제를 이원화했다. 기존 증수송에 의한 할인은 할인폭을 절반(0.5%)으로 낮추는 대신 새롭게 매출액 기여도에 의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업체들이 철도공사에 납입한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0.4%의 포인트를 적립해 이를 되돌려주는 제도.

이에 대해 한 컨테이너수송업체 관계자는 “이번 납입액에 의한 인센티브제도는 기존 수출입물량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볼륨인센티브’제도를 내수물량에까지 확대한 경우”라며 “지원금액은 똑같은데 이를 양회나 유류 업체들까지 확대함으로써 업체들은 조삼모사식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존 증수송에 의한 운임 할인에서 연간 약 25억원 가량의 운임할인 혜택이 철도이용업체에 돌아갔다. 이 금액이 증액 없이 고스란히 수출물량과 내수물량에 배분된다는 얘기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50억원에 0.4%를 할인해준다고 하지만 그보다 많은 100억원이나 200억원의 매출 기여업체들은 추가할인이 돼야 한다”고 말해 인센티브에 대해 여전히 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관계자는 “인센티브제는 공사 매출액의 1%(50억원) 기여한 업체들부터 할인을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0.4%의 포인트 적립이란 것은 50억원 기여했을 때 2천만원 100억원 기여했을 때 4천만원의 추가할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공사가 영업이익 적자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원은 힘들다”며 “기존 지원금액을 증수송과 인센티브 양쪽에 50%씩 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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