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9 10:45

TCR, 한국 에너지수입 대체 운송로로 부상

TMR등 중국내 국제운송로와 연계 방안 마련돼야


TSR(시베리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TMGR(몽골횡단철도)등 동북아시아 내륙물류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지난달 25일 있었다.

인천대학교 둥북아물류대학원과 (사)남북물류포럼이 주최한 “2006 북방물류세미나”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렸다. 이 세미나는 1부 TCR, TSR의 철도물류네트워크의 최근 동향과 2부 북방물류네트워크에서 한반도의 역할이라는 두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중 1부에서 발표된 한국교통연구원 철도·동북아교통연구실의 원동욱 박사의 “TCR의 전략적 가치와 연계방향”에 대해 정리했다.

중국횡단철도는 중국의 롄윈강, 르쟈오 등 동부 연해항만 도시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라산커우와 카자흐스탄의 드루즈바, 러시아의 모스크바, 독일의 베를린을 거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으로 이어진 총연장거리 10,870km의 철도를 가리킨다. TCR이 통과하는 국가 및 지역은 중국,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동, 러시아, 동유럽, 서유럽 등의 40여개 국가며, 동서 양단은 경제가 발달한 지역인 반면 중간지대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속한다. 중국의 대외개방전략에서 TCR은 동쪽으로 동아시아, 서쪽으로 유럽, 그리고 남쪽으로는 남아시아와 연계되는 황금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TCR의 통과지역은 한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입장에서 볼 때 자원과 인구가 풍부한 거대 시장으로서 자본과 기술, 관리노하우를 수출하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다. 또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TCR은 개방의 확대를 통해 국제자본과 기술, 관리노하우를 흡수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또 세계경제의 가장 활력 있는 지역중 하나인 동아시아 지역은 세계 평균을 초과하는 경제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또 주요한 교역상대로서 유럽시장에 대한 진출을 보다 확대하려 하고 있다. 경제의 통합을 이뤄낸 유럽 또한 아태지역을 주요한 무역파트너이자 투자지역으로 선정함으로써 두 지역간의 교역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08년까지 TCR속도 160km로↑

현재 새로이 건설 중인 징이후오 철도와 올해 초 보수가 시작된 베이장 제2철도는 2008년 이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두 철도가 완공되면 TCR의 중국내 구간의 운송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시속 120km이던 열차속도는 제6차 속도제고 계획에 따라 시속 160km에 달하게 됨으로써 운송시간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앙아시아 각국과 러시아의 경제회복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TCR을 이용하는 더욱 많은 화물원이 제공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들 국가들의 경제발전속도는 매우 빨라 평균적으로 매년 8%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카자흐스탄은 9.5%, 타지크스탄은 9.1%, 투르크메니스탄은 16%에 달하는 등 TCR 통과지역 국가들의 이러한 고도성장은 대외무역의 증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화물운송에서 철도운송은 해상운송 다음으로 주요한 운송방식이다. 그리고 철도운송은 대체로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운송량이 비교적 크며 고도의 연속성을 띤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해상운송을 통한 수출입화물의 경우도, 대부분 철도운송을 통해 화물의 집중과 분산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해양과 대륙이 교차하는 지경학적 위치에 있는 한국의 경우 국제화물운송에 있어 철도운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분단의 역사로 인해 한국의 국제화물운송은 대부분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져 왔으며, ‘고립된 섬’으로서 대륙운송로의 활용이 불가능한 채 동북아 물류허브라는 주관적 희망을 품어온 셈이다.

