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31 14:20
中·홍콩 잇달아 부과…한국·일본도 징수 가능성 커져
●●●중국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지난 6월1일부터 항만보안료(Port Security Charge)를 받기 시작한데 이어 홍콩도 8월15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항만보안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고 있으나 정부에서 항만보안에 들어가는 비용의 전액을 부담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이 제도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항만비용 징수 규칙을 개정, 항만시설 보안적합 증서를 발급받은 항만에 대해 컨테이너마다 2.5달러에서 3.7달러, 그리고 벌크화물은 톤당 0.06달러씩 보안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후 중국은 지난 6월부터 항만보안료 부과 제도를 공식 부과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최재선 연구원은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상을 깨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교통당국은 지난해 초 남중국 선전의 3개 터미널에서 항만보안료 부과 문제를 놓고 선사와 터미널 운영업체 간에 갈등을 빚었을 때 “이 문제는 전적으로 두 당사자들, 즉 선사·하주와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해결할 사안”이라며 개입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선전항에 있는 츠완, 서커우, 옌티엔 등 3개 컨테이너 터미널은 2005년 3월부터 공컨테이너와 환적화물을 제외한 모든 적재 컨테이너에 대해 TEU당 6달러의 항만보안료를 선사에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홍콩항의 모던터미널과 국제터미널, 그리고 콰이충터미널측도 2005년 5월부터 화물이 적재돼 있는 컨테이너당 6.4달러의 항만보안료를 부과한다고 선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선사와 하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중국에서의 항만보안료 납부 제도는 사실상 시행되지 못했었다.
◆中 6월1일부터 보안료 징수
그러나 중국은 지난 4월 기존에 고수하던 불개입 원칙을 바꾸고 항만비용 징수규칙을 전격 개정했다. 중국교통부는 4월10일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비용을 징수하는 것에 관한 교통부 및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통지’를 통해 6월1일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항만보안료를 징수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중국교통부의 결정이 나온 이후 최근 홍콩의 하주단체와 항만터미널 운영업체들도 합의를 통해 같은 제도를 도입키로 최종 합의, 지난달 1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공동으로 체결한 협정에서 20피트 컨테이너에 대해서는 20홍콩달러, 40피트 컨테이너는 30홍콩달러씩, 선사를 거치지 않고 하주들이 직접 터미널 운영회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또 두 기관은 하주들이 납부하는 항만보안료는 국제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규칙을 이행하는 데 전액 사용하기로 하고, 항만보안료를 납부한 날로부터 18개월이 지나면 구체적인 비용 사용내역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협정을 체결하면서 터미널 운영업체들은 홍콩하주협회에 행정비용 명목으로 컨테이너당 2홍콩달러를 돌려주기로 하는 한편, 하주들이 쿠폰을 사서 항만보안료를 납부하거나 트레이드링크와 같은 전자 상거래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2홍콩달러를 깎아주는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했다.
홍콩에는 현재 모던터미널 등 모두 5개의 터미널 운영업체가 있는데, 이들 업체들은 연간 3,140만달러에 달하는 항만보안료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교통부의 항만비용 징수규칙 개정과 이에따른 터미널업체들의 항만보안료 징수 등 이 모든 것은 국제해사기구가 2002년 12월 ‘1974년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협약)의 ISPS 규칙을 채택하고, 2004년 7월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게 되면서 그 영향으로 발생됐다는 지적이다. 즉 중국과 홍콩이 항만보안료를 징수하게 된 것은 국제해사기구의 보안기준을 충실히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런데 문제는 보안시설과 장비를 설치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이같은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조직을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ISPS 이행으로 보안비용 증가
이 규칙은 테러로부터 선박과 항만 등 물류 기간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와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선사와 항만당국은 사전에 시행된 보안평가를 바탕으로 각 선박 및 항만시설에 대한 보안계획을 작성·비치해야하고,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승인하는 등 협약 이행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항만의 경우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다양한 국적의 선박이 입출항하고 있고, 배후 지역에 도심을 갖고 있어 항상 테러의 대상이 돼 왔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ISPS규칙에서는 항만에 대해 보다 엄격한 보안기준을 이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테러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항만시설의 바깥부분에 대해서는 울타리 등 담장을 설치하고, 인력 및 차량 등에 대한 출입통제 및 화물 검사 장비의 설치, 폐쇄회로 모니터링 시스템의 도입, 항만시설의 보안을 유지하고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경비 및 보안조직의 운영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완벽한 감시 및 보안 태세를 갖출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교통부는 그동안 각 항만의 운영 및 관리업체들이 국제해사기구의 ISPS 규칙에 따라 보안 시설과 보안 장비를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교육하거나 육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옴에 따라 운영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중국은 협약에 