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6 10:56

메가 캐리어 시대 '1만5천TEU'가 한계

동서화물 불균형에 운임 하락 초래 우려



최근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 라인의 1만 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완공되어 운항을 개시하고 앞으로도 2009년까지 동급 선박 10여 척을 연차적으로 동서 기간항로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른 대형 선사들도 9,000~1만TEU급 컨테이너선의 발주를 서서이 늘리고 있어 글로벌 상위 선사 간 대형선 확보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점유율 제고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신 초대형 선박의 적재능력과 향후 대형선 시장에 있어서의 운항원가, 운항의 현실성, 선박 건조 능력 등이 해운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엠마 머스크'의 화려한 등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재선 위원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11일 머스크 라인은 그동안 철저히 실체가 가려져 있던 1만 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엠마 머스크 호(Emma Maersk)의 진수식을 가졌다. 이 선박은 한 달 동안 시험운항을 거쳐 지난달 7일부터 유럽-극동항로 서비스에 정식 투입됐다. 엠마 머스크 호는 에이피 뮐러-머스크 그룹의 자회사인 오덴세 린도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현재 운항중인 선박 중 가장 큰 차이나 쉬핑의 신 로스앤젤레스 호(Xin Los Angeles, 9,650TEU)보다 20피트 컨테이너를 1,350개 더 실을 수 있는 극초대형 선박(mega-carrier)이다.

이 선박의 엔진은 25노트 운항 가능 실린더를 14개(현재까지의 기록은 12개) 보유하여 기존의 초대형 선박보다 약 1만 5천 마력이나 더 낼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엔진 뿐만 아니라 선미에 달린 프로펠러 역시 세계 최대 규모로 제작되었다.

◆적재능력 의견 엇갈려

그런데 이 선박의 적재능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논란이 있다.

머스크 라인 측이 진수식에서 선박의 공칭 적재능력이 1만 1,000TEU라고 밝혔음에도 선박 규모로 볼 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조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외신에 따르면, 이 선박의 길이(선장)가 397미터에 달하고 선폭이 56미터인 점을 고려할 때 공칭 적재능력은 1만 5,000TEU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선박의 적재 공간(화물창) 설계 및 컨테이너 적재시의 무게와 해상 안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경우 실제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 개수는 1만 2,500TEU 정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박의 적재능력에 대해 이와 같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이 회사가 선박의 실제 크기를 줄여서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선박의 건조 소문이 나온 지난 해 말부터 적재능력과 관련한 많은 혼란과 억측이 난무해 온 바 있다.

◆머스크, 당분간 주도적 지위 유지할 듯

문제는 이같은 1만TEU가 넘는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장 투입에 따른 파급효과가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하는 점이다.

선사의 경영 전략과 선대 확충, 이러한 선박이 입항하는 항만의 수용능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머스크 라인은 업계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서비스에 투입함에 따라 세계 최대 선사로서의 주도적 지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선박규모면에서 경쟁선사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한 머스크사는 그 후 올해 또다시 매머드급 컨테이너선을 시장에 투입함으로써 적어도 4년 정도는 다른 회사들보다 선박 크기 면에서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조선의 경우 2009년까지의 일감이 꽉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선박을 지금 발주하더라도 2010년 이후에나 운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머스크 라인은 현재 컨테이너선 120척(수송능력 64만TEU)을 발주해 놓고 있어 기존 선박들과 함께 세계 해운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최근 진수식을 가진 엠마 머스크 호와 같은 크기의 선박을 2009년까지 모두 11척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 라인은 지난해 피앤오 네들로이드를 인수, 시장점유율을 18%대로 높이는 등 세계 최대 독립선사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어 극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시장 장악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른 선사들 "우리도 질 수 없다"

머스크 라인의 이번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전격 시장 투입에 따라 다른 경쟁 선사들의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얼라이언스 그룹에 속해 있는 해운회사보다는 독자적으로 선대를 꾸려 나가야 하는 독립선사를 중심으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들어 프랑스 CMA CGM과 이스라엘의 짐 라인(Zim Line)등이 9,000TEU급 이상의 선박을 우리나라 조선소에 집중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해사신문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월 14일 기준으로 건조 또는 신주 발주된 9,000TEU급 이상 선박은 모두 80척으로 나타났다. 머스크 라인(18) 등 유럽계 선사가 55척을 발주했고, 코스코 등 중국계 선사가 25척을 주문했다. 특히 코스코와 짐 라인은 1만TEU급 이상 선박을 각각 4척씩 주문함으로써 머스크 라인의 뒤를 잇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한진해운도 2006년과 2010년에 각각 인도받을 예정으로 삼성중공업에 5척의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극초대형 선박의 시장주입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물동량이 증가하지 않는 경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선사들의 운임 또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컨'선, 대형화의 끝은?

