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31 16:33

대한항공 노사 북극항로 '방사능 위험' 공방

건교부 "북극항로 방사능 관련 특별기준 없다"



대한항공이 미주노선의 운항시간 단축과 항공유 절감을 위해 8월부터 북극항로를 이용하기로 한 가운데, 이 항로와 관련한 논란으로 대한항공 내부가 어수선하다.

30일 대한항공 노사에 따르면 최근 조종사 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 북극항로의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을 들며 북극항로 운항을 개인별 월 1회로 제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북극항로 문제는 자칫 노사문제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북극항로 위험한가" = 대한항공이 본격적인 북극항로 운항을 준비한 지난달부터 조종사들은 북극항로의 방사능 피폭 위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종사들은 북극항로를 자주 오가다 보면 체내에 방사능이 계속 축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측에서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승무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종사들은 최근 노사협의회에서 "국제 방사선방호위원회는 비행승무원의 방사능 노출양을 연간 20mSv로 제한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북극 항로 운항은 월 1회로 제한하고, 국제선 항공기에 방사선 측정 장비를 비치해 매 운항마다 방사선 양을 측정하는 등 회사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북극항로는 미국연방항공청(FAA)에서 이미 운항을 허가한 노선으로 다른 장거리 항로의 방사선 노출량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안전한 항로이며, 세계 주요 8개 항공사들이 활발히 이용하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북극항로 1회 운항시 노출되는 우주 방사선의 양은 극소량인 0.07mSv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기존 미주 노선에 운영하는 캄차카항로나 북태평양 항로와 같은 수준이며, 오히려 비행시간 단축에 따라 방사선의 노출량이 감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종사측은 방사능에 의한 의학적 문제는 장시간에 걸쳐 발생하고 일반인에 비해 연간 현격한 양의 방사능이 축적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정작 북극항로 운항을 앞두고 '북극항로 운항지침'까지 만들었던 건설교통부는 이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극항로의 방사선 피폭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 없고, 국제적인 기준도 명확치 않다"며 "현재로선 4만9천ft 이상의 고(高)고도를 비행하는 경우에는 방사능 투사량 측정을 하도록 돼 있지만 북극항로와 관련해서는 방사능과 관련한 특별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 "북극항로 통하면 항공료 내리나?" = 대한항공이 북극항로 이용을 추진한 것은 비행시간을 단축해 항공유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를 이용해 항공유를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바로 항공료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비행시간을 줄여 항공유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위 78도 이상의 추운 북극 지역을 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연료 결빙을 막기 위해 추가비용이 들어가 항공료를 낮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승객들은 미주 대륙에서 돌아오는 비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북극 상공에서 펼쳐지는 오로라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혜택을 보는 셈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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