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5 17:07

파나마 운하 '100년만에 새로 태어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 파나마 운하가 100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르틴 토리호스 파나마 대통령은 24일 대(對)국민 방송 연설에서 53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지금보다 수문 규모가 크게 늘어난 운하 확장 사업을 추진키로 확정, 2014년이나 2015년께 완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1914년 탄생, 전세계 교역량의 5%를 처리하고 있는 파나마 운하가 새로운 대역사(大役事)를 시작하기까지는 국내 반대여론이 상당한데다 의회 승인과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 파나마 운하 약사 = 파나마 운하는 우여곡절 끝에 1914년 8월15일 문을 열었다. 수에즈 운하 건설자였던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1880년 파나마 운하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금압박, 각종 난공사에다 선원을 포함해 수천명의 노동자가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목숨을 잃자 착공 9년만에 포기하기에 이른다. 당시 수만명의 투자자들은 30억달러 상당의 돈을 잃었다.

이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치하의 미국 정부가 1904년 운하를 사들여 50개국 7만5천명의 노동자를 동원한 대역사 끝에 10년 만인 1914년 80㎞ 길이의 운하를 완공한다. 파나마 운하를 해군력 유지의 핵심 기지로 평가한 미국은 지난 세기 대부분 운하를 소유, 관리했다.

파나마 정부는 1977년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과 현 토리호스 대통령의 아버지인 오마르 토리호스 대통령 간 협정에 따라 1999년말 미국으로부터 운하 운영권을 인수했다.

◇ 어떻게 바뀌나 =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기준 38-40대에 달하며 2005년도 파나마 정부에 4억8천900만달러의 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운하 확장 필요성은 끊임 없이 제기돼 왔다. 운하의 핵심 통로인 칸막이 수문 양쪽으로 약 30㎝ 공간을 남기고 지나갈 수 있는 최대 크기인 파나맥스급 선박 이상의 소위 포스트-파나마(Post-Panama)급 초대형 선박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파나마운하관리청(ACP)은 통행세와 서비스비 측면에서 수익성이 높은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벌크선 등 대형 선박들이 통행을 하지 못한 까닭에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세번째 새 칸막이 수문은 지금보다 길이는 40%, 폭은 64% 늘어나 길이 427m, 폭 55m, 깊이 18.3m 규모로 건설된다.

또한 초대형 화물선의 통행을 위해 새로운 진입 수로를 건설하는 한편 기존수로 에 대한 준설 작업도 실시하며 투입 인원은 8천명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 공사일정과 예산, 걸림돌 = 파나마 정부는 53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의회 승인과 국민투표가 완료되는 대로 운하 확장 공사에 착공, 파나마 운하 개시 100년만인 2014년이나 2015년께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운하 확장 예산과 관련해 파나마 주재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DB) 관계자들도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30∼50% 가량인 50억∼75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확장 작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파나마 정부는 통행료 인상 등을 추진 하기로 했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통행료 인상이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말 컨테이너당 31달러였던 컨테이너선 통행료는 내년 5월부터는 54달러로 오르는 등 단계별로 인상된다고 ACP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원은 국제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차입금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파나맥스급 이상 선박의 비중이 크지 않은 데 비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정부의 확장 계획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착공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투표에 앞서 의회 승인이 필요한 상황에서 상당수 의원들은 파나마 태평양 연안에 8억달러를 들여 거대항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기존 수로를 따라 정착해 살고 있는 18만2천여 농민 가구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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