현재 TCR은 환적능력의 한계, 궤간의 차이, 통관·검역 등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국제운송로로서의 기능에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TCR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 서부지역 및 중앙아시아간 화물운송에서 TSR과 비교해 거리가 단축된다는 이점이 있다. 또 한국의 대중국 및 중앙아시아 화물이 중국의 롄윈강, 르자오 등 연해항만을 통해 철도로 연계 운송되는 해륙복합운송이 가능하며,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국경을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등 목적지별로 다양한 루트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TCR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계가 확보되기 이전에도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이 결합되는 복합운송의 대륙운송로로서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중국의 ‘중장기 철도망계획’에서 이들 국제철도의 복선화, 전철화 등 현대화계획이 예정돼 있으므로, 앞으로 이들 구간의 병목현상이 해결되고 국제철도로서의 기능도 제한된 수준에서나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서부대개발에 따라 중·서부지역의 교통물류 인프라의 확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주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외국자본의 투자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동부연해 지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투자환경이 점차 열악해지면서, 새로운 투자지역을 물색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TCR의 물류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중점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와 진출이 이뤄져야 할 것이란 지적.

한국 대륙진출 운송로로 주목

한편 동북지역의 신형공업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TMR, TMGR, 동변도철도 등은 국제운송로로서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따라 단둥-신의주, 투먼-남양, 지안-만포 등 세 지점에서 북한철도와 만나게 된다. 최근 북한과 중국간 교역량의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이들 대륙철도는 북·중간 다양한 운송로를 확보하게 해 양국간 물류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이들 철도는 한반도종단철도와의 연계를 통해 중국 특히 동북3성의 경우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운송로를 확보하게 하고, 한국에는 중국철도와의 다양한 연계점을 제공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개발 중에 있는 동북지역에 대한 투자진출과 새로운 물류통로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가중점물자의 운송을 골간으로 하고 있는 중국철도는 석탄 및 석유 등 에너지자원에 대한 안정적 운송로 확보차원에서 고려되고 있다. 특히 석탄운송의 경우 기존 주간선의 운송능력 확대와 노선망의 질적 제고를 통해 운송의 병목현상에 대응하고 있다. 또 중국은 최근 들어 석유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효율성 이외에도 안전성의 측면에서 기존의 해상운송로 이외에 다양한 루트를 고려하고 있다. 그 중 육로를 통한 수입석유의 운송방식은 주로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지의 원유를 파이프라인 혹은 철도를 통해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 철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파이프라인을 통한 운송은 전체 운송량의 2~3%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의 석유 등 에너지 운송로는 TCR, TMR, TMGR 등 중국내 국제 철도의 운송로와 궤를 함께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TCR 등 중국의 대륙운송로는 중국내 에너지 운송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수입원과 운송로의 다원화를 이루는 주요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서 교역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남북간 운송로 특히 철도연결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지역개발 및 운송로 확보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TCR, TMR, TMGR, 동변도철도 등은 한국에는 이러한 남북간 운송로의 연결을 촉진함과 동시에 대륙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국제운송로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동북아 물류시스템의 효율적 발전과 유라시아 대륙간 물류네트워크의 개선을 촉진하는 중요한 호혜의 가교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설사 국가간 공동의 이해관계가 작용한다 하더라도 이들 국제운송로는 그 기저에 중국의 국가발전전략이 내재해 있으며, 특히 국가간 운송로의 연계에 따라 발생할 지도 모르는 지경학적 위상변화에 기초한 대응과 접근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가간 경쟁과 협력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게임의 공간’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동북아 물류중심전략’은 궁극적으로 한국을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의 시종점이라는 전제 하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해양과 대륙으로의 접근성이나 연계성이 강화돼야 한다. 중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제 철도 운송로의 건설 및 확충은 한국에 있어 특히 대륙으로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이 세계 경제 3대 중심 중 하나인 동북아지역의 역동적인 경제성장은 역내 국가간 교역과 투자의 활성화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여타지역간의 상호 교역의 활성화에서 그 지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역의 활성화에 따른 국가간, 지역간 물류 수요의 급증에 대응해 궁극적으로는 유라시아를 하나로 묶는 물류네트워크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TCR, TMR, TMGR, 동변도철도 등 중국 내 국제운송로는 바로 이러한 통합적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관련국가들 간의 윈윈전략에 기초해 합리적 연계 및 운영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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