규정돼 있는 여러 가지 기준을 순조롭게 이행하는 한편, 항만시설의 안전을 담보하고 중국 경제와 대외 무역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항만비용 징수 규칙에 항만시설 보안비용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ISPS규칙을 이행하는 데 세계적으로 초기비용으로 26억달러,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매년 15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행비용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각국은 비용의 충당방안을 놓고 다각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전적으로 민간부문에 일임하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 특히 아시아의 경우 인접 항만간 환적물동량 유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항만보안료를 부과하면, 화물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유럽항만 대부분 징수중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지역은 일찌감치 항만보안료를 도입했다. 즉, 영국의 허치슨터미널이 2004년 2월에 전격적으로 보안비용을 징수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지금은 거의 모든 유럽지역 항만에서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동부지역 항만들도 대략 컨테이너당 4달러 전후의 항만보안료를 징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정부 교부금으로 항만보안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유럽에 비해 요율이 조금 낮다.
이에 비해 아시아지역에서는 항만보안료를 그동안 부과하지 않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 싱가포르는 국가예산으로 보안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항만보안료 부과제도를 도입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 연구위원은 첫째로, 환적화물 유치경쟁이 심한 아시아국가에서 항만보안료를 처음으로 부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동안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로 아시아에서는 어느 한 나라가 앞장서서 항만보안료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싱가포르가 항만보안비용의 일체를 나라에서 떠맡고 있는 것도 이런 속내가 있기 때문. 그런데 이같은 묵시적인 금기가 중국에 의해서 깨진 셈이 됐고 앞으로 다른 나라도 이 같은 대열에 따를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둘째로, 국가에서 직접 항만보안료 부과 및 사용방법에 대한 원칙을 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중국 항만의 경우 지난해 초 항만보안료 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를 놓고, 선사와 하주 그리고 터미널 운영업체간 갈등이 커지는 바람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관련법규를 개정해 도입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 동안 불거졌던 모든 문제점이 해결됐다. 특히 중국은 항만보안료를 하주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업체 사이의 문제라고 교통정리함으로써 선사로서는 이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졌다. 그동안 하주는 선사가 이 비용을 징수하게 되면, 투명성이 저해된다는 우려를 거듭 표시해왔다.
◆中 항만 물류보안 상태 향상 전망
셋째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항만의 물류보안 상태가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950만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 중국 터미널이 하주들로부터 항만보안료를 징수해 전액을 보안 기능을 높이는 데 쏟아 부을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 확실하다는 것. 특히 홍콩항만의 경우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을 놓고, 싱가포르항만과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고, 남중국 화물을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에 의미하는 바가 많다. 홍콩항은 그 동안 자체적으로 물류보안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는데 연간 수백억원이 넘는 금액을 항만 보안비용으로 투입할 수 있게 돼 이 같은 전략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항만보안료 도입이 촉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항만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특히 동북아항만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선사에 부담을 줘 동북아물류중심화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이 항만보안료를 도입함에 따라 이 같은 우려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때마침 정부는 얼마전 입법예고한 가칭 ‘국제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법률’에 항만보안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제적인 물류보안 동향을 고려할 때 정부 예산만으로는 보안기준을 이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풀이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은, 하주들에게 비록 보안비용의 일부가 전가되더라도 항만의 보안을 높이게 되면, 그만큼 물류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장기적인 포석에서 나왔다고 분석됐다.
지난 4월 두바이의 디피월드(DPW)가 미국 컨테이너 터미널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이후 미국에서는 물류보안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2%에 불과한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검사비율을 높이고, 화물운송 전구간의 보안을 강화해 안전한 운송통로를 확보한다는 것이 미국의 계획이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물류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짐작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최 연구원은 지적했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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