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1-07 17:38
[ 새해새소망 - 동서해운 업무부 조남중 계장 ]
나는 이맘때면 항상 내고향 전주 남문시장 한켠에 자리한 콩나물 국밥집과
한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 항상 새해 1월1일이면 어김없이 이 친구를 목욕탕에
서 만나 서로의 등을 밀어주곤 했다.
뿌연 증기 사이로 땀이 범벅이 돼 고개를 떨군 채 모래래시계의 깨알같은
모래알을 바라보며 짧지만 길게 느껴진 올 한해를 반성과 아쉬움으로 접어
두고…
그 답답한 마음은 어느새 생명이 다한 모래시계를 뒤로하고 증기탕을 나와
망설임없이 뛰어든 냉탕에서 느껴보는 짜릿함과 개운함으로 뒤바뀌고……
난 이런 기분으로 새해 첫 아침을 열 것이다.
벌써?....!
역시나 그친구 또한 한해가 너무 빨리 갔다고 투덜거렸고 ‘그려! 만나야지
~!’를 끝으로 통화는 끝났다.
20대의 숨턱까지 차 올랐고 30을 바로 내다보며 새해를 맞이한다. 그 각오
만큼이야 남달라 1998년 새해! 내가 다시 태어나는 원년으로 설정하였고,
국물이 뚝배기 턱까지 차올라, 인정이 가득가득 흘러넘치는 콩나물 국밥으
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친구에게 내 보일 나의 작은 소망들을 생각해 보
았다.
부서이동으로 맞게될 새식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이를 계기로 다소 수동적
인 나의 사회생활 패턴을 보다 적극적으로 바꾸기, 집한칸 얻기, 새로나올
대우 경승용차 구입하기,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결혼승락 받기…
IMF, IBRD, ABD,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증시폭락, S&P신용하락, 금리
상승, 정크본드…무역학을 전공한 나에게 너무나도 벅찬 용어들이다. 이러
할진데 우리 어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뉴스를 보는지 궁금하다.
‘요즘, 너네 회사는 괜찮자?’라고 이 한마디 묻고 싶으셔서, 걱정이 되셔
서,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시외전화도 못하게 하는 나의 어머니가 전화하셨
나 보다. 여전한 막둥이 자식 걱정이다.
그렇다!
반성과 희망으로 기쁘게 보내야 될 즈음에 다소 현학적이다 싶은 막연한 불
경기의 바람으로 우리네가 가져봄직한 평범하지만 소중한 각 개개인의 소망
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누가 뭐래도 나는 가슴벅차게 한해를 맞이하련다. 나만의 바램을 가지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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