이제 남은 관심의 하나는 컨테이너선이 과연 어디까지 커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1957년 미국의 시 랜드(Sea Land)사의 최초 컨테이너선 운항 이후 지금까지 5세대를 거치는 동안 크기와 서비스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1세대인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당시 최대선형은 1,700TEU에 지나지 않았으며 서비스 항로도 연안이나 근거리 운송이 전부였다. 이후 제 5세대(2000년~2005년)까지 발전해온 컨테이너선의 최대 선형은 8,600TEU까지 커졌다.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은 더욱 커져 차이나 쉬핑의 9,650TEU급 신 로스앤젤레스 호가 운항에 들어갔으며, 이 기록은 엠마 머스크 호가 취항함에 따라 다시 깨졌다. 에이피 뮐러-머스크 그룹 조선소에서 조만간 더 큰 선박을 내놓지 않을 경우 현재 발주된 선박을 기준으로 엠마 머스크 호가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이같은 컨테이너선 대형화의 끝은 어디인가에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7,500~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본격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1만TEU급 선박이 속속 발주되고 있어 향후 주력 선형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과 운항여건을 고려할 경우 선형이 1만 5,000TEU 정도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1만 3,000TEU급 컨테이너선에 대한 설계를 마쳤다. 이 선박은 2개의 엔진룸을 갖고 있어 규모를 더 확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중공업도 조만간 1만 4,000TEU급에 대한 설계를 끝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컨테이너선이 대형화하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의 하나가 바로 항로 여건이라는 점이다. 즉 이같은 선박이 동서 기간항로에 투입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수에즈 운하와 말라카 해협, 그리고 파나마 운하의 통항 한계를 넘을 수 없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1만 2,000TEU ~ 1만 3,000TEU, 말라카 해협은 1만 5,000TEU까지, 그리고 파나마 운하는 확장되더라도 1만 2,000TEU급 컨테이너선밖에 운항할 수 없다. 즉 메가 캐리어 운항에 따른 경제적인 여건을 논외로 한다면 향후 나올 수 있는 최대 컨테이너 선형은 1만 5,000TEU가 한계다.

◆대형화 성공 위해 문제점 많아

1만TEU가 넘는 메가 캐리어의 경우 8,000TEU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처럼 수심을 15~17미터 정도만 확보하면 되므로 선사들이 기항하는 항만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문제는 선박이 대형화되면, 그만큼 선박의 길이가 길어지고 다른 선박에 비해 항만의 선회장이 넓어야 할 뿐 아니라 화물을 채울 수 있는 선사의 집화능력, 최대 25열의 갑판적 컨테이너를 적-양하할 수 있는 갠트리 크레인의 확보 등 항만 사정이 최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선박 건조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메가 캐리어의 운항비용이 7,500TEU에 비해 29% 정도 저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단위당 원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이같은 선박을 기존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경우 선폭이 55미터 정도에 달해 같은 도크에서는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선박의 운항 측면에서는 메가 컨테이너선의 경우 동서 기간항로 서비스에 투입될 것이 확실한데, 최근 확장 계획을 발표한 파나마 운하의 최대 통과 가능 선박 톤수가 1만 2,000TEU라는 것도 제약 요인이다.

한편 해운 전문가들은 8,000TEU급 선박이 이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고 있어 1만TEU가 넘는 선박이 주력 선대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선 투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장 투입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이를 받쳐 줄 수 있는 물동량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이 무리하게 메가 캐리어 확보 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선사의 경우 동서 기간항로 사이의 화물 불균형 문제도 남아 있어 자칫 극초대형 선박을 투입할 경우 소석률이 낮아져 운임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 화주 입장에서는 선사가 기항 가능한 항만을 중심으로 서비스 체계를 개편하는 경우 스케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선박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다. 특히 메가 캐리어의 등장으로 운항원가가 낮아지면 화주는 운임 하락에 대한 혜택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같은 요구를 어떻게 맞출지의 여부도 향후 선박 대형화에 따른 주요 관심사의 하나로 분석된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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